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결혼 생각 접었어."
자두를 입원시키던 날 “면회 오시죠?”라는 질문에 대답을 흘렸다. 사실 퇴원 때나 오려니 했고, 그건 너무 애정이 없어 보인다는 말에 그럼 한두 번은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입원부터 퇴원까지 단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출근 도장을 찍었다. 혼자 병원에 외롭게 있을 자두가 눈에 밟혔다. 내가 못간 날에는 아빠가 대신 갔으니 단 하루도 면회를 빼먹지 않은 셈이다.
자두는 4월 2일 입원했다. 회사ㆍ집 그리고 병원은 거의 끝과 끝에 위치했다. 엄마는 계속 여행 중. 매일매일이 길었다. 퇴원 이후에도 후처치와 쌓인 집안일에 하루 내내 바빴다. 집 안 고양이들은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웠지만 똥메이커였다. 먹고 싸고의 반복. 화장실을 치워주고 뒤돌아서면 치워야 할 똥이 다시 한가득이었다.
한 번은 엄마한테 힘들어 죽겠다며 “나 결혼 생각 접었어”라고 문자를 보냈다. “살림, 일 전부 만능이어야지”라는 엄마한테 “일하는 데 살림까지 맡기는 사람하고는 절대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몇달 뒤 인터넷에서 “결혼하면 어떤 느낌이에요?”라는 질문에 대한 한 언니의 답을 보게 됐는데 크게 공감했다. “엄마가 하루 여행을 가셔서 엄마 대신 남동생 밥 먹이고 놀아주고 청소하고 빨래했어~ 그런데 엄마가 다신 안 돌아오신대~”
병원 면회를 갈 때면 자두를 먹이는 데 열중했다. 처음에는 검사 결과에 열올렸지만 이후에는 제대로 설 수 있나, 얼마나 걷나, 헥헥거리나, 꼬리를 흔드나 등 보이는 모습으로 상태를 판단했다.
주치의가 휴무일 때는 다른 수의사가 자두를 인계했는데, 이 선생이 자두 이전 기록이나 처치에 대해 아는 내용이 없어 물어볼 것도 없었다. “잘 모르겠다. 확인해 보겠다”는 자동응답기 답변에 물어보길 관뒀다. 다음엔 아예 안만났다. 아무래도 인턴 같았다.
힘든 치료 과정 때문일까. 면회 중 자두의 더러워진 성질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얌전히 품에 안겨있던 자두에게 한 보호자가 ‘귀엽다’면서 다가왔을 때다. 처음 가만히 있던 자두는 이 남자가 두 번째로 쓰다듬으려 하자 꽤 무섭게 으르렁거렸다. 상대는 어색하게 뒤로 물러났고 다신 말을 걸지 않았다. 자두는 또 눈 앞에 작은 강아지가 지나가도 기분에 따라 괜히 시비를 걸었다. 안거나 처치를 하려는 스태프에게도 앙칼졌다.
7일 오후 다시 원래 주치의한테 전화를 받았다.
궤양 의심 소견은 여전하지만 혈소판 수치가 100 이상으로 뛰었고 흉부 엑스레이 사진도 괜찮다고 했다. 먹는 것도 잘 먹고, 활력을 되찾으라고 처치실에 줄을 묶어 길게 뒀더니 “명랑하게 잘 돌아다니고 간식도 잘 받아먹는다”고 말해 마음이 한결 놓였다.
이날 저녁 면회때 만난 수의사는 자두를 케이지에서 꺼내 간식을 주면 앉아ㆍ엎드려ㆍ손 등 애교가 장난 아니라고 했다. 또 약을 음식에 섞어주면 딱 그 부분만 빼놓고 잘 먹는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빨로 낡은 리드 줄을 끊어 버리는 사고도 쳤다.
배변만 아직이었다. 살서제를 먹었는지, 몇 세대 살서제를 먹은 건지 몰라 치료 방법을 고민했던 며칠 전에 비해 놀라운 발전이었다.
퇴원은 10일로 결정했다. 전날이 일요일이라 더 편했지만 아무래도 주치의가 있는 날 퇴원하는 게 낫다고 봤다. 퇴원날 영수증은 120만원 내외로 기억한다. 중간 정산이 한번 더 있었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첫날 수준의 진료비를 매일 내야하는 줄 알고 걱정했던 것에 비해 총 병원비는 생각보다 양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