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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지 씀 Oct 27. 2023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 캐서린 메이


하루 종일 초점 없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가, 문득 내가 지금 겨울을 지나고 있음을 느낄 때가 있다. 무엇을 해도 채워지지 않는 마음은 헛헛하기만 하고, 그 인생을 바라볼 때면 외로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 겨울을 어떻게 이겨내는 것이 좋을까. 사실 나는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멍하니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너무 큰 노력으로 숨이 차오를 땐 이런저런 생각들을 비우고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되곤 한다. 이 겨울도 언젠가 지나갈 거로 생각하며 너무 애쓰려고 하지 않는다. 날씨에 사계절이 있는 것처럼 감정의 계절도 여름과 겨울을 넘나드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니, 나를 너무 몰아세우지 않으려고 한다.



겨울이 시작되었다. 누구나 한번쯤 겨울을 겪는다. 어떤 이들은 겨울을 겪고 또 겪기를 반복한다.


'윈터링'이란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것이다. 겨울은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거부당하거나, 대열에서 벗어나거나, 발전에서 벗어나거나, 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생의 휴한기이다.


겨울 나기를 하는 사람은 과도기에 있는 것일 수도 있고, 일시적으로 현실 세계와 어딘가 다른 세계에 떨어진 것일 수도 있다. 어떤 겨울은 우리에게 아주 천천히 살금살금 다가오는데, 어떤 겨울은 몸서리쳐지도록 갑작스럽게 온다. 어떤 식으로 찾아오든 윈터링은 보통 비자발적이고, 외롭고, 극도로 고통스럽다.



겨울이 다가왔을 때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봄을 멍하니 기다리기보다는, 나는 고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나만의 힘을 기르고 싶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배울 수 있는 감정이 아닌 그저 나로서 있는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생각과 감정 또한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 시간에서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느낄 수 있는 한적함과 여유로움을 좋아한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이야기에서 벗어나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을 때 비로소 내가 바라고 있는 나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생각하는 '겨울'의 정의에 관해 물어온 사람이 있었다. 나는 그에게 좋아하던 일이 더 이상 신나지 않을 때, 하루를 멍하니 의미 없이 보낼 때라고 답했다. 그 대답을 들은 그는 나에게 '의외네.'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그가 생각하는 '겨울'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그는 "다른 사람에게 혼이 날 때"라고 말했다. 나는 다른 사람과 겪는 일보다는 내 마음이 공허하고 의미를 찾지 못할 때라고 생각하였는데, 개개인의 사람마다 느끼는 '겨울'의 정의가 다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여기에 나의 겨울이 왔다. 겨울은 내 삶을 보다 지속가능한 것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해주고 내가 초래한 혼돈을 통제할 수 있게 해주는 열린 초대다. 고독과 사색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하는 순간이다. 필요하다면 잠시라도 오랜 인간관계로부터 한 발 물러나 우정의 끈을 느슨하게 풀어놓아야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어쩌면 내가 살면서 계속해서 통과해온 여정인지도 모른다. 나는 겨울을 나는 법을 혹독하게 배워왔다. 겨울나기는 일종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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