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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May 28. 2020

나도 모르게 온라인으로 가다

대학은 혁신이 필요해

전 세계의 대부분의 대학생들은 COVID-19으로 인하여 좋든 싫든 온라인 교육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대학 교수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더 당황한 것은 아마도 학생들이 아니라 교수들이겠지요. 기술이 많은 필요 요소를 대체하게 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술 흡수에 능한 millenials나 post-millenials는 아무래도 적응이 빠를 것입니다. 


패러다임의 교체는 종종 갑자기 발생합니다. 누구도 모르게 말입니다. 소수의 준비된 사람이나 소수의 진정성을 지켜온 사람들에게 패러다임의 교체는 큰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다만 status quo에 집착하여 기득권을 이용하고 지키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패러다임의 교체는 낭패가 됩니다. 


"몇 년 후가 될까" 했던 대학의 위기는 곧 현실화될 것입니다. 특히, 한국에서 대학교수란 역사적으로 안정스러웠던 프레미엄 타이틀을 얻고자 노력해왔던 젊은 세대의 일부에게는 상당히 슬픈 일이 되었습니다. 거품은 빠지고 허명은 사라질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유사했던 대학의 구조는 다양한 구조로 개편되어야 할 것입니다. 


인구 절벽을 눈 앞에 두고 있는 한국의 상황은 더 심하겠지만 상대적으로 더 안정스러웠던 미국의 상황도 이번 사태로 인하여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특히, 비싼 등록금에 크게 의존하는 소수정예 교육의 사립 대학들은 큰 위기를 맡게 되었습니다. 미국에는 낮은 교수-학생 비율을 무기로 전통적인 귀족 교육을 원하는 상류층 학생을 타겟 마켓으로 운영해왔던 사립 대학들이 꽤 있습니다. 유명하나 대중들은 잘 모르는 대학입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나왔던 Wellesley College 같은 liberal arts colleges나 아이비 리그에 속하는 Dartmouth College 등이 이런 류의 대학들이지요. 매년 억대로 드는 비용을 내고 온라인 수업을 들을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연구 기능이 발달한 대학들은 아마도 다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을테지만 교육의 수월성에 집중해왔던 대학들은 큰 혼란에 겪게 되었습니다. 


한편, 동영상 강의와 Zoom과 같은 화상 교육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습니다. 곧 VR 교육 솔루션에 대한 수요도 크게 상승하리라고 예상됩니다. 일단 mass adoption이 시작되면 기술의 가능성은 더 많은 시장의 기회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사실 대중이 모르게 이미 개발되어 있는 기술은 많습니다. 아직 사용하기 어려울 뿐입니다. 한국 사교육 시장에서의 현상과 유사한 것들이 대학 수준에서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대학 교육이 단순한 일방향의 lecture에 대한 것이라면 가장 뛰어난 한 사람의 교수가 대부분의 학생들을 커버할 수도 있습니다. 이른 바 MOOC 시스템에서 이러한 기능은 이미 현실입니다. 


Online Program Manager (OPM)란 이름의 새로운 교육 비즈니스의 형태도 주시해 보아야 합니다. 이것은 온라인 교육을 대행하는 포털 비즈니스에 대한 통칭입니다. 이미 많은 대학들이 평생교육이나 교양 수업을 이들에게 대행시키고 있습니다. 2019년에 OPM 시장은 이미 약 4조 달러에 이르렀으며, 15.4%의 연성장을 통해 2017년 경에는 12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마도 그들이 10년 전부터 목표로 했듯이, 이들은 언젠가 중하위권의 대학들을 완전히 교체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본질과 진정성에 집중해왔다면 아마도 위기는 기회로 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산업과 제도의 폐쇄성에 의지하고 조직의 관성에 무감각했던 조직에 대한 것입니다. 그들은 곧 그 댓가를 치르게 될지로 모르겠습니다. 이제 시대가 변하고 있습니다. 다음 역으로 가는 기차는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지향적이고 안정을 추구하는 사고에는 이미 파국의 그림자가 드리웠습니다. 치밀한 분석을 기반으로 한 현실적 사고와 혁신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사람은 가끔 사람 만이 역사의 주체라는 착각에 빠집니다. 역사의 주체가 되는 사람은 단지 역사의 흐름에 속하게 된 사람입니다. 종종 "나도 모르게" 말입니다. 불행하게도 그 흐름 밖에 있다면 그 흐름을 빨리 찾으시기 바랍니다. 흐름을 타는 것의 결과는 즐거운 유영이지만 흐름에 휩쓸리는 것의 한 결과는 익사입니다.  




"Man On The Moon" from R.E.M.'s 1992 album [Automatic For The People]


*Title Image: 1969년 7월 20일자 Daily Mi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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