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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셀러레이터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2회차

우리가 주는 가치는 무엇인가?

by 두드림

우리가 주는 가치는 무엇인가?


액셀러레이터는 자신을 “창업자를 돕는 존재”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이 공허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주는 가치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질문은 단순한 자기 소개가 아니라, 생존을 결정짓는 본질적 물음이다.


가치를 둘러싼 착각


액셀러레이터가 흔히 스스로 내세우는 가치는 “멘토링 제공”, “투자 연계”, “교육 프로그램 운영”이다. 그러나 이것은 가치라기보다는 기능에 가깝다. 창업자가 진짜 원하는 것은 변화이지 기능의 나열이 아니다.

예를 들어, 창업자가 액셀러레이터와 함께 3개월을 보냈다고 하자. 멘토링도 받았고, 교육도 이수했으며, 발표 무대도 올랐다. 그러나 정작 첫 고객을 만나지 못했고, 후속 투자를 받지 못했으며, 제품의 시장 적합성(PMF)을 검증하지 못했다면, 창업자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결국 “좋은 경험이었다”는 피상적 소감뿐일 수 있다. 이것은 가치가 아니라 이벤트다.


가치의 본질은 변곡점


나는 액셀러레이터가 제공해야 할 진짜 가치는 “창업자가 변곡점을 통과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창업자가 성장의 경로에서 맞닥뜨리는 변곡점은 크게 세 가지다.

첫 고객을 만나는 순간

후속 투자를 확보하는 순간

제품-시장 적합성(PMF)을 검증하는 순간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만들어줄 수 있다면, 액셀러레이터는 창업자에게 분명한 가치를 남긴다. 반대로 이 변곡점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화려한 프로그램을 운영해도 그 가치는 공허하다.


가치를 증명하는 방법


문제는 어떻게 그 가치를 증명하느냐이다. 나는 다음과 같은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


성과 지표를 창업자 중심으로 설정한다.
정부나 후원사가 요구하는 KPI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창업자가 실제로 겪는 변화를 지표로 삼는다.
예: “3개월 내 첫 유료 계약 1건 이상”, “코호트 종료 후 6개월 내 후속 투자 유치율 30% 이상”


고객 연결을 시스템화한다.
단순히 멘토를 소개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 산업 현장의 잠재 고객과 연결해주는 네트워크를 갖춘다.


실험을 지원한다.
창업자가 가설을 검증하고 시장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파일럿 프로젝트, PoC(Proof of Concept), 유료 베타 서비스 등이 그 예다.


성과를 함께 측정한다.
액셀러레이터와 창업자가 함께 목표를 세우고, 성과를 측정하며, 결과를 공유한다. 이것은 일방적 보고가 아니라 공동의 학습 과정이 되어야 한다.


실패한 가치와 성공한 가치


나는 업계에서 두 가지 극단적인 사례를 보았다.


하나는 실패한 가치의 사례다. 어떤 액셀러레이터는 매년 수십 개 팀을 선발했지만, 정작 졸업 후 살아남는 팀은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 보고서에는 “50팀 선발, 200건 멘토링” 같은 숫자가 채워졌다. 창업자에게는 남는 게 없었고, 결국 그 액셀러레이터는 몇 년 만에 문을 닫았다.


반대로 성공한 가치의 사례도 있다. 소규모였지만 철저히 고객 연결에 집중한 액셀러레이터가 있었다. 이곳은 매년 단 10팀만 선발했다. 대신 업계 고객 네트워크를 통해 파일럿 프로젝트를 성사시켰고, 창업자 대부분이 첫 매출을 올릴 수 있었다. 규모는 작았지만 창업자에게는 진짜 가치가 있었다. 이 액셀러레이터는 지금도 신뢰를 바탕으로 생태계에서 살아남아 있다.


나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


나는 이 사례들을 보며 나 자신에게 질문한다.


“나는 창업자에게 어떤 변곡점을 만들어주고 있는가?”
“내가 제공하는 것은 단순한 기능인가, 아니면 실질적 변화인가?”


이 질문 앞에서 솔직해지지 않으면, 나는 그저 이벤트 기획자일 뿐이다. 액셀러레이터로서 살아남고 싶다면, 반드시 창업자의 변곡점을 만들어주는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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