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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옛골소년 May 15. 2020

꽃을 중매하는 하는 바람

바람의 힘으로 화분(花粉)이 날아든다
차가운 바닥에 뿌려진 꽃가루
가야 할 곳을 잃어버린 흩어짐
화분을 담아 밖으로 뿌려본다
그렇다 한들 꽃을 중매하는 바람을
대신할 수 없다

삶의 의지는 바람을 타고
암술을 찾는 바람이 되어
바람이 정해 주는 곳으로 향한다
방향의 정함 없이 바람이 놓아주는
곳에서 묵묵히 결실을 맺어 볼
요량으로 화분을 묻힌다

풍매화(風媒花)의 의지는 내뿜는
양만큼 간절하다. 간절함은 다량의 화분을
동시에 뿜어낸다. 암술에 미치지 못한들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뿌려진들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빛깔이 화려한 화분엔 곤충이 날아든다
빛깔이 그렇지 않은 화분은 열매를
기다리는 간절함으로 가볍게
바람에 의지하여 멀리 날아간다
바람이 바람으로 꽃을 중매한다
열매를 맺기 위한 바람은 가볍지 않다

화려하지 않음에 간절함을 몰라주는
설움은 코의 점막에 붙어 꽃물이 되고
눈으로 들어가 눈물이 된다
꿀벌이 찾아오지 않는 화려함이 없는
풍매화에겐, 그것을 지켜보는 이에겐
봄은 그냥 봄이 아니다

너무 커서 알수 없는 사람의 마음처럼
너무 작은 신비로움도 무한하다
너무 복잡해서 갈 곳을 알지 못하는
사람과 달리, 너무 가볍고 간단해서
바람에 몸을 맏기고 부는 대로 날아간다
바람, 간절함으로 불어온다

#풍매화 #꽃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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