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아트 (6)

미련한 놈

by 이락

새로운 작업을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미련한 놈" 이였다. 뭐 그 사람들 눈에는 그렇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물고기 비늘을 만드려고 1t 철판을 가지고 와서 비늘 모양을 6천 개 정도 손으로 직접 잘랐다. 레이저 컷팅을 맡기면, 편하게 해결 가능하고 기간 단축도 가능한데 왜 직접 손으로 자르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이건 "작가로서의 자존심과 내 노력의 결과물 중 하나를 보여주는 행위"라고 말할 수 있다.


돈 좀 주고 기계로 해결하면 편하긴 하겠지만, 직접 자르면 각각의 모양이 조금씩은 다르기에 보는 재미를 준다. 이걸 밀도라고 부르겠다. 밀도를 모르는 일반적인 사람들은 그게 무슨 재미를 주냐 하겠지만, 6천 개가 한 곳에 모이고, 그걸 가까이서 관찰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6천 개를 자르고, 디테일을 주기 위해 끄트머리를 망치질 10~15회 정도 해서 마무리를 하는데, 약 1달의 기간이 걸린다. 1달이면 하루에 기분이 두 번만 바뀌어도 60번의 감정 기복이 있단 소린데, 지금 내가 내 작품들을 본다면 비늘을 붙여놓은 어느 위치쯤에선 기분이 좋았구나, 혹은 이 날은 화가 났었구나 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디테일의 차이가 존재한다.


예를 들면 기분이 좋았던 날이면, 망치질을 하고 난 자국이 고르게 남아있는데, 화가 나거나 기분이 나쁜 날엔 누가 봐도 성의 없게 생겼네라고 생각 할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1달간 많은 후배들도 찾아와서 작업을 도와주곤 했는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연락을 하고 만나는 좋은 사이로 지내고 있다. 그리고 비늘 사이사이엔 내가 푹 빠져있던 그 사람의 손길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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