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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인력을 채용할 때 가져야 하는 두 가지 시선

by 두드림

면접장을 꾸릴 때 나는 늘 두 개의 의자를 떠올린다.


하나는 일을 맡기고 결과를 받아볼 사람을 위한 의자, 다른 하나는 앞으로 같은 풍경을 오래 바라볼 동료를 위한 의자다.


의자는 비슷해 보이지만, 앉는 순간부터 대화의 결이 달라진다. 채용의 어려움은 대개 여기서 시작된다. 의자를 하나만 두고 모든 후보를 앉히려 할 때, 질문도 흐려지고 결정도 흔들린다.


일을 시킬 사람: 계약은 명확하게, 관계는 담백하게


초기 리브랜딩이 필요한 한 제품이 있었다.


외부 디자이너 A와는 “로고 리프레시–가이드라인 12페이지–패키지 3종 목업–2회 수정”까지를 범위로 정했고, 착수금·중도금·잔금의 지급 시점과 산출물의 파일 형식, 검수 기준을 문서로 박았다. 4주 뒤, 약속대로 결과물을 받았고,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다음 협업을 기약했다. 서로의 감정에 지나치게 기대지 않아서 좋았고, 명확한 경계 덕분에 신뢰가 남았다.


이 관계의 키워드는 효율과 공정함이다. 역할–책임–보상이 서로에게 또렷하면, 고용형태가 계약직이든 프리랜서든 중요하지 않다. 하루라도 빨리 일을 완결시키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대화는 대체로 이렇게 흘러간다.


“우리가 원하는 결과는 ○○입니다. 범위는 여기까지고, 일정은 △△입니다. 산출물은 이 형식으로, 검수 기준은 이렇습니다. 이 조건에 합의되면 시작합니다.”


감정의 온도를 적절히 낮추는 능력은 이런 협업에서 큰 장점이 된다. 일의 기준이 문서에 있고, 평가는 결과물에 있으며, 관계의 종료는 깔끔한 인사로 충분하다. 일시적인 동행일수록 각자의 품격은 ‘끝을 어떻게 내느냐’에서 드러난다.


함께 갈 사람: 맞춤이 아니라 기준으로 초대하기


반대로, 어떤 개발자 B와의 대화는 전혀 달랐다.


초기 팀이었고, 앞으로 몇 년을 두고 제품을 함께 키워야 하는 상황. 이 경우에 가장 중요한 건 스킬시트가 아니었다. 내가 누구인지, 이 조직이 뭘 향해 가는지, 그 길에서 무엇을 감내해야 하는지를 먼저 드러내는 일이었다.


그래서 대화를 이렇게 열었다.


“우리는 빠르게 배우는 팀이고, 배운 것을 제품에 바로 녹입니다. 그래서 실험이 잦고, 실패도 잦습니다. 보상은 시장 평균에 비해 초반엔 낮을 수 있어요. 대신 ‘함께 만든 것’의 가치는 커지고, 의사결정의 투명성을 약속합니다. 주중엔 야간 배포가 있을 수 있고, 주말엔 고객 이슈에 대응할 때도 있습니다. 이 리듬이 불편하면, 지금 서로에게 좋은 선택이 아닐 수 있어요.”


여기서 중요한 원칙이 하나 있다.


새로 영입되는 사람에게 맞추려 하지 않는 것.


동행자는 내가 이미 만들어 놓은 무대에 올라올 사람이지, 무대를 새로 꾸며줄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실수하는 지점은 이 무대를 흔드는 순간이다. 마음에 드는 후보를 붙잡기 위해 문화의 기준을 낮추거나, 리듬을 바꾸거나, 원칙의 문장을 덜어내는 것. 단기적으로는 채용이 쉬워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정체성을 잃는다.


B는 잠시 생각하고 이렇게 말했다.


“솔직하게 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기대한 연봉은 조금 더 높았지만, 이 방식에 동의합니다. 다만 6개월 뒤 역할 확장과 보상 재협의를 약속받을 수 있을까요?”


우리는 그 자리에서 ‘6개월 뒤 역할·보상 재정의’라는 마일스톤을 문서에 넣었다. 그리고 시작했다. 함께 간다는 건 결국 서로의 기준이 부딪힌 뒤에도 같은 문장으로 복기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동행은 합리적 타협의 결과가 아니라, 명확한 기준을 공유한 뒤의 자발적 선택에서 탄생한다.


