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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2 X 50 0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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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Apr 07. 2020

세상에서 가장 비싼 백업 싱어

사실 유능한 파트너, 존 오츠

대중음악 산업에서는 듀오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관리하기 어려우며 오래 지속하기도 어렵고, 게다가 뭔가 올드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듀오 하면 한국 사람들이 [어니언스] 혹은 [바니걸즈]를 떠올리듯이 미국 사람들은 [Everly Brothers] 혹은 [Carpenters]를 떠올릴 것입니다. 최근 음악계에 듀오는 흔하지 않습니다. [Twenty One Pilot]은 사실 멤버의 탈퇴로 인해 밴드 멤버가 두 명만 남은 경우입니다. 21세기 들어서는 오히려 밴드 멤버의 숫자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지요. K-Pop 밴드들이 한 예가 되겠지요. 다양한 collaboration 방법의 증가는 지속적으로 두 명 만이 뭔가를 한다는 아이디어를 덜 매력적으로 느끼게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매력적이지 않는 듀오의 현실에 대한 예는 쉽게 들 수 있습니다. 과연 1980년대 초반 [Wham!]에서 Andrew Ridgeley가 한 일은 무엇일까요? 얼굴로 열일을 했습니다. [Wham!]은 사실 George Michael의 동의어입니다. 그에 비하면, Art Garfunkle은 아주 양반입니다. 그의 미성은 1960년 후반기에 주로 활약했던 [Simon and Garfunkle]을 정의하는 한 축이었습니다. 물론 모든 작곡과 작사는 Paul Simon이 담당했지만 말입니다. 1980년대 중반과 1990년대 초반까지의 [Tears of Fears]도 비슷한 경우입니다. 미성을 가졌던 Curt Smith는 다재다능한 Roland Orzabal이 설치는 꼴이 보기 싫어 (?) 탈퇴합니다.


[Daryl Hall and John Oates]도 비슷한 케이스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존 오츠는 자끔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비싼 백업 싱어"라고 칭하며 자조적으로 농을 칩니다. 그것은 농담이 아니라 홀 & 오츠에 대해 대중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중의 하나이지요. 그러나 실지로 존 오츠는 홀 & 오츠에서 균형 잡힌 반쪽 혹은 없어서는 안 될 반쪽에 가깝습니다.


물론, 대릴 홀은 다재다능합니다. 그는 우월하게 creative 하며 트렌드를 읽는 눈 또한 탁월합니다. 게다가 키도 훨씬 크고 스타일이 좋으며 얼굴도 월등합니다. 특히, 그들이 차트를 점령하고 있던 1980년대의 전반기에 대릴 홀은 히트곡의 다수를 리드합니다. 이때는 (1960년대 후반의 존 레넌과 폴 매카트니처럼) 이 듀오가 습관적인 협업을 멈추고 독자적인 창작으로 들어가게 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러한 불균형은 더 눈에 띕니다.


1983년 경의 대릴 홀과 존 오츠, 항상 유사한 헤어 스타일의 존에 비해 대릴 홀은 당시 핫했던 로커빌리 스타일의 헤어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에 가장 중요한 히트곡인 [Maneater]와 [Out of touch]는 두 사람의 협업이며 존 오츠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넘버입니다. 초기의 명곡인 [She's gone]도 그렇고, 롱 타임 베스트셀러인 [You make my dreams]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존 오츠가 솔로로 작곡하고 노래한 [How does it feel to be back]과 [Possession obsession]이 Top 10에 이르지 못한 반면, 대릴 홀의 단독 작곡인 [One on one], [Say it isn't so], [Adult education] 등은 Top 10에 쉽게 진입합니다. 대릴 홀의 여자 친구였던 Sara Allen의 친동생인 Janna Allen이 작곡에 참여했던 [Kiss on my list], [Private eyes], [Did it in a minute], [Methods of modern love] 등이 크게 히트하면서 존 오츠가 소외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생기기 시작합니다.


