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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옛골소년 May 24. 2020

로즈마리 잎처럼

빛의 강렬한 힘에 이끌려 풀어헤친
머리모양을 한채 한쪽 방향으로 향한다
날카로운 손톱은 하루에도 몇 번씩 제일
예쁜 잎을 찾아 날카롭게 뜯어버린다
너 참 많이 컸다는 비아냥도 모른 채
이쁘게 잘려나간다

단지 둥글게 살고 싶은 맘으로
위를 향했을 뿐인데, 높이 솟구치고 싶은
욕망인 양 먼저 잘려 나간다
잘려나갈 것을 모른 채 온 힘을 다해
미련하게 빛의 방향을 쫓아간다

잘려나간 잎들은 땅이 아닌 곳에서 생을
마감한다. 잘려나간 아픔은 거품 위에서
누군가의 즐거움이 된다
시들어 버리는 잎들에 비하면
비굴함으로 숨어버리는 것에 비하면
차라리 이쁘기라도 하니 다행이다

솟구치는 잎들 사이로 숨어있는 것들은
잘려나갈 걱정도 없이 아래로 숨어 버린다
숨어 있는 게 목표인 양 계속 숨어버린다
선택받지 못하는 비굴함을 행복해하며
계속해서 숨어버린다

누군가가 흔들면 솟아오른 잎들 아래서
향을 내는 시늉이라도 해야지
그것도 하나의 삶이지
먼저 간 잎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지

내가 아는 무언가도 그렇게 힘없이 잘려나갔지
숨어서 말라비틀어지는 것보다
차라리 화려한 잎으로 향으로 기억되는
로즈마리의 운명처럼
다른 이의 축배에 안줏거리가 되어도
훌훌 털고 행복하게 이쁘게 잘려나갔지
선택받은 잎은 바다의 이슬처럼 향을 뿌리며
생을 다한다

#로즈마리 #로즈메리 #로즈마리향 #향 #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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