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성장

커피해요

by Julie

스무 살이 되고 몇 달 안 되었을 때, 우연히 길에서 마주친 동창이 “넌 진짜 예전이랑 똑같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지금 들었다면 인사하고 돌아서는 얼굴에 슬며시 웃음이 피어났을 텐데. 때는 스무 살, 유행하는 화장법은 스모키 메이크업, 거리는 아직 소녀시대가 유행시킨 스키니진이 점령하고 있던 때였다.


‘똑같다고? 내가 화장도 안 하고 꾸밀 줄 몰라서 아직도 어른처럼 안 보인다는 소린가?’ 내심 이렇게 받아들여 속상했었다. 그렇다. 막 십 대를 벗어난 때까지도, 나는 매년 어딘가 달라지는 스스로에게 익숙해져 있었다. 알아서 올라가는 학년처럼, 알아서 성장하는 신체처럼.


그런데 지금은 어떻지?

스무 살 무렵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하면, 생김새가 성숙해졌을 뿐 그다지 달라진 것도 없다. 성장의 시기를 넘어 성숙의 시기로 접어들었건만, 그런 줄도 모르고 지금껏 지내왔다.

성장하지 못함을 스스로 책망하던 시기도 있었다. 내가 원하는, 혹은 원한다고 착각한 지점까지 왜, 나는 나아가지 못했을까? 지금은 또 왜 이리도 방황하고 있는 걸까.


그 시기를 나는 걷는 시간으로 채워왔다.

걷기는 여러 면에서 이롭다. 특히 나처럼 외부활동을 어느 정도 해줘야 기분이 나아지는 유형의 사람이라면 걷기 하나로 얻는 것이 많다.


일단 거리를 관찰하게 된다. 내가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일정한 장소에서 벗어나, 같은 시간 다른 곳에서 남들은 이렇게도 사는구나. 그럼 내가 하는 고민 같은 거 사실 별 거 아닐 수도 있겠네 생각하게 된다.

당연히 건강에도 좋다. 한여름이 아닐 때, 양양시장에서 속초까지도 걸어오곤 했는데(약 16km), 며칠 그렇게 다니면 다리에 근육이 붙는 게 느껴진다. 지구력이 길러지는 건 덤이다.


그렇게 걷다가 마음에 드는 카페에서 열을 식히고 다시 출발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오늘은 등대해변 앞 <커피 해요>에 왔다.

코로나가 막 유행하기 시작할 즈음, 바닷가 앞 주택을 고쳐 만든 카페가 생겼다고 해서 와봤었다. 그것도 벌써 5년 정도 되었다.


그 사이 카페도 유명해졌고, 나도 그때와는 달라진 것 같다. 의기소침할 때도 있었고, 고민하던 날도 있었지만 걷고 쉬면서 한 걸음씩 벗어났다.

오랜만에 온 커피해요.

좋아하는 창가 자리가 나서 앉아있다가, 이런저런 생각 정리도 하고서 일어났다. 하얀 카페 건물을 왼쪽에 끼고 골목을 걸어 나왔다. 큰길 하나를 건너면 정거장이다.


버스 안.

누구인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과 한 공간에서 보내는 잠시의 시간. 모든 것이 흐르고 흩어진 100년쯤 후엔 아무도 남아있지 않겠지.


미숙함도 성장하지 못함도

바랐던 평범함도 무시했던 평범함도

기록되지 않을 수많은 보통의 날들도

소중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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