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셀러레이터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3회차

우리의 수익 모델은 건전한가?

우리의 수익 모델은 건전한가?

액셀러레이터라는 단어 속에는 늘 “지원”과 “투자”라는 이미지가 함께 따라다닌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 액셀러레이터의 다수는 자생적 모델을 갖추지 못한 채, 정부 지원금이나 기업 CSR 예산에 의존해 운영된다. 이것은 단기적으로는 버팀목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구조적 위기를 내포한다. 결국 “우리의 수익 모델은 건전한가?”라는 질문은 액셀러레이터의 존속 여부를 결정짓는 본질적 질문이 된다.

지원금의 양날의 검

한국의 창업 생태계는 정부가 주도해 성장해왔다. 정책적 의지가 없었다면 지금의 스타트업 붐은 존재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정부는 액셀러레이터에게도 상당한 역할을 부여했다. 선정된 액셀러레이터는 운영비를 지원받고, 창업팀을 선발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구조가 지원금 의존형 생태계를 고착화시켰다는 점이다.
지원금이 있을 때는 활발하게 움직이다가도, 지원금이 끊기면 조직은 순식간에 흔들린다.
창업자에게는 “정부 과제에 선정되면 살아남고, 떨어지면 끝”이라는 잘못된 신호를 주기도 한다.
이것은 창업자에게 자생 모델을 강조하는 액셀러레이터 스스로의 설득력을 약화시킨다.

CSR 예산의 불안정성

기업의 CSR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이 사회적 기여를 위해 일시적으로 마련한 예산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그러나 그것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CSR은 기업 실적과 이미지 전략에 따라 손쉽게 변동된다. 예산이 줄어드는 순간, 그 CSR에 의존하던 액셀러레이터 역시 위기를 맞는다.

CSR은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이 아니라 “변동 가능한 후원”일 뿐이다. 후원은 언제든 끊길 수 있다. 따라서 CSR 예산에 기대는 액셀러레이터는 구조적으로 취약하다.

해외 사례 – 자생 모델의 다양성

해외의 주요 액셀러레이터들은 일찍이 자생적 수익 모델을 구축했다.

Y Combinator는 초기 투자 후 지분을 확보하고, 성공한 스타트업의 엑시트에서 회수한다.

Techstars는 기업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어 유료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각 기업은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비용을 지불한다.

Seedcamp나 500 Startups 같은 유럽·미국 액셀러레이터도 펀드 운용과 교육 서비스, 글로벌 컨퍼런스를 통해 다양한 수익원을 확보했다.

이들은 단순히 지원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시장 속에서 가치를 판매하는 사업자로 자리 잡았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도 흔들리지 않고, 오히려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낼 수 있다.

건전한 수익 모델의 조건

나는 액셀러레이터의 수익 모델이 건전하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각화 – 단일 수익원에 의존하지 않는다. 펀드 운용, 유료 교육, 컨설팅, 네트워크 멤버십 등 최소 3가지 이상의 수익원이 필요하다.

지속성 – 예산 삭감이나 정책 변화에도 끊기지 않는 구조여야 한다. 정기 구독형 서비스나 장기 파트너십 계약이 이에 해당한다.

고객 지불 의사 – 창업자, 기업, 투자자 중 누군가는 기꺼이 비용을 지불할 만큼 가치를 느껴야 한다. 무료로만 제공되는 것은 건전한 모델이 아니다.

창업자 중심성 – 수익 모델이 창업자와 상충하지 않아야 한다. 창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신뢰를 해친다.

나의 성찰 – 우리는 어떤가?

나는 이 질문 앞에서 늘 불편하다. 우리 역시 많은 부분에서 정부 사업에 기대어 있다. 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도, 창업팀을 모집할 때도, 성과를 보고할 때도 정부의 틀 안에서 움직일 때가 많다. 물론 그것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위험하다.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만약 내일 정부 지원이 모두 끊긴다면, 우리는 여전히 살아남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우리의 수익 모델은 건전하지 않다.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는 것

건전한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창업자에게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고, 그것을 유료 서비스로 전환하는 길.

기업에게 스타트업과의 협력 기회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파트너십 비용을 받는 길.

투자 펀드를 조성해 후속 투자 성과에서 수익을 얻는 길.

지식과 네트워크를 콘텐츠화해 교육·출판·컨퍼런스로 확장하는 길.

이 길은 쉽지 않다. 그러나 반드시 가야 한다. 액셀러레이터가 창업자에게 자생 모델을 요구한다면, 우리 역시 똑같은 요구 앞에 서야 하기 때문이다.

나 자신에게 던지는 최종 질문

그래서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자생할 수 있는 모델을 세우고 있는가?”
“내일 정부 지원이 끊겨도 나는 살아남을 수 있는가?”

이 질문에 솔직하게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나는 액셀러레이터가 아니라, 창업가로서의 액셀러레이터가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