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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지 씀 Sep 05. 2022

담담한 걸까 차가운 걸까

 점점 담담해진다. 어떤 일이 있어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게 변해간다. 몇 달 전에 했던 상담에서 말했던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과 비슷해지고 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싫어하든 좋아하든 그것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나의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누군가 나를 좋아하지 않는 것에 상처받지 않는다. 이런 나의 모습이 좋은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던 나 자신이 점점 차가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에게 기대하지 않게 되고, 마음을 주지도 않으며 나를 혼자가 되도록 고립하고 있는 것만 같다.


 하루 중 어떤 시간도 재미있는 시간이 없고, 무미건조한 감정이 계속된다. 설레고 신나는 일들을 좋아했던 내가 이제는 세상에 그런 일들을 없다고 단정 지어 버리는 것만 같다.


 나를 방어하기 위해서 마음을 닫아버린 걸까. 이대로 지내면 영원히 혼자가 되는 건 아닌지 두렵다. 다른 이들은 모두 즐거워 보이고 빛난다. 나의 빛을 잃어버린 것만 같다. 다가오는 내일이 설레지 않는다. 다시 마주해야 하는 얼굴들이 두렵기만 하다. 자꾸만 내가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그 자리가 맞는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이런 고민을 할 시간에 더 공부해야 하는데 그럴수록 자꾸 겁이 난다. 내가 빛날 수 있는 자리를 찾고 싶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 그리고 지금의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그 일이 아닌 것 같다는 확신이 자꾸만 든다.


 주말 내내 방 안에서 게임과 드라마를 반복했다. 의미 없이 지나가는 시간들을 붙잡고 싶으면서도, 그냥 흘러가게 두었다. 어차피 한 번 살아가는 인생인데, 이토록 재미없게 내버려 둬야 할까. 나는 아무래도 사회생활과는 맞지 않는 사람인 것 같다. 사람에게 노력하는 것이 싫다. 다른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다가오는 것이 싫다. 그냥 내 자리에서 내가 해야 할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좋다. 그게 잘못된 것일까. 다른 사람에게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일까. 나는 나를 어떤 사람으로 보고 있을까. 나는 담담한 걸까 아니면 차가운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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