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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희 Jul 20. 2021

과대증에도 369 증후군이 있다!?

과대증, 그리고 사람들.

 안녕하세요! 남들보다 예민한 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쓴 진솔한 이야기입니다. 제 글이 저와 이 병을 앓고 있는 모든 분들께 희망을 심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글을 써봅니다.








과대증에 대한 간단한 소개에 이어 오늘은 인간 관계에 대해서 고찰해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흔히 이런 말이 있죠? 직장 생활은 3개월, 6개월, 9개월을 주기로 권태기(무기력증)가 찾아온다고...

과대증도 마찬가지로 주기적으로 악화되는 시기가 찾아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에 따라 저의 생활도 롤러코스터를 타게 되죠..


완화 → 안심, 관리 소홀 → 방치, 나태 → 악화 → 심각성 인지 → 우울증(심하면 자살충동) → 힘들게 관리 → 완화


저의 경우도 369 주기로 이런 사이클을 탔던 것 같습니다. 완화는 되더라도 완치는 못했죠. 그리고 그 주기에 따라 저의 성격도 점점 바뀌게 되었습니다.


본래 성격이 활발해서 자주 돌아다니고, 졸업해서도 친구들과 주기적으로 만나고 꾸준히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 과대증이 악화되면서 친구들과의 만남은커녕, 그 흔한 외출조차 저에겐 고역이 되어버렸습니다.


 맨 처음 증상을 인지했을 때는, 너무 어려서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였고, 그저 우울한 마음만 가득했습니다. 아무에게도 저의 증상을 말할 수가 없었고 고민을 털어놓을수도 없었습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고요. 그 때는 관리만 잘하면 완치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습니다. 후에 완치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낙담했지만, 그 당시에는 실낱같은 희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과대증이 심해지고 주위의 반응도 격해져감에 따라 저는 결국 첫 직장에서 권고사직을 당하게 됩니다. 그렇게 다시 취준생이 되었고, 또 금방 직장을 구해서 몇 달 일하다 과대증이 심해져서 그만두는 일을 반복하게 됩니다.


 이렇게 여러 직장을 거치면서, 저의 이력서에는 흠이 되었지만 제 굳어버린 생각과 행동에는 큰 변화가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회사는 혼자서 일하는 곳이 아닌, 동료들과 협력하여 이끌어나가는 곳입니다. 그렇죠. 공동체를 이루어 생활해야하는 곳입니다. 하루 9시간 이상을 동료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야 하는 곳인거죠. 과대증을 앓는 분들에게는 이러한 점이 가장 큰 고충입니다. 저희에게는 인간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마주하지 않기 위해 개인적인 공간이 필요합니다만 불가능하죠. 대부분의 회사는 자리가 파티션으로 나뉘어져 있지만 책상이 따닥 따닥 붙어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간격이 아주 협소합니다. 어떻게 하든 가까이 붙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인거죠.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긴장이 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생기면 금방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심해지는 것이죠. 가스가 스멀스멀 올라오고 냄새가 주위로 퍼지며 주위 사람들에게 불쾌함을 주게 됩니다. 회사에 들어온지 얼마 지나지 않을 때는 그나마 반응이 약합니다. 하지만 한달, 세달, 반년 지속되는 냄새와 그로인한 꿉꿉한 공기에 동료들은 하나 둘 불만을 표하고, 심지어는 회사 내 따돌림까지 경험하게 됩니다. 대놓고 '너! 냄새나! 저리가!' 이렇게 반응하는 것이 아닌, 뒷담화를 하거나 대화를 섞지 않는 등 아주 유치한 따돌림을 당하게 됩니다.


 초반에는 정말 우울했습니다. 정말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어느 날은 외근을 나갔다가 회사로 복귀하는 길에 횡단 보도에서 신호가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수많은 차들이 지나갔고, 저는 해서는 안될 생각까지 해버립니다. 


'확 차에 치여서 이 모든 것을 끝내고 싶다...'


행동으로 취하지는 않았지만,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이게 뭐라고 내 삶에까지 이리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곰곰히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쇼크를 받고서, 저는 정신을 차리게 되었습니다. 물론 얼마 지나지않아 회사로부터 권고사직을 통보받았지만, 과대증을 완화시켜주는 저만의 긍정적인 마음이 되살아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비록 회사는 짤렸지만, 대신 인생의 소중한 경험을 얻게 된 것 같아서 마음이 후련하였습니다.


여러 회사를 거치고, 수많은 일을 겪으며 내 나름대로 세운 철칙이 있습니다. 먼저 간단히 소개하자면,



역지사지의 마음을 갖자!

'남에게 불쾌한 냄새가 났을 때 나는 과연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항상 마음 깊이 새기자. 또한 과대증에 대한 기본 지식이 없는 사람들이 우리에게 마냥 우호적으로 대할 것이라 생각하지 말자.


가끔은 철면피가 되자!

주위의 비난과 괄시에 눈과 귀를 닫고 오직 나만을 위해 살아가다 보면 당신의 과대증도 조금 완화되어 있을 것이다. 그렇게 살아가다 정말 힘이 들 때, 주위에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친구와 가족에게 마음을 털어놓고 도움을 구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꾸준히 자기관리를 하자!

자기 관리에는 여러가지가 포함되어 있지만,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운동이다. 격한 운동까지도 필요없고, 아침 저녁으로 동네 한바퀴를 꾸준히 달리다보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져 있을 것이다.



 과대증과 인간 관계에 대한 어려움은 정말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입니다. 하지만 제가 장담하는 한가지는, 분명히 증상이 완화되는 날이 온다는 것입니다. 제가 위에 적은 세가지 사항들을 항상 마음속에 새기고 실천한다면 여러분 모두 증상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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