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퇴원… 다시 입원하면 안될까?
자두는 지난해 9월 우리 집으로 왔다. 새하얗던 강아지는 점차 꼬질꼬질해졌고 그 상태 그대로 병원에 입원했다. 급하게 병원으로 향했던 날에도 개 비린내에 머리가 어질어질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나마 실내에서 지낸 덕인지 입원 일주일 사이 자두는 조금씩 깨끗해졌다. 퇴원 전에 더 깨끗하게 목욕시키고 싶었지만 애견 관리사는 “굳이 이런 개는 미용을 하지 않으니 빗질만 해주라”며 거부했다. 진돗개 성격을 아니까 충분히 이해가 갔다.
거부당한 자두가 안타까웠는지 병원 스태프들은 가능한 데까지 목욕을 시켜주겠다고 했고, 덕분에 다소 깨끗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었다. 털이 깨끗해진 자두는 정말 예뻤다.
퇴원한 다음부터는 전혀 예쁘지 않았다. 원래 성격을 숨기고 있던 걸까 아니면 한번 크게 아파서 변한 걸까. 퇴원날, 주치의는 약과 주사기를 챙겨줬다. 그러면서 자두한테 하기가 쉽지 않을 테니 정 안된다 싶으면 밥에다가 섞어서 줘도 괜찮다고 말했다. 주사 방법은 간단하다. 등을 삼각형 모양으로 들면 생기는 빈 공간에 바늘을 꽂고 약을 주입한다. 처음엔 어려워도 계속해서 익숙해지면 쉬워질 거라고 예상했다. 그동안 나한테 반항 한 번 없던 자두니까.
현실은 달랐다. 당시 내 일기장엔 이렇게 적혔다. “약 먹이기가 헬. 다시 입원시키고 싶다.” 주사 놓기는 갈수록 어려워졌다. 한번 내 바늘에 따끔하게 아파본 자두는 주사기만 보면 거세게 반항했다. 아빠가 잡아줘도 얼마나 기를 쓰고 피하는지 바늘이 휘어질 정도로. 특히 약물이 들어갈 때 더 아파하는 듯했다.
이러다가는 바늘이 몸 안에 박힐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우려에 약을 밥에 섞어주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쪽도 문제는 있었다. 약을 섞은 웻푸드는 사람이 맡아도 냄새가 이상한데 개가 먹을 리 없다. 몇시간 뒤 쓰레기통에 버리는 일이 허다했다.
하지만 퇴원 3일 차, 이런저런 일이 겹쳐 의도치 않게 하루를 굶게 된 자두는 밥을 주자마자 그릇을 깨끗이 비워냈다. ‘굶기니까 먹는구나.’ 이날 야밤 마당 산책에서는 드디어 쾌변도 했다. 인증샷을 남긴다고 개똥 사진을 찍은 것은 처음이었다.
결국 약은 끝까지 먹이지 못했다. 입원한 동안 죽어라고 고생했는데 퇴원한 다음 자두와 내 사이가 갈수록 멀어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두를 위해 귀찮음을 무릅쓰고 하는데 원수로 거듭나는 느낌. 에라 모르겠다 반쯤 놓고 있다가 다시 약을 먹이겠다고 덤비다가… 우리 사이는 오락가락했다.
다행히 약을 안 줬다고 무슨 일이 생기진 않았다. 다시 방문해서 받은 병원 검진 결과도 양호했다. 며칠 뒤 여행에서 돌아온 언니가 주사를 놓을 때는 한없이 얌전한 자두를 보면서 느낀 배신감을 제외하고는.
이제 우리 가족의 남은 걱정은 두 가지였다. 너무 말라버린 자두를 다시 살찌우는 일과 어떻게 얘가 집 밖으로 못 나가게 막을까. 후자의 경우, 묶어두면 간단하겠지만 하루 종일 묶어둔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결국 아빠는 집 전체와 현관 두 공간으로 나눠 펜스를 설치했다. 마지막으로 자두한테 들어간 기백만원의 비용. “그러니까, 예전에 설치했으면 병원비라도 안 나갔잖아.” 대답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