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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나 Oct 18. 2021

엄마가 잘하는게 뭐야?

죄책감 대신 사랑을 알려주는 아이들


우리는 늘 부족한것에 메여 삽니다.
나는 이게 부족한 엄마야,
나는 이게 힘들어,
내가 엄마가 아니라면 우리아들은 더 잘컸을텐데.

우리는 힘들면 힘들수록
그런 감정에 더 푹 빠지곤 합니다.
누군가 내 몸을 쫙 잡아당기는 듯한
무기력을 경험하기도 하고,
어디라도 도망가고 싶은 마음으로
그 좁디 좁은 집에서
나 홀로 숨바꼭질을 하기도 하고...
돈있고 잠잘 곳만 있으면
어디라도 떠나고 싶은 그 맘으로
피하지 못해 육아를 하곤 합니다.
내가 사는 이 곳이 /지옥/이 된 것 같은 기분...
나만 아니였다면..
내가 내 아이의 엄마만 아니였더라면...


유치원에서 이번주에 /엄마참여수업/을 진행합니다.
거기에 필요하다며 아이가 종이 한장을 들고왔는데요.
문항 하나하나를 보며 필요한 것들을 채워놓다가
/3. 우리엄마가 잘하시는 것은?/
이라는 문항에서 멈춰섭니다.

내가 잘하는 것....
내가 잘하는 것...?
고민하다가 걱정반 기대반으로 아이에게 물어봅니다.
'그동안 해준게 있는데..'라는 맘으로...ㅋㅋ
아이에게 물어봅니다.
"윤찬아 엄마가 잘하는게 뭐야?"

아이는 단박에
"요리랑 정리하기"라고 말합니다.

순간.. 저는 얼음..
ㅋㅋㅋㅋㅋ
정말로~~~ 단 한번도~~
내가 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해본적 없는 단어.
요리.
정리.

사실 저는 요리랑 정리..
진짜 못하거든요.
아니.. 실은 자신 없어요.
'그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여~~'
라고 선언해놓고
청소는 일주일에 한번씩 사람써야지..
반찬은 사먹어야지..하고 다짐하곤 했었는데
아이는 저걸 제가 제일 잘한다고 비춰줍니다.

처음엔...
'나를 엿먹이나...'ㅋㅋ
'얘가 나를 멕이나....'ㅋㅋㅋ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런데 그 찰나에
몇일전 들었던 얘기가 떠올랐어요.
놀아주는게 힘들어 미치겠다던 언니의 말.
그리고 그 언니가 아들에게 물어봤다며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내가 아들한테 엄마가 제일 잘하는게 뭐냐고 물어봤어.
근데 아들이 /놀아주는거래/.
나 그동안 왜 고민한거니?"

놀아주는 것 때문에 미치고 팔짝뛰었던 언니..
그런 언니에게 아들은
'엄마 지금도 충분해요..'
'죄책감 가지지 마세요. 나는 정말로 괜찮아요'를
말해주고 싶었나봐요.

내가 못한다고 생각했던 요리와 정리...
'엄마도 할 수 있어요'를
아이가 말해주고 싶었나봐요.
'해보라고, 엄마를 믿어보라고'
나에게 용기를 주고 싶었나봐요.
'내 눈에는 엄마의 모습이 이미 충분히 멋있다'고
알려주고 싶었나봐요.
나 홀로 규정지어논 틀에서 이제는 나오라고..
내 아이가 내 손을 잡아끄네요.

아이의 눈에는 '부족한 엄마'가 없음을.....
내가 부족다며 느끼며 스스로 자책하는 것들이
실은 아이에게는 중요한 것들이 아님을...

자책의 시간을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시간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엄마 자책하지 말아요..
그 시간에 나랑 놀아요..
나를 사랑주세요' 라고
내 아이는 나에게 말하고 있나봅니다.




문항을 마무리 하다가
/2. 엄마가 좋아하는 것은?/이라는 질문에
우리 식구들을 쭉 나열해봅니다.
그 모습을 보던 아이가
/엄마도 써/라고 말해줍니다.

'엄마..도 엄마를 좋아해주세요....'

아이는 엄마를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진심으로
엄마가.. 엄마 자신을 사랑하길 바라네요.



이 사진은 엄마의 콧털까지 사랑한
아들의 그림입니다.
예쁘죠?ㅋㅋㅋㅋ


하늘에서 온 내 천사는
정말 있는 그대로 나를 비춰주네요.
이 글을 보시면
아이에게 한 번 물어보세요.

"엄마가 제일 잘하는게 뭐야?"
라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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