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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옛골소년 Jun 06. 2020

시들어 가는 꽃에게

뜨거운 태양 아래 시들어 가는
마지막 몸부림을 지켜보며
이 봄 너로 인해 행복했어
이러저러한 걱정거리로 가득했지
너 때문에 이 봄 견딜만했어

나 같은 사람에겐 희망이었지
보이지 않은 힘을 담아 빛깔로
상세하게 표현해 주었지
그런 행복을 누릴 만한 자격을
따지지 않고 공평하게 전해주었지

조금씩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그렇다고 기억을 지우지 않았어
아직도 그날의 화려한 모습을
끄집어 내어 너의 모습을 보며
색이 바래지 않은 그날의 모습으로
언제나 웃고 있는 너를 그리워하지

어쩜 누구와 그리 닮았을까
어둡고 탁하게 변해가는 잿빛 얼굴
화려함 뒤에 사라지는 모양이
차별과 모순에 몸부림치며
집착을 버려 비움을 갈망했지

그것이야말로 진정 아름다움이지
꽃이 시드는 것도 지켜봐야지
그것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삶의 무상함을 슬퍼만 하겠지
소중히 받아들일 수 없겠지

검게 그을린 주름진 고개를 떨군 채
아래를 향하는 있는 꽃들을
아주 자세히 들여다봐야지
사라져가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것마저도 사랑할 수 있다면
진정 가장 행복한 순간이겠지


#꽃 #시든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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