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과 투자 현장에서의 여섯 계단
스타트업의 세계는 늘 불확실성과 선택의 연속입니다.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결정을 내려야 하고, 남들과 다른 혁신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바로 비판적 사고(Critical Thinking) 입니다.
벤자민 블룸(Benjamin Bloom)이 제시한 교육목표 분류학(Bloom’s Taxonomy) 은 비판적 사고를 여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합니다. 이는 단순한 학습 이론이 아니라, 스타트업 창업자와 투자자가 실제로 문제를 해결하고 기회를 잡는 데 유용한 사고의 계단입니다.
스타트업 초기에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기본 정보의 축적입니다.
예를 들어, 창업자가 시장에 진입하려 할 때, 경쟁사 이름, 가격대, 고객 수요 데이터를 외워두고 있어야 합니다. 투자자 역시 초기 검토 단계에서 창업자의 이력, 시장 규모, 최근 트렌드 같은 사실 정보를 정확히 기억해야 제대로 된 논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기억한 정보를 단순히 나열하는 것을 넘어, 그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창업자가 “우리 시장은 10조 원 규모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투자자는 그 수치가 실제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해석해야 합니다.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실제 TAM(총 시장), SAM(접근 가능한 시장), SOM(점유 가능한 시장) 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면 이해 단계에 올라선 것입니다.
이제는 지식을 실제 의사결정이나 실행에 적용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린스타트업(Lean Startup) 방법론을 배운 창업자가 고객 인터뷰 기법을 실제로 적용해 MVP를 검증하는 것이 이 단계입니다. 투자자라면, 포트폴리오 관리 원칙을 실제 기업 평가에 적용하여, 어떤 기업에 더 많은 후속 투자를 배분할지를 판단하는 과정이 해당됩니다.
스타트업 현장은 항상 복잡합니다. 따라서 데이터를 쪼개어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매출이 늘었는데도 현금흐름이 나빠졌다면, 원인을 항목별로 분석해야 합니다. 마케팅 비용의 급증인지, 수금 주기의 문제인지, 아니면 고정비 증가인지 분해하는 것이 분석의 단계입니다. 투자자 역시 팀의 장점과 약점을 나눠보고, 시장 구조를 쪼개어 어떤 부분에서 경쟁력이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제는 분석된 정보를 토대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예를 들어, 창업자가 두 가지 사업 모델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단순히 “더 좋아 보인다”가 아니라, 데이터와 논리로 선택지를 평가해야 합니다. CAC(고객 획득 비용), LTV(고객 생애 가치), 시장 성장성 등 근거를 들어 합리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평가 단계의 사고입니다.
투자자 역시 여러 스타트업 중 어느 곳에 투자할지, 왜 그 결정을 내렸는지를 투자심의위원회에서 근거로 제시해야 합니다.
비판적 사고의 최고 단계는 바로 창조입니다.
스타트업의 본질은 결국 새로운 조합과 연결을 통해 세상에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배달앱이 단순히 음식 배달을 넘어, 소상공인 POS 데이터와 결합해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창출하는 것은 창조 단계의 사고입니다. 투자자 역시 단순히 돈을 넣는 것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기업들을 서로 연결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면, 창조적 사고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이 여섯 단계는 단순히 교육학적 이론이 아니라, 스타트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실제 전략입니다.
창업자는 기초 정보를 기억하고, 의미를 이해하며, 적용을 통해 실행력을 보여야 합니다.
이후 분석과 평가를 통해 더 좋은 선택을 하고, 최종적으로는 창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투자자는 각 단계에서 창업자를 검증하고, 함께 사고의 계단을 올라가는 동반자가 되어야 합니다.
Bloom’s Taxonomy에 따른 6단계 사고의 계단입니다. 아래 각 단계는 원문 내용을 제가 좀 각색 했습니다.
원문 설명: “Recall basic facts and information to build a foundation for deeper understanding.”
해설: 기초 사실과 용어를 정확히 떠올려야 다음 단계가 가능합니다. 데이터·용어·정의가 흔들리면 이후 판단이 전부 왜곡됩니다.
동사: Cite, Define, Describe, Identify, Name, Label; List, Match, Memorize, Name, Outline, State; Recall, Recognize, Repeat, Select, State (인용하다, 정의하다, 묘사하다, 식별하다, 이름 붙이다, 라벨 붙이다, 나열하다, 맞추다, 암기하다, 이름 말하다, 개요 작성하다, 진술하다, 회상하다, 인식하다, 반복하다, 선택하다, 진술하다)
현장 사례:
시장 리서치 기본치 외우기: TAM/SAM/SOM 정의, 주요 경쟁사·가격대·채널 리스트업.
투자 DD 체크리스트 암기: 재무제표 기본 항목, 핵심 규제 조항, 계약서 주요 용어.
영업 스크립트 핵심 문구 반복 숙지: 문제 정의, 가치제안 한 문장, USP 3가지.
원문 설명: “Grasp the meaning behind the info and explain it in your own words.”
해설: 수치를 ‘내 말’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념 간 연결과 맥락을 말로 풀 수 있으면 이해 단계입니다.
