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광역시> 1913송정역시장 국밥집(1)
출장이 있어 광주광역시로 향했다.
만날 사람이 다른 지역에 갔단다. KTX 타고 온단다.
배웅하러 광주송정역으로 갔다.
시간이 남았다. 흐르는 국밥 냄새가 잠든 위를 깨운다.
광주송정역 건너에 ‘1913송정역시장’이 있다. ‘송정역전 매일시장’을 새롭게 단장했다.
매일시장은 1913년부터 송정역과 역사를 함께했다. 이름 앞에 ‘1913’이 붙은 이유다.
100년의 시간과 사람을 기억하는 거의 유일한 음식이 ‘국밥’ 아닐까.
전통시장은 쇠퇴하지만 국밥의 기세는 여전하다.
온라인 지도에서 ‘광주송정역 국밥’을 검색하면 약 25개 가게가 나온다.
다 가려면 시간과 돈이 꽤 들겠다. 그만큼 시장도 더 오래 곁에 남을 것이다.
유명한 국밥집이 많다. 오래 줄 서야 하는 곳도 있다.
선택한 국밥집에 다행히 대기 줄이 없다.
후딱 자리 차지하고 앉아 모둠국밥 시켰다.
송정역시장에서 먹는 국밥은 맛을 넘어 사색을 초대한다.
100년의 시간과 사람, 정서도 숟가락에 담기기 때문이겠다.
국밥은 ‘만남’의 음식이다.
기차역에서 만날 사람이 있다. 시장에서도 만남의 기억과 정서가 가득하다.
만남의 설렘을 안고 국밥을 먹는다. 다 먹을 즈음 도착했을 것이다.
식당에 들어서면 국밥을 열심히 만들고 나르는 사람들이 맞아준다.
이미 국밥을 열심히 먹는 사람들을 눈으로 만난다.
주문한 국밥을 반갑게 만난다. 만남을 위해 수고한 나 자신을 격려한다.
국밥은 ‘떠남’의 음식이다.
기차역에 떠날 사람이 있다. 아쉬움으로 손을 흔든 기억이 있다.
불 밝힌 시장에도 어둠이 내려앉는다.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과 헤어져야 한다. 낮의 공동체를 떠나 밤의 공동체로 가야 한다.
떠날 사람을 떠나보내기 싫어 시간의 조각을 부여잡고 국밥집으로 향한다.
국물이 줄어드는 게 싫다. 바닥이 보이면 떠나야 한다.
기차역에서 누군가를 떠나보내고 혼자 국밥집을 간다.
옆에 있을 때 몰랐던 배고픔이, 떠나자 급격히 밀려온다.
떠남의 찬 공백을 국물의 뜨끈함으로 채운다.
국밥은 ‘머묾’의 음식이다.
만남과 떠남 사이에 머묾이 있다.
누군가는 머물러 생계를 꾸리고 가족과 지역을 지켜야 한다.
기차역 직원들이 머물러 만남과 떠남을 기록한다.
시장의 상인들이 머물러 빈손으로 오는 만남을 꽉 찬 손으로 떠나보낸다.
도망갈 수 없어 어떻게든 아픔과 상처를 견디며 이곳에 머문 노동자들이 있다.
국밥은 만남과 떠남의 고민을 중재하고, 머문 사람들을 따뜻하게 치유한다.
만나는 사람, 떠나는 사람, 머무는 사람을 포용하고 치유하기 위해 국밥집은 계속 그 자리에 머물러야 한다.
나도 국밥집에 머물며 만남을 기다리고, 떠남을 예견하고 있다.
국밥이 따뜻하고 맛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