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옛골소년 May 12. 2020

낭만적인 회사생활

나는 회사에 일하러 간다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고통의 문
언제나 걸어 나올 수 있는 쾌락의 문
고통의 문을 두드리는 자는 줄지어 있다
쾌락의 문을 영원히 열고 나오길 응원한다

검은 화면에 하얀 종이가 올려진다
생각의 먹구름이 가득 드리운다
오늘은 무엇으로 채워야지
간결하되 시선을 사로잡는 글을 써야지
현실에서 일어난 일들이 앞뒤가 맞지 않는
말과 생각들로 사실을 방해한다

오늘도 현실과 다른 소설을 써야 한다
마음을 훔치는 눈물 나는 감동 따윈 필요 없다
솔직함은 결국 절박함의 졸작을 만들어 낸다
마감시간에 쫓기며 미친 듯이 글을 쓴다
고치고 다듬음을 거듭한 보고서를
보여줄까 말까 망설이다 연거푸 저장만
되풀이한다

마감을 알리는 호통소리에
민낯의 용기가 햇살처럼 드리운다
졸작의 퇴고를 끝내는 삼류 작가의
뿔테안경이 눈물처럼 자꾸만 흘러내린다
소설이 끝나도 계속 생각나는 소설
얼굴이 화끈거리는 모습이 화면에 드리운다

나는 회사에 소설을 쓰러 갔다
나만의 좁은 서재에 덩그러니 앉아있다
비록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삼류 작가로
쾌락의 문을 열고 퇴직을 하더라도
그날까지 나는 회사에 소설을 쓰러 간다
나의 이야기를 소설이 아닌 사실로
쓰는 날까지 회사에 간다


#회사 #회사생활

작가의 이전글 비온 뒤 풋풋한 비린내가 좋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