동사: Clarify, Classify, Compare, Contrast, Demonstrate, Discuss; Explain, Exemplify, Illustrate, Interpret, Outline, Paraphrase; Predict, Restate, Review, Summarize, Translate (명확히 하다, 분류하다, 비교하다, 대조하다, 시연하다, 토론하다, 설명하다, 예시 들다, 삽화를 넣다, 해석하다, 개요 작성하다, 바꾸어 말하다, 예측하다, 다시 진술하다, 검토하다, 요약하다, 번역하다)
현장 사례:
시장 10조라는 숫자를 TAM/SAM/SOM으로 해석해 현실 점유 가능 영역을 설명.
고객 페르소나를 사례로 풀어 “왜 이들이 지불의사를 갖는가”를 이야기로 정리.
투자 미팅에서 용어를 바꿔 말해(Paraphrase) 상호 이해도 확인.
원문 설명: “Use what you know in real-life situations to solve problems or perform tasks.”
해설: 배운 프레임·공식을 실제 과제에 쓰는 단계입니다. 실행이 시작됩니다.
동사:
Adapt, Apply, Calculate, Dramatize, Employ, Execute; Illustrate, Implement, Modify, Operate, Perform; Practice, Schedule, Sketch, Solve, Use (적응하다, 적용하다, 계산하다, 극화하다, 활용하다, 실행하다, 삽화로 설명하다, 구현하다, 수정하다, 작동하다, 수행하다, 연습하다, 계획하다, 스케치하다, 해결하다, 사용하다)
현장 사례:
린인터뷰 가이드(배운 것)를 실제 고객 10명에게 적용하여 가설 검증.
코호트 지표를 계산(Calculate)해 채널별 LTV/CAC를 산출하고 운영예산에 반영.
세일즈 플레이북을 일정화(Schedule)하고 데모 스크립트를 반복 연습(Practice).
원문 설명: “Break down complex ideas into parts to see how they relate and work together.”
해설: 현상(매출 증가, 이탈 증가 등)을 구성요소로 쪼개 원인·관계를 밝힙니다. 구조가 보이면 레버가 보입니다.
동사(Verbs): Analyze, Break down, Categorize, Compare, Contrast, Deduce; Diagram, Differentiate, Examine, Inspect, Investigate, Organize; Outline, Prioritize, Question, Separate, Simplify, Test (분석하다, 분해하다, 분류하다, 비교하다, 대조하다, 추론하다, 도식화하다, 구분하다, 조사하다, 검사하다, 탐구하다, 조직하다, 개요 작성하다, 우선순위를 정하다, 질문하다, 분리하다, 단순화하다, 시험하다)
현장 사례:
매출 늘었는데 현금흐름 악화: 결제주기, 원가, 선할인, 미수금으로 분해(Break down)해 병목 파악.
퍼널 분석로 이탈 구간을 구분(Differentiate)하고 우선순위(Prioritize) 실험 목록 작성.
경쟁사 기능을 카테고리화(Categorize)하여 차별 포인트와 모방 비용을 도출(Deduce).
원문 설명: “Assess data, make judgments, and back up your decisions with clear reasoning.”
해설: 대안을 근거로 저울질해 선택하는 단계입니다. 논리·증거로 결론을 방어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동사: Appraise, Argue, Assess, Critique, Debate, Defend; Evaluate, Judge, Justify, Measure, Rate, Recommend; Review, Support, Validate, Verify, Weigh (평가하다, 논증하다, 판단하다, 비평하다, 토론하다, 옹호하다, 검토하다, 판정하다, 정당화하다, 측정하다, 등급을 매기다, 권고하다, 재검토하다, 지지하다, 입증하다, 검증하다, 저울질하다)
현장 사례:
두 가격전략 A/B를 KPI로 측정(Measure)·평가(Evaluate)하고 권고(Recommend)안 제시
투자심의에서 리스크·리턴을 가중치로 평가(Rate)하고 왜 그 결정을 했는지 정당화(Justify).
실험 결과를 검증(Validate/Verify)해 우연이 아닌 효과임을 입증, 반론에 대비(Defend).
동사: Assemble, Compose, Construct, Design, Develop, Devise; Formulate, Generate, Innovate, Integrate, Invent; Originate, Plan, Produce, Propose, Write (조립하다, 구성하다, 구축하다, 설계하다, 개발하다, 고안하다, 공식화하다, 생성하다, 혁신하다, 통합하다, 발명하다, 창안하다, 계획하다, 생산하다, 제안하다, 쓰다)
결제데이터와 물류데이터를 통합(Integrate)해 신규 수익모델을 설계(Design)·정식화(Formulate).
기존 B2C 기능을 조합(Assemble)해 B2B 패키지 상품을 창안(Invent)하고 제안(Propose).
포트폴리오 내 기업을 연결(Integrate)해 공동상품을 기획(Plan)·제작(Produce).
출처
이 글은 Justin Wright가 제작한 인포그래픽 〈Master Critical Thinking: 99 Verbs for 6 Levels of Bloom’s Taxonomy〉 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블룸의 교육목표 분류학(Bloom’s Taxonomy)을 스타트업과 투자 현장에 연결하여 해설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