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옛골소년 May 23. 2020

토요일 아침밥 단상

 아침밥을 차려놓은 식탁 앞에서 딸아이가 입맛이 없다며 젓가락을 입에 걸친 채 엄마, 아빠는 아침밥이 쉽게 목으로 넘어가냐며 물어봅니다. "아침밥은 맛으로 먹는 것보단 배를 채우기 위해 먹는 것에 가깝지"라며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맛으로 채워지는 배고픔이라기보다는 육체를 움직이기 위해 입으로 밀어 넣고 있었습니다.

 어릴 적 급히 자리에서 일어서기 위해 한쪽 무릎은 세운 채 쪼그려 앉아 이른 아침밥을 드시는 아버지를 보았습니다.
그때도 딸아이와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아버지는 아침밥이 그렇게 맛이 좋을까, 참 잘도 드시네', 새벽 우(牛)시장에 가기 위해 허급 지급 배를 채우시던 아버지.

 어떤 날은 동행하는 동료 아저씨의 트럭이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트럭의 경적은 아버지의 아침식사를 빨리 끝내라는 소리로 들렸고, 아버지는 식사를 중단한 채 허둥지둥 집을 나서곤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못 다 드신 밥은 모친의 아침밥이 되었습니다.

 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일터로 가신 아버지의 오전은 얼마나 힘이 드셨을까. 그렇게 아버지의 배고픔으로 가족들의 배가 채워졌습니다. 30여 년이 지나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딸아이 앞에서, 그때의 아버지가 짊어진 삶의 무게를 느끼며, 귓가에 남아있는 트럭의 경적소리가, 아버지의 식사 끝을 알리는 빵빵거림이, 어느덧 오래전 추억이 되었습니다. 지나고 보니 이제서야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아내와 같이 일터로 향했습니다. 토요일에도 일요일에도 일을 하러 가시는 아버지가 싫어서 회사원인 아버지를 둔 친구를 부러워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조차도 하지 못한 채 가족의 배를 채우기 위해 허둥지둥 사셨던 아버지에 비하면 아이들과의 추억이 가득한 지금의 삶을 살게 해주신 것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당연하게 누렸던 시간이 몹시 그리운 과거가 되었습니다. 주어진 시간 안에서 누릴 수 있는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어야 후회의 크기는 작았습니다. 고향을 떠나온 지 20여 년의 시간이 흐른 뒤 자식 앞에서 아빠의 눈으로 아버지의 아침식사 장면을 추억해 봅니다.

#아버지 #추억 

작가의 이전글 조용한 가족의 소박한 외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