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나 Oct 18. 2021

엄마의 '한개만' 수법

아이는 딱 하나만 가져야 하나요?




첫째때는 과자 사주는걸 더 극도로 꺼렸어요.
'자*드림' '한*림'
좋은 것만 챙겨주는 좋은 엄마이고 싶었어요.
그래서 죄책감을 덜고자 저기 과자를 엄청 사줬어요.
그러다 보니 나중에 되니 선택의 폭도 좁아지고..
맛없어서 남기는 과자도 많았어요.

그러다가 일반 마트에 한번씩 가게되면
과자들과 사탕에 눈을 못떼는 윤찬이가 있더라구요.
사주고 싶지 않았어요.
아이가 사달라고 말할까 가슴이 조마조마 했어요.
끝까지 외면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어느순간 알겠더라구요.

아이가 내 눈치를 보고 있구나.
내가 통제하고 있구나.

'살찐 나'에 대한 상처.
'유기농'만 먹이고 싶은 엄마의 두려움.
'마음껏' 사먹는 아이에 대한 질투.
마트에는 늘 세가지 마음이 한꺼번에 올라와요.

그래서 제 나름의 큰 결심을 합니다.
'응. 좋아. 대신 하나씩만 살 수 있어.'

이 이야기의 시작이 6살이 된 윤찬이가 3살 쯤의 이야기입니다.
그 때 당시 참 뿌듯했어요.
하나만 사라고 얘기하면 딱 하나만 사서 나오는 거예요.
'아.. 내가 애의 욕구를 잘 참 들어줬나봐'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ㅋㅋㅋ
사실은 두개 사고, 세개 사고 싶은 욕구를 완전 제가 눌러버린거예요.
아무튼 그렇게 왠만해선 떼를 쓰진 않던 큰아이.
그게 당연 한줄 알았는데............

왠걸...
둘째 은찬이를 낳고 키워보니 그게 당연한게 아니였어요.
은찬이가 '형, 그거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것 처럼 자신을 표현하네요..
큰 아이의 눌러놨던 욕구를 은찬이가 강하게 비춰주네요.

은찬이는 욕구가 강한 아이입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걸 강하게 표현하고.. 
엄마의 '한개만' 수법이 통하지 않는 아이예요.
그런 동생을 보다보니 윤찬이도 뭔가 이상한걸 느꼈을 꺼예요.

윤찬이도 어느 순간 이렇게 말하더라구요.
"엄마 이거 사면 다른거 못사?"
최대한 아무렇지 않은척, 제 눈치보면서 말이죠.......

저런 말이 반복되면서 알았습니다.
내가 윤찬이에게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가질 수 없다'고 말하고 있구나.. ㅠㅠ
나는 '동생에게 사랑을 준다고, 윤찬이한테 가는 사랑이 없어지는게 아니야'라고
말만 번지르르하게 했을 뿐, 
실상은 아이에게 전혀 다른 감각을 주고 있었습니다.

'하나만'
'이거 골랐으니깐 다른건 안돼'

물론, 상황에 따라 할 수 있는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두려움에 이 말을 했고,
아이는 엄마 두려움을 돌보느라
'하나만' 말고는 다른 선택을 할 수 없었을 거예요.

아이를 질투했어요.
나는 눈치보면서 겨우 사달라고 했는데,
너는 뭐가 이렇게 당당해?
이런 맘 때문에 아이에게 선택의 폭을 넓게 줄 수가 없었어요.
이제 이 마음을 알아차리니, 아이에게 더 이상 '하나만'을 고수 할 필요가 없네요.

저는 뽑기도 이제야 주기 시작합니다.
500원 넣으면 나오는 사탕.. 맨토스.. 그게 왜 그렇게 주기 싫었을까요?
나는 가고싶은 공연 티켓, 척척 사서 가면서
아이에는 그 500원이 아까워서 주지 못했습니다.

두려움, 질투, 불안..
그것은 모두 나의 것입니다.
나의 것을 더이상 아이에게 유산처럼 물려주고 싶지 않아요.
내 아이는 자기가 원하는걸 마음껏 말하고, 또 할 수 있는 자유가 있습니다.

저는 아이가 하나를 가지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 하길 바라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아이에게 세상은 그런거라고 가르쳐왔네요.
우리 아이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펼치며 살아가길 바랍니다.

'하나만'은 내 맘 속 상처일 뿐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이들과 참 잘 놀아주시네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