주니어 인재라는 과제: 시간을 들여 ‘가능성의 증거’를 모으는 법


가끔은 두 의자 어디에도 바로 앉히기 어려운 사람이 있다.

능력의 증거가 부족하고, 자신의 비전도 아직 흐릿한 주니어다. 이때 성급히 ‘함께 갈 사람’으로 선언하거나, 반대로 완전히 외부 리소스로만 대할 필요는 없다. 장기 인턴십이라는 세 번째 통로를 열어 두면 좋다. 일을 시켜보되, 관찰의 기준을 미리 정하고, 성장의 방향을 함께 설계한다.


한 인턴 C와는 3개월을 이렇게 보냈다.


첫 달엔 관찰과 모사에 집중했다. 기존 문서와 산출물을 베껴 만들되, 왜 이 구조가 되었는지 이유를 적게 했다. 둘째 달엔 작은 자율을 줬다. 고객 응대 매뉴얼 한 섹션을 C의 언어로 바꾸게 하고, 실제 사용 피드백을 받게 했다. 셋째 달엔 책임의 실험을 했다. 이번엔 미니 프로젝트의 PM을 맡겼다. 범위는 작았지만, 기획–실행–회고의 전 단계를 통과해야 했다.


세 달이 지나니, C는 어떤 사람인지 또렷해졌다. ‘일을 시킬 사람’으로도 꽤 유능했고, 무엇보다 배움을 즐기는 태도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서 6개월 계약을 추가로 제안하고, 그다음에야 ‘함께 갈 사람’의 후보로 올려두었다.


주니어 채용의 요령은 결국 이것이다. 사람을 성급히 규정하지 않되, 성장을 막연히 믿지도 않는 것. 시간을 들여 가능성의 증거를 모으는 일.


두 의자를 구분하는 말의 온도


두 의자는 말의 온도부터 다르다.

일을 시킬 사람과는 “무엇을, 언제까지, 어떻게”를 기준으로 대화한다. 함께 갈 사람과는 “우리는 누구이며, 어디로, 어떤 리듬으로”를 중심에 둔다. 전자는 합의를 빠르게, 후자는 이해를 깊게 만든다. 어느 쪽이 더 고급이거나 더 ‘사람답다’는 문제가 아니다.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언어가 달라지는 것뿐이다.


그래서 채용을 시작하기 전, 스스로에게 몇 가지를 묻곤 한다.

이 자리는 결과를 사려는 자리인가, 관계를 초대하는 자리인가. 내가 지금 쓰는 문장들은 범위를 좁히는 말인가, 방향을 드러내는 말인가. 그리고 결정의 마지막 순간에 다시 한 번 점검한다. 혹시 마음에 드는 후보를 붙잡고 싶은 마음에 내 기준을 슬그머니 낮추고 있지는 않은가. 채용에서 가장 위험한 타협은 대개 말의 크기에서 드러난다. 문장이 짧아지고, 단어가 둥글어지고, 미래의 어려움이 입 밖에서 빠질 때.


함께 가는 사람을 알아보는 장면


한 번은 후보 D가 면접 말미에 물었다. “이 팀에 들어오면, 제가 무엇을 얻게 될까요?” 좋은 질문이었다. 나는 세 가지를 말했다. 배움의 속도, 의사결정의 투명성, 그리고 함께 만든 것의 주인의식. 그러나 곧바로 덧붙였다. “대신 얻게 되는 고단함도 있습니다. 빠른 페이스, 잦은 피드백, 때때로 무너지기도 하는 실험. 이게 우리 리듬입니다. 불편하면, 지금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그는 며칠 뒤 메일을 보냈다. “지금 제 삶의 페이스와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대화가 고맙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선택을 존중하며 인사를 나눴다. 채용은 이렇게 좋은 이별을 만드는 능력도 함께 키운다. 기준을 지킨 이별은, 다음 만남의 가능성을 남긴다. 오늘은 일을 시킬 사람이었어도, 내일은 함께 갈 사람으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


말은 동행자, 행동은 계약자: 언어와 몸짓 사이의 간극 다루기


채용 현장에서 가장 곤란한 유형은 스스로를 두 번째 의자, 즉 함께 갈 사람으로 소개하지만, 막상 합류 후에는 첫 번째 의자, 일을 시킬 사람의 방식으로 행동하는 경우다. 언어는 비전을 공유하는 듯 하지만, 몸짓은 철저히 주어진 일과 그에 따른 보상에만 머문다.


