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양시> 어느 뼈해장국 집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관악산’이 언급됐다.
풍수지리 전문가가 ‘운이 안 풀릴 때 관악산을 가보라’라고 추천했다고 한다.
과장을 더해 관악산에 사람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소식을 봤다.
평일에도 사람이 많은 듯했다.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나 역시 효과를 봤으니까.
서울 갈 때마다 꾸준히 관악산을 다녔다.
‘좋은 기운’이 무엇을 뜻하는지 모르겠다.
어지러운 머릿속이 정리되는 건 맞다.
나쁜 생각과 감정이 가쁜 숨으로 배출된다.
신선한 숨이 몸을 채워 세포를 새로 조립한다. 삶도 새로 조립되는 기분이다.
관악산만 해당하지 않는다. 북한산, 도봉산도 좋다.
서울이 아니라 안양에 갈 일이 생겼다.
안양을 들머리로 한 관악산 등산도 일품이다.
평일에 시간이 나서 과천향교를 출발해 연주암, 연주대로 향했다.
다행히 사람이 많지 않았다.
여유 있게 걸었고 연주대를 만났다.
뒤풀이를 안양역 근처 감자탕 집에서 했다.
꽤 유명세를 탔는지 거의 모든 자리에 손님이 있다.
대표인 ‘콩비지 감자탕’을 먹고 싶었는데 혼자라 뼈해장국을 시켰다.
콩비지 끓는 냄새, 뽀얀 콩비지 색이 눈과 귀를 힘들게 한다.
먼저 나온 양파와 김치 천천히 씹으며 해장국 기다린다.
2순위를 선택하면 만족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2순위도 맛있구나’는 만족감이 안도로 이어진다.
‘1순위도 먹어볼걸’하는 아쉬움이 뒤끝을 자극한다.
산에서 풀지 못한 갈증과 허기짐을 뼈해장국이 단번에 채워준다.
국물은 칼칼하며 깔끔했고, 고기양도 부족하지 않았다.
고개 끄덕이며 국물을 계속 입에 담는다.
뼈 사이마다 붙어 있는 고기 조각을 치열하게 분리해 국물에 풀어 넣는다.
손님들이 계속 들어온다.
일하시는 분들의 쉬는 틈은 더 줄었다.
여기저기 들리는 주문 행렬의 소리, 뚝배기를 들고 나르는 소리 위로 겹쳐지는 사람들의 웃음과 술잔 부딪히는 소리들.
누군가는 고단한 노동의 짐을 해소하기 위해 감자탕집에 왔고, 누군가는 노동의 짐을 짊어지며 감자탕을 만들고 나른다.
그 사이, 나는 귀중한 휴가를 얻어 잔뜩 유명해진 관악산에 올라 좋은 기운과 복을 충전했다.
국밥이 우리 곁에 오랜 따스함으로 남는 이유는, 관악산처럼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끝없이 밀려오는 사람들을 넉넉히 품기 때문이다.
국밥을 먹으며 형언할 수 없고 정의할 수 없지만, 확신으로 가득 찬 건강과 위안, 희망을 얻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평일에 관악산을 오르고 국밥까지 먹을 수 있는 ‘특권’을 얻었음을 깨닫는다.
내가 받은 ‘기운’ 한 알 국밥 국물에 풀어 먹는다.
내 자리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각자 자리에서 열심히 국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에게도 관악산의 복이 전해지길 기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