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1) 어느 몸국 집
제주도에서는 제주시 삼양동에 있는 ‘삼양해변’을 제일 좋아한다.
공항에서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아서다.
가까우면 여행 분위기가 나지 않고, 너무 멀면 가기가 어렵다.
삼양해변은 옛 제주시와 북제주군 경계 인근에 있다.
도심에서 적당히 멀어 여행 분위기가 난다.
이곳은 웨딩 촬영과 맨발 걷기 ‘어싱(Earthing)’의 성지로 각광받고 있다.
검은 모래 해변이어서 몸에 오래 닿으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가 있다.
검은 모래와 석양 바다 빛에 둘러싸인 연인들을 보는 건 경이롭다.
열심히 걷는 사람들, 사진 찍는 사람들을 지켜보면 넋을 놓게 된다.
배고픔이 시간이 많이 흘렀음을 알려준다.
해변 근처에 몸국을 맛있게 하는 곳이 있어 찾았다.
몸국은 돼지 육수에 제주 사람들이 ‘몸’이라 부르는 해초인 모자반을 넣고 끓였다.
지금이야 제주 대표 전통 음식으로 관광객들도 즐겨 먹는다.
예전에는 결혼식이나 장례식 등 특별한 날에만 먹을 수 있었다.
돼지를 삶다가 살코기와 족발, 머리 고기 등은 별도로 꺼낸다.
뼈와 내장 등 부산물을 가마솥에서 다시 푹 삶아 고기 국물을 만든다.
겨울에 채취해 말린 모자반을 물에 불려 토막 썰어 국물에 넣어 푹 끓이면 우리가 아는 몸국이 된다.
먹고살기 힘들었던 척박한 시절, 돼지고기 냄새를 맡고 먹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잔치와 장례식이 열리는 집을 찾았을까.
집주인은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고기를 먹이고 싶었을 것이다.
뼈와 내장 등을 최대한 긁어모아 물에 푹 삶아 몸국으로 만들어 한 그릇씩 대접했을 것이다.
손님들은 평소 먹을 수 없는 동물성 단백질과 지방을 채워 넣어 내일을 살아갈 노동력을 재생산했을 것이다.
몸국을 먹을 때마다 ‘종교적 의미’를 떠올리게 된다.
예수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군중들을 먹인 오병이어의 기적이 몸국의 역사와 맞닿은 것이 아닐까.
먹기 힘든 귀한 돼지고기를 누구나 골고루 먹을 수 있도록 사랑을 베푼 기억이 몸국 국물에 오롯이 녹아 있다.
몸국은 지혜의 유산이기도 하다.
돼지고기는 약산성이고 모자반은 알칼리 식품이어서 궁합이 맞는다.
몸국은 가장 맛있는 중성의 맛을 낼 수 있고 먹는 사람들에게 균형의 영양을 공급할 수 있다.
합리적인 분배, 과학적인 조리법이 내재된 몸국은 사람의 삶과 공동체, 시대를 안정적으로 흐르게 하고 지금은 내 손에 쥐어져 있다.
내가 찾은 몸국 집은 모자반의 양이 많아 좋다.
일부 가게는 진한 국물을 내기 위해 전분을 쓰기도 한다. 텁텁한 맛이 부담스럽다.
이곳은 그러지 않아 국물이 묽고 육수 맛이 진하다.
모자반만큼 고기 조각 양도 많다. 입안에 가득 물면 감칠맛의 쾌감이 펼쳐진다.
모자반을 오독오독 씹는 식감도 좋다.
밥과 국그릇 싹 비우고 포만감을 느끼며 밖에 나오면 멀리 바다가 보인다.
과거 어느 날, 잔치나 장례식장에서 몸국 한 그릇 귀하게 대접받은 누군가의 기분이 이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