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무후무하게 비싼 똥강아지 7
자두의 살서제 소동도 어느덧 1년이 넘었다. 췌장염 후유증인지 아니면 천성이 입이 짧아선지 자두는 여전히 살이 찌지 않는다. 닭을 삶아서 끼니마다 먹여도 살이 잘 붙지 않는다. 우리 집에 있는 동물은 ‘확대’가 특징인데 이 녀석은 참 유별나다.
당시 살서제는 근처 밭일하던 사람이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시기가 그랬다. 열심히 가꾼 땅에 동물들이 들어와 파헤치는 꼴을 보기 싫었을 테다. 동네 산책을 하다 파릇파릇 돋아나는 새싹을 보면 “저러니 쥐약을 뒀었나”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 심정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울타리를 쳐서 다른 짐승이 들어올 길을 막기보다 살생이라는 편한 방식을 선택했다는 점은… 참 그렇다. 특히 이 동네는 야생동물도 많이 돌아다니는데.
작년엔 동네 개 짖는 소리가 안들렸다. 듣기론 우리 집 자두와 몇몇 개를 빼곤 모두 다 죽었다고 했다. 고양이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시청인가 어디에서 조사까지 나왔다. 정확한 숫자는 모르지만 꽤 많은 새가 죽었고 혹시나 조류독감같은 전염병을 우려해서다. 그 얘기를 듣고는 도대체 어디다 얼마나 많은 살서제를 둔 걸까 하고 할 말을 잃었다.
작년 생각이 문득 다시 떠오른 건 올해 여름이 다가오면서다. 자두 산책으로 돌아다니는 동네 반경이 커지면서 이 지역 개농장들을 처음 알게 됐다. 근처에서 들리던 개 짖는 소리가 철장 안에 갇힌 개의 비명이었음을 깨달았다.
사람이 다가가면 다리 사이로 꼬리를 감추고 벌벌 떠는 모습을 본다. 개농장을 뒤로 하고 자리에서 벗어날 때 들리는 낑낑 소리가 구해달라는 비명으로 들린다. 개농장 앞을 지나기 싫어하는 자두를 보면 개라도 알건 다 아는구나 싶다.
개농장 앞에 내놓은 쓰레기봉투엔 피가 가득했다. 길가 풀숲에는 개 뼈가 버려져 있고, 공터엔 놀러 온 사람들이 남기고 간 ‘개 통구이’ 흔적이 그대로다.
더 소름 끼치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나갔다가 듣게 되는 죽기 전 마지막 비명소리다. 처절한 개 한 마리의 울음소리와 아마도 옆 우리에 있을 개들의 따라 짖는 소리. 그러고 나면 ‘덜덜’ 통이 돌아가는 기계 소리가 난다.
신고도 해봤다. 현행법상 개농장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만 불법적 요소가 가득하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마주한 공무원들은 개농장을 처리할 의사가 없어 보였다. “그 지역까지 찾아갔지만 개농장을 못찾겠다”며 다시 위치를 묻는 전화가 걸려왔다. 아무리 설명해도 “잘 모르겠다”는 말이 전부였다.
개농장 두 군데를 신고했었다. “그럼 다른 쪽은 가보셨냐”고 묻자 같은 곳을 두 번 신고한 게 아니냐고 말했다. 민원 내용을 읽긴 했을까. 담당 공무원은 국민 신문고를 올리면 답변이 의무인데 현재로선 개농장을 찾을 수 없다며 일단 글을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동네 주민에게 들으니 이 개농장은 이미 여러 차례 신고가 들어갔었다고 한다. 그래도 사는 사람이 있고 돈이 되니까 계속한다고. 건물과 개 우리를 감싼 검은 천은 ‘제발 사체라도 안보이게 해달라’는 말에 두른 거고, 그 이전엔 개 사체가 매달려있는 모습도 봤다며.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무렵엔 철장에 개가 가득했다. 옆을 지날 때 시끄러울 정도였다. 길을 걷다 보면 개농장 오토바이를 본다. 어쩔 땐 오토바이 뒤 노란 플라스틱 통에 검은 봉지가 들어있고, 어쩔 땐 없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자 신기할 정도로 동네가 다시 조용해졌다. 개 숫자가 줄었구나, 느껴질 만큼.
사실 어느 개가 사라졌는지도 안다. 검은 천으로 가리지 않았던 개농장. 사람이 지나가면 극한으로 벌벌 떨던 개가 사라지고 개집만 남은 것을 본 날, 차라리 얘는 죽어서 다행이다 했다.
곁을 지나는 사람은 경계하면서도 정작 개농장 주인한테는 꼬리를 흔드는 개들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아마 시간이 지나면 또 여기 개농장 철장엔 개가 가득해질 거다. 그리고 내년 이맘때쯤이면 다시 조용해지겠지. 개 식용 자체를 반대하진 않는다. 다만 거주 환경과 살생 과정에서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이 있었으면 한다. 그런 날이 올 것 같진 않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