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탈 아트 (4)

흑역사

by 이락

여태껏 작업을 해오면서 가장 숨기고 싶고, 부정하고 싶은 작업에 대해 얘기를 해볼까 한다.


지난 첫 공모에서 입선 결과를 받고 난 후, 멘털이 터질 만큼 터진 나는 다음 작업을 준비하기로 한다. "이번엔 꼭 대상을 받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뭘 만들면 좋을까 고민을 시작했고, '이번엔 여자를 만들어보자'라는 생각과 동시에 작업을 시작한다.


작업 첫날부터 고생을 했는데, 1t (1mm) 철판으로 작업을 해야 하는데, 2.6t (2.6mm) 철판을 사버렸다. 두 배 이상 두꺼우니 무게도 그만큼 늘어났고, 가격도 비싸지고, 자르기도 힘들어졌다. 내가 왜 그랬을까 지금 생각해 봐도 이유를 모르겠다. 술 마시고 취한 상태에서 주문했나 싶다.


아무튼 굉장히 개인적인 취향의 몸매를 가진, 아줌마를 만들게 된다. 이걸 왜 만들었냐 묻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는데, '철은 결국에 녹슬어 삭아 없어지는 것이니, 아무리 욕심을 부리고 사치를 하며 꾸며보아도 철보다 먼저 삭아 없어져버릴 인간인데 무슨 의미가 있냐' 이런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심재광 _ 마지막 쇼핑.jpg


실물 심사날, 눈이 미친 듯이 내리고 있고, 작년처럼 임 형이랑 덜덜 떨면서 공모전 현장으로 가게 되었고, 나란히 특선을 받고 돌아오게 된다. 누군가는 "작년엔 입선이고 올 해는 특선이니 성장한 거 아니냐"라는 말을 하기도 하는데 성장이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내가 얼마나 발전이 없었길래 이럴까'라는 생각만 들었다.


아무튼 이 번 공모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가 맞는 말 같다. 작업을 하다 보니 '물성에 대한 이해도가 심각할 수준으로 낮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물성에 대해 간단하게 말해보자면, 내가 사용하는 '재료의 성질'을 물성이라고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작업이랑 이 재료가 어울리는가, 아니면 어떻게 사용해야 재료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 어울리게 만들 수 있는가'를 연구해야 하는데, 난 그냥 시간, 돈, 재료만 날려먹으며, 형태만 만들어 내는 것에 집착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다음 공모를 준비하기로 하면서 2014년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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