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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Feb 16. 2017

엘비스 코스텔로의 헛 짓이  마이클 잭슨에게 미친 영향

대중음악의 융합과 세렌디피티

Pop music은 그 자체가 융합의 산물입니다. 팝 뮤직은 서구사회 대중음악의 현대적 형식의 장르로서 현재는 Rock이란 장르와는 대안적으로 이해되고 있지만, 초기 로큰롤의 시대는 같은 뜻이었지요. 사실 팝뮤직의 의미는 사뭇 포괄적입니다. 미국이 중심이 되는 주류 시장의 최근 트렌드로 보자면, urban 스타일을 위시하여 록, 댄스, 라틴, 컨트리 등 다양한 형식이 어울려 melodic 하고 soft 하게 표현된 스타일의 음악을 가리킵니다. 대개는 사람의 귀를 끄는 hook을 가지고 있지요.


우리가 듣는 classical music은 사실 수 백 년 전의 팝 뮤직이었습니다. 팝 뮤직은 상업적으로 mainstream에 있는 contemporary music인 것입니다. 동시대의 주류 음악은 다양한 영향들을 융합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따라서 융합의 창의성에 대해 설명할 때, 팝 뮤직은 많은 좋은 사례들을 제공합니다.


이번 글은 팝 뮤직 역사에서 융합이 나타나게 된 한 가지 일화를 이른바 serendipity의 관점에서 소개하고자 합니다. 세렌디피티는 [운 좋은, 필연적인 우연] 정도로 해석될까요? 많은 사회적 결과는 비의도적이고 우연적인 사건의 중첩으로 생겨납니다. 어떤 주도적인 혁신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러한 점을 설명하는 것이 세렌디피티라는 개념이지요.


Elvis Costello의 [Get Happy!] 앨범은 R&B에 대한 Punk의 반성문이었습니다. 엘비스 코스텔로는 한국에서는 한 영화에 실렸던 [She] 정도의 넘버로 알려져 있지만, 이른바 new wave 혹은 post-punk의 장르에서는 가장 핵심적인 인물 중 하나로서 후대에 많은 영향을 미친 아티스트입니다. 그가 1980년에 발표한 [Get Happy!] 앨범은 한창 록의 주류 장르로 떠오르고 있었던 뉴웨이브와 소울 뮤직을 융합한 첫 시도이며, 뉴웨이브 장르의 명반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융합의 이유가 재미있습니다.


그것은 입방정이 가져온, 예기치 않았던 고생을 통한, 의도치 않았던 결과였습니다. 엘비스 코스텔로는 1979년 봄 미국을 순회공연 중이었습니다. 공연 후 술자리에서 우연히 동료 아티스트와 논쟁이 휘말리게 됩니다. 가벼운 논쟁 중 그는 R&B의 대부 James Brown을 [엉덩이로 막춤 추는 검둥이], Ray Charles를 [무식한 장님 검둥이]라고 말하는 엄청난 실수를 하게 됩니다. 공석에서 했다면 평생 사회에서 매장당할 수준의 언사입니다. 사석에서 술김에 했겠지요. 그러나 사실이 아닐뿐더러, 개인에게는 큰 모독이고, 사회적으로는 극도로 부적합한 단어 사용이었습니다.


그에게는 불행하게도, 동석했던 보니 브램릿이란 여성 아티스트가 이 언사를 미디어에 까발립니다. (이런 류의 고자질은 미국 사회에서 대부분 칭찬받을 일입니다.) 그 후폭풍은... 설명할 필요가 없겠지요. 엘비스 코스텔로는 힘들게 개척했던 미국 시장에서 자칫 잘못했다가는 생매장당할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뭐라도 해야 되는 상황이지요. 정식 미디어 프레스를 통해 사과했지만, [술김에 마음과는 다르게 말이 헛나갔어요]라는 사과는 미국 사회에서 쉽게 받아들여지는 논리가 아닙니다. 엘비스 코스텔로는 정규 앨범을 통해 다시 사죄의 행동을 보여야만 했습니다.


New Wave의 가장 긴 반성문, and [Get Happy!]


