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파스쿠찌 속초 중앙시장점>에서
6월의 초입.
안개가 내려앉은 속초는 제법 북적이는 월요일을 맞이했다. 저녁에는 겉옷이 필요할 정도로 서늘해지지만, 모처럼 찾아온 바다를 그냥 두고 갈 수 없었던지 바다에 풍덩 빠져든 사람들도 있다.
(6월에 저장해 둔 글이다. 7월이 된 지금은 속초의 모든 해수욕장이 개장했다)
아카시아 꽃잎이 낙엽처럼 떨어지는 계절. 푸른 느낌도 깊어지고 있다.
시외 터미널에서 중앙시장 가는 길, 시에서 가꾸는 장미 울타리에 꽃이 풍성하게 피었다. 담당하시는 분이 정성껏 기르는 모습을 지나다니며 봤는데, 이렇게나 탐스러운 장미를 보게 되어 기쁘다.
꽃길을 걸어 오늘은 <파스쿠찌 속초 중앙시장점>에 간다.
바깥에서 보면 선팅된 유리 너머 실내가 안 보이는데, 안에 앉아서 보면 시장이 훤히 보인다. 널찍한 테이블이 좋아서 창가 자리에 앉았다.
<파스쿠찌 속초 중앙시장점>은 원래 새마을금고가 있던 자리다. 마을금고는 원래 ‘천일 목욕탕’이 있던 건물을 헐고 새로 지어 이사 갔다. 천일 목욕탕은 어릴 때부터 다니던 곳이다. 코로나 직전에 마을금고에 땅이 팔리면서 폐업했으니, 타이밍이 좋았다. 코로나 시기에는 전국의 목욕탕 운영이 힘들어졌으니까.
또 몇 년 전엔, 이 건물에서 왼쪽으로 얼마쯤 가면 있는 건물에 ’ 땅콩상회‘라는 개인 카페가 있었다. 겉에서 보면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는, 1층은 상가고 2,3층은 주택인 오래된 시장 상가건물이다. 좁은 면적의 3층짜리 상가마다 각각 주인이 다르고, 정육점, 철물점, 금은방, 상회 등이 1층에 들어서 있었다. 이 중 땅콩을 팔던 가게가 없어지고 콘셉트를 따서 땅콩이 들어간 커피를 파는 카페가 됐는데, 거기서 바라보는 시장 풍경이 좋아 이따금 가곤 했다.
시장은 당당해
차도 사람도 바쁘게 지나다니는 길을 멍하니 보고 있자니, 이곳엔 사회생활에서 마주하기 쉬운 갑을 관계가 적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거래처 사장님과 납품 업체 사이에는 있겠지만. 일하는 사람도 당당하게 한 사람으로, 물건 사는 사람도 담백하게 한 사람으로 존재하는 장소가 시장이 아닐까. 그러다 보니 흥정 끝에 싸움도 나고 하는 것이겠지만. 매일 보는 이웃 가게 사람들끼리 견제하고 싸우기도 할 테지만, 징글징글 부대끼며 결국은 함께 살아내는 그런 삶의 현장이다.
파스쿠찌 맞은편 상가 2층에 하나로마트가 있다. 80,90년대에는 ‘연쇄점’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 걸 우연히 검색하다 알게 됐다.(연쇄=연결> 체인점이라는 뜻) 하나로마트가 여기 생기기 전에는, 근처 단위농협(시청 쪽에 있는 농협과 구분하기 위해 그렇게 부른다. 거긴 농협 중앙회다.)에 딸린 작은 마트였다. 예전 동네 슈퍼정도의 규모였다.
하나로마트로 올라가는 계단 왼쪽에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지하에는 회센터가 있다. 주차장 입구 왼편부터 도로 쪽으로 수산물 파는 가게들이 이어져 어물전으로 향한다. 이곳의 상인들은 장화와 그 위를 덮는 긴 비닐앞치마를 입고 있다.
강아지만 한 고등어~
라는 소리가 들린다면, 바로 거기다.
하나로마트 올라가는 계단 반대편이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닭전이다. 닭강정집이 모여있고, 지금은 대부분의 가게들이 먹거리 가게로 바뀌었다. 유명한 막걸리술빵부터 닭강정, 튀김에 과일모찌까지 있다.
예전엔 없었지만 새로 생긴 것 중에 홍게도시락도 있다. 홍게를 쪄서 발라먹기 편하게 손질해서 파는 건데, 추가 요금을 내면 게딱지 비빔밥도 살 수 있다.
홍게를 ‘붉은 대게’라고 마케팅해서 팔던데, 엄밀히 말하면 대게와는 다르다. 대게가 훨씬 비싸고 귀하다. 홍게는 그에 비해 흔하다. 홍게 도시락을 2~3만 원이면 살 수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홍게 유통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대포항 근처 농공단지에 홍게 가공 공장도 있다. 게 살만 발라놓은 제품 등 홍게 가공품을 만든다.
먹고 난 게 껍데기는 빨리 처리해야 한다. 김치나 청국장처럼 냄새가 진하게 풍기기 때문이다. 숙소에서 먹고 방 안에 그냥 두면, 게 비린내가 진동한다. 대포항 농공단지의 홍게 가공업체와 주변 주택가 사이에 마찰이 생긴 이유도, 게 껍데기 냄새 때문이었다. 환기조차 시키지 못할 정도로 그쪽 동네엔 냄새가 심했다고 한다.
홍게 도시락 붐이 오기 전에는 붕어빵 아이스크림이나 뻥스크림 유행도 한차례 지나갔고, 씨앗호떡은 이제 스테티셀러가 됐다. 주말이면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속초 중앙시장이지만, 한 때 손님 없이 한적했던 시기도 있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빛을 볼 수 있다.
창 밖으로 아이스박스를 같이 들고 가는 중년부부가 보인다. 똑같은 노란색 비닐봉지를 들고 계신 한 무리의 아저씨들, 아마도 그 안에 든 건 마른오징어일 테지.
오토바이가 차들의 행렬 사이를 비집고 나아간다. 빨간 조끼를 입은 사람이, 택배 차에 허리만큼 높이 쌓인 아이스박스를 옮기고 있다. 상회의 파란색 채반에 봉긋이 담긴 햇양파, 슈퍼 앞에 잔뜩 쌓인 주대마늘. 혼자 온 사람, 둘이 온 사람, 아이와 걷는 사람. 오늘도 시장은 저마다 분주하다.
덧붙이는 글)
시장 안 중앙닭강정 본점에서 에서 닭강정을 사면, <파스쿠찌 속초 중앙시장점>에서 아메리카노나 아이스티를 할인해 준다. 카페에 앉아있는 동안 닭강정 박스를 든 사람들이 종종 보이던 이유가 이거였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