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단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남지 씀 Sep 10. 2023

추억

 이번에 새로 나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를 정주행 하기 시작했다. 학창 시절의 풋풋한 사랑을 그려낸 장면들을 보며 나의 첫사랑의 기억, 지나온 시간들, 그 시절의 인연들이 모여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추억은 그저 추억으로만 담아둬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지나온 인연들이 그리워지거나 누군가를 떠올려보기도 했다. 인터넷 클라우드의 폴더 깊숙이 숨겨둔 추억들을 살펴보면서 미소 짓게 되었다. 정확하게 있었던 일들이 기억나는 건 아니었지만, 기분만큼은 그 시절로 돌아간 것 마냥 몽글몽글해졌다.


 분명 예전의 내가 다른 사람과 사랑을 나누면서, 상처를 받은 일들이 있을 텐데도 그저 아름답게만 생각이 난다는 게 신기했다. 한편으로는 그렇게 지난 인연들을 떠올리는 게 혼란스럽기도 했다. 아마도 잊고 지내던 일들을 자꾸 되새기려고 해서 인 것 때문인 것 같다. 누군가 과거를 떠올리는 일을 막아둔 것처럼 현재에만 집중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옛사랑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이유는 과거의 나를 알고 있는 한 사람이기도 하고, 나도 그 사람의 과거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인 것 같다. 문득 궁금해진다. 나를 스쳐간 인연들이 나를 가끔 기억하는 날들이 있을까. 매일 같이 생각하는 것은 아니어도 추억을 회상해 보는 날들이 있을까.


 순간은 찰나여서 더 아름답지만, 그 찰나를 오래오래 붙잡아두고 싶어서 가끔은 기록을 남겨두곤 한다. 지금 나의 곁에 있는 인연들도 언젠가 추억으로 남게 될 날이 있겠지. 지금의 마음에 충실하고 마음껏 표현하고 사랑해야겠다.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의 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