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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옛골소년 Jun 02. 2020

밤을 새워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가치

 사람들 사이에 끼어서 진심을 드러낸 감정이 왜곡되어, 비아냥의 화살로 돌아온 아내는 고통을 감당하며 뜬 눈으로 밤을 새웠습니다. 한이불을 덮고 사는 공간에서 아내의 밤은 자신을 괴롭히는 시간으로 외롭게 흘러갔습니다. 그런 삶에서 잠시 비켜서 있는 사람의 눈에는 아내라는 인간의 나약함이 눈으로 들어왔습니다.

 아내의 잠을 못 이루는 나날들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것을 보며, 자신의 몸과 생각을 스스로 정리하지 못하고 누군가에게 지배당하는 지독한 고통을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도 감당하기 힘들었던 어두운 밤 고독한 시간의 엄습은 아내의 눈을 빨갛게 물들였고, 아침의 뜬 눈으로 다시 차근차근 정리를 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내는 사람들 사이의 이익의 편향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겪으며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는 힘겨움으로 가치를 찾아가고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조심성없는 가벼운 생각으로 살아가면서 중간자의 이익만을 먼저 생각했다면 지난밤은 오히려 단꿈에 젖어 숙면을 취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 하는 일에 대한 지속성의 만족을 느끼고, 삶의 가치에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밤샘의 고통은 반드시 요구되고 없어서는 안되는 과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내가 밤을 새우는 고통에 같이 아파하고 지켜보는 응원자의 역할에 충실해야 되고, 나또한 그런 응원을 받으며 삶의 비밀에 감탄하며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영업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전과 다르게 대화할 상대가 많지 않으니 나 자신에게 말을 걸고 말동무로 삼아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생각의 결심을 정해 놓고 타인에게 동의를 구하듯 대화를 이어가는 시간이 없어졌습니다. 여러 사람을 만나서 대화를 하는 순간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오히려 더 어지러워지기도 합니다. 그런 과정이 생각을 정리하는 과정이자 방법이었습니다. 잠을 청하기 전 나눴던 대화를 통해 생각을 정리하고 순서를 정하고, 지금의 아내에겐 내가 그런 존재일 것입니다.

 자기가 내뱉는 단어의 조합이 적절한지, 상대방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아닌지,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발하고 있는건 아닌지, 공수표처럼 남발하던 말들이 오히려 족쇄가 되어 스스로를 자극하여 다그치기도 하고 꾸역꾸역 실현해 가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것들로 아내는 지난 밤을 세웠을 것입니다.

 낮에 마구 쏟아 낸 말들로 어지러운 시간을 보내며 에너지가 방전된 몸으로 밤에 잠을 청합니다. 하지만 잠자리에 누우면 근심을 털어내버려야 될 시간이 되려 잠 못 들게 하는 괴롭힘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대화 속에 섞인 어리석은 말들을 다시 곱씹어 가며, 가에 윙윙거리는 소음이 되어 뜬 눈으로 밤을 지세기도 합니다.

 정신없이 흘러간 낮 시간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자신에 대한 감정 표현을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밤이 되어서야 자신에게 던져봅니다. 느린 시간 속에서,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을 세밀하게 의식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밤을 세우며 잠을 설치는 지독한 외로움의 고통을 경험했을 때 가능합니다.

 돈과 성과에 직결되지 않더라도 자신을 스스로 의식할 수 있는 시간으로 잠 못 이루는 밤은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밤잠을 설치며 괴롭혔던 것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억에서 멀어져 가고 떨어져 나가기 마련입니다. 밤을 새웠던 이유는 가족의 행복 때문이었다는 것으로 삶의 가치에 대한 단순한 정의를 내려주기도 합니다.

 행복했던 과거를 추억하고 행복을 꿈꾸며 살아가듯, 밤잠을 이루지 못하며 고통스러워하던 치열했던 경험이 가슴에 달리는 삶의 훈장이라도 되듯, 그런 경험이 없었더라면 생각이 점점 후퇴되고 있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머릿속에 자리 잡고 괴롭혔던 생각들은 가족이 행복해야 됨을 이유로 삶의 가치를 채워갑니다.

#가치 #삶의가치 #성장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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