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율희 Nov 25. 2017

과대증이란?

정말 힘든 것 ㅜ.ㅜ

 안녕하세요! 남들보다 예민한 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쓴 진솔한 이야기입니다. 제 글이 저와 이 병을 앓고 있는 모든 분들께 희망을 심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써봅니다.







 자, 자기소개는 이 정도로 해두고..

도대체 어떤 병이길래 소개가 이리도 장황한가? 궁금하신 분들이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그것은 바로 과민성 대장증후군입니다.


아마 몇몇 분들은 실망하셨겠죠, 하지만 제 소개를 유심히 읽어보신 과대증을 앓고 계신 분들은 공감하며 고개를 위아래로 격하게 끄덕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과민성 대장 증후군, 줄여서 과대증.


과연 어떤 병일까요?


과민성 대장 증후군은 대장 내시경이나 엑스선 검사로 확인되는 특정 질환은 없지만 식사나 가벼운 스트레스 후 복통, 복부 팽만감과 같은 불쾌한 소화기 증상이 반복되며, 설사 혹은 변비 등의 배변장애 증상을 가져오는 만성적인 질환이다.                                                                        -출처 네이버 건강의학-


 단순히 병에 대한 정의만을 읽었을 때는 그다지 심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흔히 발생하는 증상쯤으로 생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과대증의 정도가 심해졌을 때는 상황이 달라집니다.


심한 과대증은 보통 가스형, 설사형, 냄새형으로 나뉘게 됩니다. 이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할 때도 있습니다.


먼저 저의 현재 증상을 얘기해볼까요?


변비와 설사를 번갈아가며 반복, 간혹 가다 큰일을 보더라도 잔변감이 남아있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 사무실에 앉아서 근무를 할 때, 긴장이 될 때 증상이 악화됩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소리 없이 가스가 새어 나와 본의 아니게 주변인을 괴롭게 한다.

식사를 거를 때가 많다.

어릴 때부터 소화기능이 약해서 자주 약을 복용하였다.

자그마한 소리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며, 주변 눈치를 많이 보게 된다.


등등 나열해보면 정말 끝도 없을 것 같은 증상들입니다.


아니 뭐 이 정도로 삶의 질까지 운운하나, 작성자가 너무 예민한 성격인 것 같은데? 

생각하실 분들을 위해서 예를 한번 들어볼까요?


아래의 예시들은 제가 직접 겪은 상황이기도 하고, 과대증을 겪고 계신 분들이 겪었던 상황을 약간 각색한 사례이기도 합니다.


 평소 과대증을 앓고 있는 A양. 오늘도 그녀는 힘들지만 돈을 벌기 위해 아침 출근길에 나섭니다. 그녀는 가스 실금을 앓고 있는데요. 회사가 1시간 정도 걸려 통근버스로 출퇴근해야 하는 그녀는 언제나 불안함과 초조함이 가득한 마음으로 버스에 오릅니다. 이런, 평소 출근길과 다르게 오늘은 유달리 교통 체증이 심하네요. A양에게도 체증이 찾아올 것만 같이 도로는 꽉 막혀 버스가 앞뒤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오늘은 조금 늦게 준비하는 바람에 이 버스에서 내릴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A양의 심적 부담은 점점 커져오고, 오늘 아침을 안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소화가 안 되는 느낌이 들어 안절부절못하게 됩니다. 발을 동동 구르던 그녀, 역시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스와 함께 그녀의 체취가 스멀스멀 피어오르는군요. 한두 명씩 슬슬 반응이 오기 시작합니다. 먼저 누군가 킁킁거리며 코를 막는 제스처를 취하는가 하면, 누구는 창을 열어 환기를 시키죠. 그녀는 반응 때문에 더 격하게 가스를 뿜어냅니다. 사람들은 참다못해 그녀를 째려보며 내리라는 무언의 압박을 줍니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회사 지각을 각오하며, 운전기사님께 내려달라 합니다. 오늘도 하루가 고되네요.


 과대증을 앓고 있는 B군. 그는 신체 건강한 대학생입니다. 하지만 변비기가 있어서 늘 아침마다 고생을 하고 있죠. 그런데 오늘은 하루의 시작이 좋으려고 그러는지 아침 쾌변을 보았습니다. 유레카~~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도 잠시, 그는 곧 침울해집니다. 오늘이 조별 과제 발표날이기 때문이죠. 아프다는 핑계로 조별 과제 참여율이 저조했던 B군은 조원들에게 등 떠밀려 발표를 맡게 된 겁니다. 그렇게 무거운 발걸음을 학교로 옮기게 되는데요. 이윽고 발표 시간. 평소 B군의 만행(?)을 잘 알고 있던 교수님과 학생들의 싸늘한 비웃음 속에 그는 발표를 이어나갑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B군은 긴장이 되어 아침에 소화되었던 것들이 다시 역류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으며 힘겹게 발표를 진행합니다. 식은땀이 흐르고 점점 흐려지는 의식을 붙잡으며 발표를 하고자 하지만, 그럴수록 긴장이 되어 뱃속에서 천둥소리와 같은 꾸르르르륵 거리는 소리가 나고, 조용한 강의실을 메아리처럼 가득 메워버렸습니다. 몇 초간의 정적 후 학생들과 교수의 웃음소리에 잠시 발표가 중단되기에 이릅니다. 이후 B군은 휴학계를 냈다고 합니다.


 위 두 사례에서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과대증이라는 것은 심인성 질환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평소에는 좋다가도 한번 나쁘기 시작하면 정말 끝도 없이 악화되는 병이 바로 과대증인 것이죠.

주변인의 반응에 따라 과대증이 악화되기도 하고 완화되기도 하는 신기하고 마법 같은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직장 동료, 친구들, 주변 지인에게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되고, 동시에 나 자신을 더욱 채찍질하고 더 자책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그만큼 주위의 관심, 포용과 이해가 필요한 병이 바로 과대증입니다. 이 병은 원인도 알 수 없으며, 초기 증상도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무서운 병입니다.


 과대증을 평소에 가볍게만 알고 있거나,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사람들을 위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완치하기 힘든 질환이니만큼 주변인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보듬어주고 이해해주고, 진심으로 안타까워해주는 건강한 사회가 되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전 01화 과민해도 괜찮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