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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옛골소년 May 10. 2020

비온 뒤 풋풋한 비린내가 좋다

비온 뒤 풋풋한 비린내가 좋다
밤새 탁해진 고요의 냄새를
청량한 변화의 냄새로 쫓아
창문을 열어 생각의 유연을 깨운다
밤새 마음에 맺혔던 것이 풀려
콧속으로 후련한 공기가 들어온다

시작도 하기 전에 삶의 비린내를
가리기 위해 인공의 향수를 뿌려댄다
움직임이 끝이 나면 익은 비린내가
진정으로 사람의 향기로 변한다
삶에 축 늘어진 냄새가 아니라
마지막에 뒤를 돌아보는 냄새
향수는 사람의 향기에 밀린다

하루의 마지막을 채워주는
가시지 않는 비린내가 좋다
내 몸의 냄새는 수많은 아픔이
녹아서 하나가 된 삶의 결정체다
역설적이지만 우리는 비린내를 가리기
위해 비린내 나는 삶을 살아간다

아스팔트의 짙은 도시 냄새는 역겹다
급히 튀어나오는 둔탁한 냄새들
숲을 빠져나온 달콤한 향기들을
점점 밀어낸다. 콧속에 오랫동안
수없이 박혀 있는 냄새들을 다시 깨워
비가 오기까지 괴롭히겠지

내일이면 도시의 냄새를 맡는다
코의 기억은 어제의 맡기 싫은 냄새와
치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주변에 가득한 사람 냄새나는 향기
모든 향으로 유연함을 키워야지
도시의 인공의 향수를 계속 뿌려야
삶의 향긋한 비린내를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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