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은 창업가적 조직인가?
액셀러레이터를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외부적 성과에만 집중한다. 몇 개 팀을 선발했는지, 얼마의 후속 투자가 일어났는지, 어떤 네트워크를 만들었는지 같은 지표들 말이다. 하지만 나는 점점 더 깨닫는다. 진짜 성패는 내부에 있다. “우리 팀은 창업가적 조직인가?”라는 질문이야말로 액셀러레이터의 본질을 가르는 기준이다.
운영자는 절차를 관리한다.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일정을 맞추고, 보고서를 제출한다.
반면 창업가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설계하고, 자원을 새롭게 엮어내며, 실패를 학습의 자산으로 바꾼다.
액셀러레이터 팀이 단순 운영자 집단이라면, 그 결과는 뻔하다. 매년 같은 방식의 프로그램이 반복된다. 보고서는 잘 채워지지만 창업자에게 남는 것은 없다. 반대로 팀이 창업가적 태도를 가진다면, 프로그램은 매년 다르게 진화하고, 창업자는 새로운 방식으로 성장하며, 실패조차 데이터로 남아 다음을 준비한다.
나는 이 차이가 액셀러레이터의 생존을 결정한다고 믿는다.
그렇다면 액셀러레이터 팀이 창업가적이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나는 네 가지 조건을 꼽고 싶다.
실험 정신
프로그램 하나도 실험처럼 설계해야 한다. 올해 시도한 방식이 효과적이지 않다면, 내년에 그대로 반복해서는 안 된다. 작게라도 새로운 요소를 넣고, 데이터를 모으고, 개선해야 한다.
빠른 실행과 학습
회의가 길어질수록 실행은 늦어진다. 창업가적 조직은 “작게 실행 → 빨리 검증 → 다시 개선”의 루프를 끊임없이 돌린다.
자율과 책임
팀원이 단순 행정요원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권한과 책임이 동시에 주어져야 한다.
실패를 학습으로 전환하는 문화
프로그램을 했는데 창업자가 성장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실패다. 그러나 그것을 탓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실패를 데이터화해 다음 실험의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액셀러레이터는 창업자에게 늘 “실험하라, 배우라, 빠르게 움직이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 스스로는 행정적 안정성에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가? 창업자와 같은 언어를 쓰려면, 우리가 창업자와 닮아야 한다.
나는 종종 창업자와 대화를 나누며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들은 매일 새로운 가설을 검증하고, 고객을 만나고, 팀을 설득한다. 반면 우리 팀은 익숙한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반복하며, 안전한 틀 속에 머물고 있지는 않은가? 만약 그렇다면, 창업자와 진정한 동료로 설 수 없다.
내가 아는 한 액셀러레이터는 매년 같은 교육 커리큘럼을 반복했다. “창업 교육의 표준”이라 불렸지만, 정작 창업자는 “새로울 게 없다”고 말했다. 그 팀은 행정 보고에는 모범적이었으나, 결국 창업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반대로 또 다른 액셀러레이터는 매년 커리큘럼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전년도 창업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올해는 고객 인터뷰 실습에 집중하고, 내년에는 투자자 모의 협상 훈련을 추가하는 식이었다. 실패한 세션도 많았지만, 그 데이터가 쌓이며 점점 프로그램은 정교해졌다. 창업자들은 “여기는 진짜 우리와 같이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창업가적 조직의 힘이다.
나는 이 질문 앞에서 늘 불편하다. 우리 팀은 과연 창업가적 조직인가? 아니면 행정적 운영자 집단인가?
우리는 매년 프로그램을 개선하고 있는가, 아니면 보고서용 형식을 반복하고 있는가?
팀원들은 창업자와 같은 긴장감을 느끼고 있는가, 아니면 안정된 급여 속에 안주하고 있는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실험을 장려하는가, 아니면 실패를 숨기고 피하려 하는가?
나는 솔직히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부족함을 인정하는 순간이 곧 시작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팀 운영 방식에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실험 기록: 모든 프로그램에 대해 실험 가설과 결과를 기록해, 다음에 개선할 근거로 삼는다.
짧은 실행 주기: 3개월 이상의 계획보다 2주 단위의 실행과 검증을 기본으로 한다.
피드백 루프: 창업자, 투자자, 멘토의 피드백을 팀이 공유하고, 바로 개선에 반영한다.
학습 문화: 실패 사례를 공유하는 시간을 정례화해, 실패를 숨기지 않고 학습 자산으로 만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스스로에게 묻는다.
“우리 팀은 창업가적 조직인가?”
“창업자에게 요구하는 것을 우리 스스로 실천하고 있는가?”
이 질문에 정직하게 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단순 운영자가 아니라 진짜 창업가적 액셀러레이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