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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Nov 24. 2020

예술은 관리되는가?

INXS

'아니 이거 뭐 하자는 거야...'  모리스는 눈을 깔고 잘 닦여져 광이 나는 자신의 구두코를 바라보았다.  '뭐라고 해야 하나...'  기대와는 동떨어진 사운드에 모리스는 당황스러웠다.
INXS의 3분짜리 신곡은 자극적이었지만 혼란스러웠다. 한 마디로 간단하게 정의될 수 있는, 장르를 따르는 음악이 아니였던 것이다. 아틀랜틱 레코드의 중역 회의실에는 몇 초간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매니저 크리스 머피의 구레나룻에는 한 방울 땀이 흘러 내렸다.  '망한 건가...'  '아니 이게 별로라고?'  이 신곡에 대한 머피의 확신은 몇 초의 침묵으로 불확실성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즉각적인 환호성을 기대하고 있던 차였다.  
"와! 이건 넘버 원 레코드예요! 정말이지 끝내주는 기타 리프네요!"  안드레아가 침묵을 깨고 조금은 경박스럽게 흥분된 톤을 내뱉었다.  머피의 흐르던 땀이 갑자기 멈추는 듯했다.  
'자기가 뭘 안다고...' 그렇지 않아도 경력도 짧은 여자가 설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았던 모리스였다.  안드레아는 가장 최근에 합류한, 회의실의 유일한 여성이었다.  모리스는 어렵사리 말을 꺼냈다   "INXS는 정통 록 밴드가 아닙니까! 스판덱스를 입는 헤어밴드는 아닐 테지요."
머피에게서는 마치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지원이 없다면 프로모션 비용을 어디서 떙겨온다냐...'  머피는 어렵사리 잡은 일생일대의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절대로...  


마이클 허친스는 카리스마 있는 뮤지션이었습니다. 아쉽게도 1997년 젊은 나이에 요절하게 됩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떠오르는 록 밴드 INXS는 1987년 말 야침찬 앨범 [Kick]을 발매합니다. 밴드의 카리스마 싱어 마이클 허친스와 사운드의 중심 앤드류 패리스가 모든 곡을 싱글로 낼 수 있는 앨범을 만들고자 일 년 이상을 작업에 매진했었습니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고 노력한 결과, 가장 나중에 작업한 섹시한 넘버 [Need you tonight]을 첫 번째 싱글로 선정하고 트로피 획득의 순간 만을 기다라고 있었습니다.


INXS는 이미 3집을 낸 상태에서 스타덤에 진입하기 직전에 있었습니다. 전작 앨범이 플래티넘을 획득했고 Top 5의 싱글도 얻어냈습니다. 다시 한 방을 쳐낼 수 있다면 슈퍼 스타덤도 노려볼 수 있다고 생각하던 차였습니다. 특별히, 매니저인 Chris Murphy에게는 이 앨범은 처음으로 다가온 정말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소속사인 애틀란틱 레코드대표였Doug Morris의 판단은 조금 달랐습니다. 경영진의 관점에서 INXS는 AOR [Album-Oriented Rock] 계열의, 정통 메인스트림 록밴드였던 것입니다. 전략상 싱어 마이클 허친스의 이미지는 믹 재거와 짐 모리슨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무언가가 더 섞인, 전통적인 장르에서 멀어진듯한, 신곡은 그에게 있어서 그저 위험요소였던 것입니다.


INXS는 약간의 팝도 있고 약간의 funk가 있는 록 밴드였습니다. 사실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다양한 요소를 내재화한 밴드였지요. 이들은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고유한 음악 자체로 인정받고 싶었던 것입니다. 앤드류 패리스는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트렌디한 곡을 만드는 것은 쉬워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지요. 우리는 미래를 정의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밴드와 매니저는 옳았습니다. 1988년 초 싱글 [Need you tonight]은 마이클 잭슨의 넘버를 끌어내리고 차트의 정상을 차지합니다. 앨범은 장기간 차트에 머물며 6X 플래티넘을 기록합니다. 이어지는 싱글 [Devil inside]과 [New sensation]도 각각 2위와 3위를 차지하고, 네 번째 싱글 [Never tear us apart]도 7위까지 오릅니다.


이 성공은 1980년 말 공인받는 alternative rock의 한 증거입니다. 전통적인 장르의 작법을 따르지 않는, 일 군의 음악들이 메인스트림 시장에서 인기를 얻게 되는 시기가 바로 이때인 것입니다.


물론, 예술은 관리 가능합니다. 그러나 문제의 초점은 [예술이 어떻게 관리되는가] 하는 것이고, 또한 관리되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예술은 주도면밀하고 치밀하게 관리될 수 없습니다. 창의성이 완전하게 기획될 수 없듯이 말이지요. 흑백의 논리에서 벗어나, 관리를 하되 창발[emergence]을 무시하지 않는, 지혜로운 태도가 필요합니다.


*Title Image: Michael Hutchins on stage


[Need you tonight] (1987) by INX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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