1981년 앨범 [Private Eyes] 이후 대릴 홀이 리드보컬을 담당하는 넘버가 8:2 정도로 증가하고 작곡에 대한 비중도 7:3 정도로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제작 과정에 있어서는 (19810년 작 [Voices]와 그들의 전성기를 마감하는 1984년 앨범 [Big Bam Boom]까지) 그 비율이 반대에 가까왔습니다.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대릴 홀에 비해 존 오츠는 그 아이디어를 실현하고 마지막 디테일을 다듬는 craftmanship에 적합화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크리에이티브한 사람은 천성적으로 작업 과정 상의 디테일에 약합니다. 대릴 홀에게는 디테일이 강한 존 오츠가 필요했던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대릴 홀은 선발 투수였고 존 오츠는 마무리 투수였습니다. 현대 야구에서도 이 중 어느 보직이 더 중요하냐에 대한 대립적인 이론이 있군요. (물론 최고 선발 투수가 최고 마무리 투수보다 대체적으로 돈을 더 많이 받습니다.)


"Don't touch each other!", 1985년 당시 매니저였던 Tommy Mattola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롤링스톤지는 이 커버 포토를 얻습니다.

둘 다 선발 투수였다면 일은 마감되지 않고 많은 다툼이 있었겠지요. 둘 다 마무리 투수였다면 많은 일은 쉽게 시작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둘은 서로에게 서로를 맞춰 들어갔던 것입니다. 두 사람의 성격을 비교해 보았을 때, 상대적으로 무던한 존 오츠가 주로 맞춰주었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존 오츠는 외부에서 인정되는 기능의 크기가 자신의 능력이나 의견에 관계없이 줄어들게 되었을 때에도 절대 불만을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진실은 단기간에는 숨겨질 수도 있지만, 기나긴 시간 속에서는 속절없이 드러납니다. 존 오츠의 상업적인 작곡 능력은 1987년 그가 공동 작곡하고 프로듀스한 Icehouse의 Top 10 싱글 [Electric blue]에서 잘 드러납니다. 2002년 발매된 그의 첫 싱글 앨범인 [Phunk Shui]에도 많은 증거가 보이네요.


[Electric blue] by Icehouse (1987), 홀 & 오츠의 넘버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All good people] by John Oates (2002)

홀 & 오츠가 전성기를 끝낸 후, 존 오츠는 그의 라이프 스타일을 완전히 변화시킵니다. 부실한 돈 관리로 인해 현금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긴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첫 부인이었던 모델 Nancy Hunter와 이혼하고 뉴욕의 고급 콘도와 전용기 그리고 스포츠카 컬렉션을 다 팔아 버리고 새 가족과 함께 콜로라도의 시골로 들어가 농장 생활을 합니다. 실지보다 컸던 슈퍼 스타덤의 가면을 벗어버리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것이지요.


이러한 라이프 스타일은 1990년대의 대부분 동안 지속됩니다. 홀 & 오츠 동면기의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존 오츠는 2000년 대에 들어서면서 Live From Daryl's House로 크게 활약하게 되는 대릴 홀에 자극받아 본인도 적극적으로 활동을 늘리기 시작합니다. 21세기에 들어 발매한 5개의 솔로 앨범은 단 한 앨범 만을 발매한 대릴 홀을 양적으로 능가합니다.


이러한 여론의 불균형을 바로잡기라도 하듯이 21세기의 청중은 존 오츠를 슈퍼히어로로 만들기도 합니다. "J-Stache": 위급할 때마다 콧수염을 떼어서 던집니다(!)

이 듀오의 성격은 인터뷰할 때도 잘 드러납니다. 둘이 같이 인터뷰할 때의 발언은 주로 존 오츠의 차지입니다. 많은 경우, 대릴 홀은 존 오츠가 먼저 말하는 것을 기다리거나 발언의 순서를 양보하기도 합니다. 존 오츠가 저널리즘 학과를 졸업한, 달변가인 것도 하나의 영향이겠지요. 서로에 대한 인정과 존중의 증거이기도 하고, 실제적인 기능 관계의 투영이기도 할 것이며, 혹은 관계의 균형을 찾기 위한 무의식적인 조정이기도 할 것입니다. 어쨌든 프로페셔널리즘의 발로입니다.


홀 & 오츠가 50년을 지속한 것은 (굳이 따지자면) 존 오츠의 공이 큽니다. 그는 사소한 것에 삐지지 않았으며, 상대방을 배려하면서 상대방의 공을 흔쾌히 인정했으며, 동시에 자신도 최선의 노력을 투여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특질은 다른 사람과 함께 쉽게 일할 수 있는, 커다란 "능력"이 됩니다. 바로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능력이지요. 존 오츠는 그러한 중요한 능력을 지닌, 홀 & 오츠의 "능력자"인 것입니다.



1980년 앨범 [Voices]의 리드 싱글, How does it feel to be 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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