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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2 X 50 0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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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Oct 27. 2018

이름이 [and]였던 남자

홀 앤드 오츠의 티본: Tom Wolk

오래된 이야기입니다만, MTV의 초기 시절인 80년 초 뮤직 비디오의 촬영이 보편적이지 않았던 당시 MTV는 콘텐츠의 확보를 위해 많은 뮤지션의 뮤직 비디오를 자체 제작하곤 했습니다. 몇 시간 내로 촬영이 끝나는, 단순한 형태의 뮤직 비디오이지요. 그 한 예가 Hall and Oates의 1981년작 [Priviate Eyes]입니다. 전작 [Voices]의 투어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시기에 다음 투어 장소로 이동하기 전에 한밤중에 후다닥 찍었다고 합니다. 다음의 뮤직 비디오 클립을 보실 때, 백밴드 멤버들을 유심히 관찰하시기 바랍니다.


Halll and Oates 시대의 서막을 알린 팡파레, [Private Eyes]

아마 러닝타임 내내 동상처럼 서 있는, 촌닭 같은 느낌의 베이스 플레이어를 발견하셨을 겁니다. 가끔 고개를 돌리기도 합니다만 참으로 어색합니다. 이 사람은 1981년부터 2010년까지 홀 앤드 오츠와 함께 했던 Tom "T-Bone" Wolk입니다. 티본은 이 때부터 2010년 심장마비로 급사할 때까지 30년 동안 홀 & 오츠의 백업 밴드의 중심적인 멤버였습니다.


John Oates는 본인의 자서전에서 그 첫 만남을 또렷하게 기억합니다. 앨범 1980년작 [Voices]가 뒤늦게 인기를 얻어 투어를 계속하던 중 새 베이시스트 구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광고를 내고 과정을 거쳐 최종 두 명을 인터뷰하게 됩니다. 머리도 약간 벗겨지고 뭔지 촌스럽고 헐렁한 느낌의 티본이 인터뷰 룸으로 들어와 베이스를 연주하자 존과 대릴은 "괜찮네"라고 생각합니다. 마침 다른 일로 아코디언을 가져온 티본에게 한번 연주해 보라고 얘기합니다. "와우!" 듣던 모든 사람이 턱을 떨어뜨립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훈련된 티본의 아코디언 연주는 국가대표급이었지요.


그가 떠나고 두 번째 후보자가 들어옵니다. "오!" 비주얼이 금발에다 아이돌급입니다. 첫 후보의 비주얼에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던 존과 대릴은 담박 관심을 갖게 됩니다. 밴드에서 비주얼을 무시할 수는 없지요. "연주도 괜찮고..."하던 차에 긍정적인 반응에 고무된 이 자가 한 마디 합니다. "그런데요, 조건이 있어요. 투어시 [Kiss on My List]는 특별히 내가 부르고 싶네요." "What? What the...."


순간 대릴은 존에게 몸을 기울이며 나직이 말합니다. "아까 그 머리 벗겨진 얘 다시 데리고 오지?" 이로써 티본은 홀 & 오츠 밴드의 일원이 되어 빈자리를 완벽하게 채웁니다. 게다가 티본은 기타 연주가 수준급인 multi-instrumentist였고 전반적인 음악적 능력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호박이 굴러들어 왔습니다. 넝쿨을 달고 말이죠.


티본은 뛰어난 음악적 능력과는 반대로 록스타의 기질은 일도 없었습니다. 자신을 꾸밀 줄도 드러낼 줄도 모르는 소탈한 인물이었지요. [Private Eyes]의 비디오 촬영은 티본에게 밴드 가입 후 첫 미디어 노출이었습니다. 그저 당황한 채 동료들에게 묻지요. "내가 뭘 해야 돼요?" "어... 그냥 가만히 있어. 그러다가 가끔씩 고개만 돌려주면 돼." 티본은 그 조언을 정직하게 수행합니다.


80년대 말 홀 & 오츠 밴드의 기타리스트였던 G. E. Smith와 함께 Saturday Night Live의 하우스 밴드를 하던 즈음의 티본. 사진이 잘 나왔습니다.

밴드 초기 시절 업계에서 티본은 그저 슈퍼스타 백밴드의 연주자 정도로 인식되었지만, 그 실력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홀 앤드 오츠의 오프시즌에도 Elis Costello, Billy Joel, 그리고 Carly Simon 등에게 불려 다니는 인기 있는 세션맨이 되었습니다.


대릴 홀과 존 오츠에게도 티본의 위치는 점점 중요해집니다. 80년대 중반 이후 듀오에게 슈퍼스타의 물이 빠지면서 레코드 회사의 서포트가 줄고 반대로 ROI 성과에 대한 압력은 높아지자, 이들은 앨범 제작에 A급 음악 스태프를 이용하는 것을 점차 줄이게 됩니다. 사실 아티스트십이 강한 이들에게 타인의 강한 영향력은 원하는 바가 아니었지요. 특히 1988년작 [Ooh Yeah] 앨범을 제작하면서 새로 계약한 음반사인 아리스타는 듀오에게 그 당시 가장 잘 나가던 프로듀서를 붙여줍니다. 자네트 잭슨의 앨범을 제작해 주가를 높인 Jimmy Jam & Terry Lewis, 로버트 파머를 정상으로 끌어올린 Bernard Edwards 등을 붙여주지만 콧대 높은 듀오는 시큰둥합니다. 그 이후로 홀 앤드 오츠 앨범의 프로듀서는 Hall, Oates, and Wolk가 됩니다.


Daryl Hall은 티본이 "Hall and Oates"의 "and"였다고 말합니다. 상당히 정확한 은유입니다. 그는 홀 앤드 오츠 밴드를 이끄는 conductor였습니다. 밴드를 운영하는 데 있어서의 모든 실무와 잡무는 그의 몫이었습니다. 2010년 갑자기 그를 잃은 후 대릴 홀이 그의 솔로 앨범을 통해서 그를 추모한 것은 전혀 오버 액션이 아니었습니다.


2011년 대릴 홀의 솔로 앨범 [Laughing Down Crying]은 티본에 대한 추모앨범입니다.

시장의 인식과 실재는 일치하지 않습니다. 공식적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밴드 멤버임에도 별일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뒤에서 조용하게 백업하며 더 많은 일을 해내는 멤버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팀 내에 지속시킬 수 있는 것은 팀의 행운이요 영광입니다. 티본은 그런 멤버였습니다.

 

밴드에는 다양한 기능의 멤버가 있을 수 있습니다. 창작력이 뛰어난 사람은 물론 밴드의 중심이 됩니다. 크리에이티브하지 않아도 밴드의 인간적 균형을 잡으면서 존재하는 멤버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주 실력도 뛰어나고 창작력도 있으며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인격도 있는 멤버는 흔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멤버야 말로 팀의 중심입니다. 시장과 대중이 그 존재를 알건 말건 말이지요. 티본에게 모자란 것은 오직 외모였습니다.



Tom Wolk가 작곡에 참여한 [Life's Too Short] in Album [Do It For Love], 2003


*Title Image: Tom "T-Bone" Wo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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