이 괴리는 주로 경력자에게서 나타난다.

그동안의 커리어가 명확한 역할과 보상 구조 안에서 쌓였기 때문에, “내 일은 여기까지”라는 경계가 습관처럼 몸에 배어 있다. 하지만 작은 조직이나 스타트업에서는 그 경계를 넘어 빈틈을 메우고 리스크를 함께 감수하는 태도가 필수다. 따라서 이런 인재를 구분하고 다루는 방법은 언어가 아니라 행동에서 출발해야 한다.


첫째, 행동 계약을 명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함께 갈 사람”이라면 단순히 맡은 일 외에도 팀의 성장을 위한 구체적 행동을 보여야 한다. 예를 들어, 월 1회 팀 회고를 주도한다든가, 자신의 업무 범위를 넘어 최소 한두 건의 실험을 제안한다든가, 실패 사례를 기록해 공유한다든가 하는 식이다. 이를 부담스럽게 여기거나 필요성을 못 느낀다면, 그는 사실상 첫 번째 의자에 속한다.


둘째, 보상 구조를 이중화해야 한다.

기본 급여는 맡은 일의 대가이고, 성과 공유는 동행자로서의 책임을 감수한 대가다. 스톡옵션이나 장기 인센티브 같은 구조를 거부하면서도 “함께 가고 싶다”는 말을 반복한다면, 언어와 행동 사이의 불일치는 더 이상 부인하기 어렵다.


셋째, 행동 피드백 루프를 열어야 한다.

분기별 혹은 6개월마다 “행동과 태도의 정합성 리뷰”를 통해, 스스로 어떤 의자에 앉아 있는지 직면하게 하는 것이다. 말과 행동의 불일치를 구체적 사례와 함께 피드백해야만 가면은 벗겨진다.


마지막으로, 출구를 명확히 두는 것도 필요하다.

한 번은 기회, 두 번째는 경고, 세 번째는 정리. 이는 냉정함이 아니라 조직을 지키는 최소한의 규율이다. 실제로 어떤 스타트업은 “핵심 멤버가 되고 싶다”던 경력자를 영입했으나, 그는 늘 “이건 제 업무가 아닙니다”라는 말로 일관했다. 대표는 결국 이렇게 정리했다.

우리는 두 의자 모두 존중합니다. 하지만 당신이 앉을 자리는 스스로 명확히 선택해야 합니다.


그 대화 이후 그는 계약자 관계로 남았고, 조직은 혼란을 덜 수 있었다.


결국 진짜 동행자는 언어가 아니라 몸짓에서 드러난다. 말은 언제든 바뀔 수 있지만, 작은 행동과 불편을 감수하는 태도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채용에서 기억해야 할 것은 이 단순한 진리다.


“함께 간다”는 언어를 믿지 말고, 함께 하는 몸짓을 기다려라.


마무리 대신, 한 장의 풍경


다시 면접장을 떠올린다. 테이블 위엔 동일한 물컵과 같은 펜이 놓여 있지만, 의자는 다르다. 왼쪽 의자에 앉은 사람과는 일의 선을 긋는 대화를 한다. 프로젝트는 어디서 시작해 어디서 끝나며, 성과는 어떤 표정으로 다가오는지. 오른쪽 의자에 앉은 사람과는 시간의 두께를 논한다. 우리는 어떤 계절을 지나갈 것이며, 그 계절을 버티게 해줄 문장은 무엇인지.


채용의 지혜는 어느 날 갑자기 번뜩 떠오르는 비법이 아니다. 다만 두 의자를 헷갈리지 않는 연습, 그리고 무엇보다 내 무대를 지키는 용기에서 온다. 함께 갈 사람을 찾는다는 건 누군가에게 맞추는 기술이 아니라, 이미 세워 둔 기준으로 정직하게 초대하는 태도다. 겁을 내는 이가 있다면 보내주고, 끝까지 남는 이와는 조금 더 깊이 악수한다. 그렇게 우리는 어제보다 단단한 팀이 된다. 그리고 오늘도 조용히 의자 두 개를 닦아 둔다. 다음 사람을 위한 자리, 그리고 나와 우리를 위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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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AI Alchemist & Maestro 두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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