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밥은 지역적인가, 전국적인가

<광주광역시>(2) 따로국밥

by 투가든


설 전후 습관처럼 전라남도 영암과 강진군에 있는 ‘월출산’에 오른다.

월출산 정상 이름은 ‘천황봉’이다. ‘왕(王)’보다 격이 높은 ‘황(皇)’이 드나든 자리.

천황봉 정상은 고대부터 산신에게 제사를 지낸 제단이 있는 곳으로 전해진다.

강진군 경포대를 들머리로 해서 천황봉을 향해 가면 대표 상징 ‘큰 바위 얼굴’도 만난다.

새해 희망을 큰 바위얼굴에서 한 번, 정상에서 또 한 번 전한다.

올 때마다 이유 모를 편안함과 따스함을 느낀다.

신기하게도 월출산 등산으로 한 해를 시작할 때부터 좋은 일이 많았다.

한 번의 시도가 습관으로 뿌리내린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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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광주 공항으로 가야 해서 숙소를 광주송정역 인근에 잡았다.

등산의 여운을 1913 송정역시장에 있는 어느 국밥집에서 풀었다.

진한 사골 국물의 깊이와, 깊게 씹히는 순대의 포근한 식감이 더 깊은 등산 여운으로 이어진다.

개운과 후련함의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 해가 잘 될 것 같다.

부산에서는 밥과 국물을 함께 섞어 만든 토렴식 국밥을 먹지만, 광주나 전라도에서는 따로국밥을 주로 먹는다.

쌀 품질이 좋은 전라도라서 그런지, 밥만 따로 음미하는 것이 즐겁다.

밥 한술 크게 떠서 넣어 충분히 씹으며 특유의 단맛과 기름기를 느낀다.

국물과 순대, 부속물을 한 움큼 집어넣으면 십여 가지 맛을 동시에 느끼는 것 같은 쾌감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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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역 인근 식당이어서 그런지 기차와 국밥, 사람의 관계를 생각하며 먹는다.

기차는 지역적이자 전국적이다.

철도망은 전국을 연결함과 동시에 지역의 특색을 반영한다.

지역 역사, 문화를 반영한 역 이름들이 있다.

역 주변으로 지역의 과거, 현재를 알 수 있는 삶의 풍경들이 전개된다.

전국을 누비는 사람이라면 기차를 전국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지역을 벗어나지 않고 생계를 꾸리는 사람이라면 기차를 지역적이라고 여길 것이다.


국밥도 마찬가지다.

국밥은 전국 어디서도 먹을 수 있지만 전국적인 음식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지역마다 역사와 문화, 식재료를 반영한, 정체성이 다른 국밥들이 있다.

국밥을 만들고 나르고 먹는 사람들의 풍경도 지역마다 다르고 독특하다.

전국을 누비며 국밥을 먹는 사람들은 국밥을 전국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부산이나 광주, 전주, 충청 등의 지역에서만 국밥을 먹는 사람들이라면 국밥을 내가 사는 지역의 자부심으로 여길 것이다.


국밥은 지역적이자 전국적인 음식이다.

흔한 음식으로 치부해선 안된다.

지역 고유 역사와 문화, 식재료, 사람들의 삶을 온전히 느끼고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때 국밥의 맛은 더 깊게 어우러지고, 밥과 국물, 반찬에 얽힌 생생하고 유일한 맛과 서사가 몸과 마음을 파고들 것이다.

다 먹고 일어섰을 때, 지역을 지키는 사람들의 생기 있는 얼굴과 몸짓들이 보일 것이다.

누군가 국밥 한 그릇에서 새해 희망을 찾을 것이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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