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하고 밑줄치고 답찾기
기억에 남는 독서를 위해 깨끗하게 눈으로만 보다가 밑줄을 치며 읽기 시작했다. 읽은 책, 새로 주문한 책이 한 권 두 권 늘어나 결국은 거실 바닥에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깨끗하게 보면 중고서점에서 좋은 값으로 팔 수도 있다는데 밑줄 긋는 것 멈추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책을 좋아하는 남편은 내가 책 귀퉁이를 접으면 싫어한다. 깨끗이 보라며 잔소리를 하더니 요즘은 아내의 취향에 아무 말도 안 한다.
메모 독서는 시간을 레버리지 하는 가장 좋은 방법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집필 기간이 1년 미만 걸린 책들도 있지만 자료조사나 저자의 경험과 통찰을 담기 위해 다년간의 긴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그러고 보면 책 한 권에는 수천일의 시간이 압축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정작 독자인 우리가 책을 읽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나 같은 경우에도 하루에 1시간 반씩 일주일 정도면 책 한 권을 읽을 수 있다. 저자가 책을 쓰기 위해 쓴 수천일의 시간을 10시간 정도만 투자하는 셈이다. <메모 독서법>의 저자는 이것을 " 책이 가져다주는 레버리지 효과"라고 한다. 책이 주는 시간의 레버리지 효과가 있기 때문에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생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시간을 투자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많은 시간을 갖는다는 저자의 말이 새롭게 다가왔다. 다만 책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오래 기억하는 메모 독서야말로 시간을 레버리지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것에 조금은 수긍이 갔다. 간간이 메모를 하면서 읽은 책은 다시 읽을 때 빨리 읽히고 당시 가졌던 생각을 알 수 있다.
질문하고 밑줄 치고 답을 찾기
그러나 아직까지는 밑줄 치는 나만의 기준이 모호해서 연필을 사용한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에는 플래그를 붙인다. 책 속의 많은 문장 중에서 어떤 문장을 밑줄 쳐야 할까? 저자는 밑줄 치기는 책 속 정보를 선별하는 작업이라고 했다. 선별작업을 제대로 하기 위한 기준은 '질문'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질문은 무엇일까?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주장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읽다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주는 문장을 찾으면 밑줄을 그어야 한다. 그 외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진 문장을 발견하면 밑줄을 쳐야 한다고 말한다.
- 저자는 왜 이 책을 썼는가
-저자가 전하고 싶은 핵심 주장은 무엇인가
- 핵심 주장에 대한 근거는 무엇인가
-내가 가진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내용은 무엇인가
-나의 관심사와 관련된 내용이 있는가
-새롭게 얻은 지식이 있는가
-내 생각과 다르거나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내용이 있는가
-내 삶을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는가
책에서 저자는 이 밖에도 그 자체로 멋진 문장을 발견하면 밑줄을 친다고 해서 반가웠다. 나 역시 감탄이 나오게 하는 문장, 인용하고픈 문장이 나오면 밑줄을 친다. 저자가 알려준 것을 토대로 나만의 밑줄 치기 방법을 실천 중이다. 1단계는 연필, 다시 보면 중요도 높은 문장은 형광펜, 나중에 참고할 만한 가장 중요한 문장은 빨간색과 플래그, 이해 가지 않는 문장은 파란색으로 표시 후 사전 찾으며 용어를 확인한다. 밑줄 치고 난 뒤 핵심 키워드는 페이지 주변에 메모하기도 한다.
모티머 J. 아들러는 <독서의 기술>에서 읽은 행위에는 언제, 어떠한 행위에나 어느 정도의 적극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적극성이 높은 독서일수록 좋은 독서라고 말합니다. 적극적인 독서의 핵심은 질문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질문을 해야 합니다. <메모 독서법> P56
생각의 힘이 커지는 메모 독서
저자는 책이라는 자극에 대한 나의 반응과 떠오르는 생각을 수집하기 위해서 메모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책을 읽는 도중에 생각이 떠오르면 바로 책의 여백에 메모를 해야 한다. 메모로 생각을 붙잡아 두어야 활용할 수 있다. 책의 여백에 어떤 것을 메모해야 할까?
1. 생각: 읽고 나서 감사, 문장에 대한 해석, 저자와 다른 견해, 내 삶에 적용해 보기 위한 아이디어,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르는 모든 생각이 메모의 대상이라고 한다.
2. 질문: 책 내용에 의문이 생기면 문장 근처 여백에 질문을 적는다. 메모한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이 책을 깊이 있게 읽는 방법이다. 저자의 주장이 옳은가, 주장에 대한 근거는 타당한가, 책의 내용을 내 삶에 적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질문이 떠오르면 바모 메모해야 잊지 않고 답을 찾을 수 있다.
3. 키워드: 책의 여백에 그 페이지의 핵심 키워드를 적어두면 중요한 부분에 대한 강조도 되고 나중에 책을 다시 볼 때 원하는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다.
4. 요약: 한 장 끝부분 혹은 어려운 지점은 정독 후 그 내용을 요약해 나의 문장으로 적어둔다. 책을 다시 볼 때 도움이 된다.
5. 도표: 내용에 따라 문장보다 도표, 그래프, 그림으로 만들어 여백에 그려본다. 눈에 잘 띄고 쉽게 이해할 수 있다.
6. 할 일: 책에서 읽은 것 중에 따라 해보고 싶은 것이 있거나 책에서 힌트를 얻어 시도해보고 싶은 일이 떠오르면 여백에 메모한다. 독서로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책을 읽는데 그치지 않고 실천을 해야 한다. 할 일을 메모해야 실천할 수 있다.
눈으로만 읽는 독서는 저자의 말을 일방적으로 듣는 수동적인 독서입니다. 책에 생각을 메모하면서 읽는 독서는 저자와 대화를 나누는 능동적인 독서입니다. <메모 독서법 p65>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 중 압록강을 건너는 부분을 기록한 <도강록>을 보면 박지원은 말안장 위에 양쪽으로 늘어지는 쌍 주머니를 걸치고 왼쪽에는 벼루, 오른쪽에는 거울과 먹, 두 자루의 붓, 작은 크기의 공책 네 권을 넣어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항상 메모할 준비가 되어 있었기 때문에 여행 중에 보고 들은 것을 놓치지 않고 메모할 수 있었고 이러한 기록 덕분에 <열하일기>는 현장감이 뛰어나고 유익한 정보가 가득 담긴 최고의 여행기가 되었다.
나 역시 여행을 갈 때 수첩을 챙긴다. 여행 도중이나 숙소로 돌아와 하루를 마감하며 그날 새롭게 발견한 것, 보고 들은 것을 간단하게라도 적으려고 한다. 그때는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기록을 보면 그때의 추억이 새록새록 느껴져서 좋다. 책을 읽는 것 또한 새로운 세계로의 여행과 같다. 기록하지 않는 여행이 그저 아련한 추억으로만 남듯 기록하지 않는 독서는 희미한 기억으로 남을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머리로만 알고 있던 것들,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해 주어 하나씩 적용해 보고 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 밑줄을 긋고 생각을 메모하는 능동적인 독서! 느리지만 천천히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