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라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참가비를 요구하는 전시는 하지 말아라'
형들한테 들었던 얘기 중 가장 와닿는 말이다.
가끔 참가비 "수 십만 원을 내면 단체전에 넣어주겠다. 아트페어에 참가시켜 주겠다."라는 연락이 오곤 한다. 이런 갤러리들의 특징은 수십 수백 명에게 연락을 돌리고 '한 놈만 걸려라'라는 마인드다.
의외로 그런 제안을 받고 전시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갓 학부를 졸업한 작가들이나, 취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그냥 돈만 내면 전시 이력이 생긴다는 사실에 적게는 20만 원, 많게는 50, 60만 원에 가까운 참가비를 입금한다.
솔직히 남이 뭐라고 하던, 비용이 얼마가 들어가던, 내 마음에 드는 갤러리라면 한 번 정도는 참여해 볼 만하다고 생각은 한다. 하지만 갤러리에서 왜 참가비를 요구하는지, 작품이 팔렸을 경우 수익 분배는 어떻게 하는지, 어떤 목적으로 참가자 모집을 하는 건지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 있어야 좋은 전시를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참가비를 요구하는 갤러리들은, 1인당 20만 원만 받더라도 매달 정기적으로 하는 전시에 10~15명은 참여할 테니, 최소 200에서 300에 가까운 수익이 발생하게 된다. 기획자의 능력이 없기 때문에 좋은 작가와 작품을 끌어오질 못하니,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의 돈을 빨아먹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전시를 하면 도록이나 팸플릿을 제작하게 되는데, 조악한 품질인 경우가 대다수다. 가장 싼 종이에 대충 프린트해 놓고, 심지어 잉크가 튀었는데도 대충 반 접어서, 대충 스테이플러로 박아버린다. 좋은 전시의 도록이나 팸플릿은 고품질에 누가 봐도 있어 보이는 퀄리티를 자랑한다.
전시장의 벽 상태도 좋지 않다. 지난 전시가 끝나면 피스나 건타카를 사용했던 자리를 깔끔하게 메꿔줘야 하는데, 어떤 갤러리는 수천 개의 구멍이 그대로 뚫린 상태로 방치하기도 한다. 이게 말로는 와닿지 않는데, 직접 보면 기가 차서 말도 안 나온다.
아무튼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상황 속에서 작품이 팔렸다고 치자. 작가 7 갤러리 3이나 6:4를 제시하면 거긴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곳이고, 거의 대부분은 5:5를 제시한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이게 생각보다 작가에게 타격이 큰 문젠데, 뭐가 문제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설명을 해보겠다.
나는 사진 작품 하나를 인화하면 10만 원 정도가 나간다. 거기에 참가비 20만 원, 그리고 지방에 살기 때문에 서울까지 오고 가는 왕복 비용까지 더하면 40만 원 정도는 써야 한다. 작품을 100만 원에 판매한다고 했을 때, 갤러리가 5를 가져가서 50만 원을 먹고, 내 몫인 50만 원에서 40만 원을 빼니 10만 원이 남는다. 이런 식이면 전시 기간 동안에 10개를 팔아도 겨우 100만 원을 번다.
이런 갤러리들은 매달 몇 백의 수익이 들어오기에 팔려고 하는 노력도 하지 않아 팔릴 일은 없다고 보면 된다. 운이 좋아 팔려도 마치 자기들이 노력해서 판 것 마냥 말을 할 것이다.
배 째란 식으로 운영하는 갤러리는 정말 많다. 다신 안 볼 사람이니까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가 한번 당하고 다신 전시를 안 한다고 하여도, 내년이면 또 아무것도 모르는 졸업생들과, 취미생들은 쏟아져 나오니까 말이다.
그러니 혹시라도 전시 이력을 쌓고 싶은 학부생이나,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무작정 입금하기보다는, 그 갤러리의 지난 전시의 수준과 여러 정보들을 알아본 다음에 참여 여부를 정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
호구 잡히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