이것이 뉴웨이브가 아주 먼 거리에 있는 R&B와 같은 장르에 처음으로 어떻게 잘 섞이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유입니다. 엘비스 코스텔로는 아주 그럴듯한 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대충 했다가는 더 큰 후폭풍을 맞았겠지요. 그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1960년대 흑인 듀오인 Sam & Dave의 [I Can't Stand Up Falling Down]을 뉴웨이브 풍으로 멋지게 리메이크했고, 많은 수록곡에서 이 두 장르가 헛돌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했지요. 그야말로 백척간두에서 masterpiece가 만들어졌습니다. 노력의 결과는 상업적인 성공도 가져옵니다.


이 앨범의 성공은 당시 한창 새 앨범을 만들고 있었던 Hall & Oates의 Daryl Hall에게 큰 영감을 줍니다. Blue-eyed soul의 기린아였던 대릴 홀과 존 오츠는 1970년 대일련의 앨범을 통해서 R&B와 록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며 상업적인 아이덴티티의 위기를 겪고 있었습니다. 이 듀오에게 엘비스 코스텔로의 새로운 시도는 엄청난 서포트가 되었습니다. 이미 Post-Punk 운동에 노출되어 있었던 그들이 유행하는 뉴웨이브를 참고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지요. 이미 그즈음에 대릴 홀은 엘비스 코스텔로 외에도 런던과 뉴욕을 중심으로 하는 Joe Jackson The Police와 같은 뉴웨이브 아티스트들의 음악에 심취해 있었습니다. 그들은 1980년 말 발매된 그들의 [Voices] 앨범에서 그들 고유의 Philly Soul에 뉴웨이브를 자연스럽고 멋지게 덧입힙니다.


I heard your voices!


우리에게는 [Kiss on my list] 혹은 [You make my dreams] 같은 팝 넘버가 히트곡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그 두 곡은 해당 앨범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싱글이었습니다. John Oates가 리드한 첫 싱글 [How does it feel to be back]은 묘한 리듬의 퓨전 넘버입니다. 또한 두 번째 싱글에서는 Righteous Brothers의 [You've lost that lovin' feeling]을 뉴웨이브스럽게 재해석해냅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없이 재해석된 이 곡의 가장 뛰어난 리메이크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앨범 트랙도 [Everytime You Go Away] 같은 뛰어난 소울 넘버와 뉴웨이브의 영향이 극명한 곡들이 잘 버무려져 있습니다.  


[You've lost that lovin' feeling] by Hall & Oates, hit No 12 in December 1980.


[Voices] 앨범으로 스타덤으로 진입한 듀오는 후속 앨범 [Private Eyes] 통해 미국에서의 뉴웨이브의 정점을 찍습니다. 이 앨범은 미국 평론계에서 21세기 들어 재평가받고 있는 팝 명반 중의 하나입니다. 뉴웨이브의 관점에서 당대의 다양한 트렌드를 융합하고 있으면서 미래에 대한 방향 제시도 놓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뉴웨이브의 simplicity를 소울의 그루브로 표현해낸 [I can't go for that (No can do)]는 현재까지도 가장 많이 커버되고 샘플링되는 곡 중의 하나입니다. 히트한 네 곡의 싱글 외에도 뉴 로맨틱 스타일의 [Head above Water]와 필라델피아 팝 넘버 [Looking for a Good Sign]과 같은 숨겨진 앨범 트랙도 그들의 진가를 보여주지요.   


They finally reached the peak in [Priviate Eyes]


세렌디피티를 통한 영향의 흐름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1980년대를 대표하고 팝 뮤직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앨범에 까지 이르게 됩니다. 바로 Michael Jackson의 [Thriller]입니다. 음악을 집착적으로 듣는 사람들에게 마이클 잭슨의 가장 큰 히트 싱글인 [Billie Jean]을 홀 & 오츠의 [I can't go for that]과 연결시키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Billy Ocean의 [Caribbean Queen]이 [Billie Jean]에 닮아 있듯이 말이죠.


1985년 [We are the world]를 녹음하기 위한 USA for Africa 세션 때, 수줍게 대릴 홀에게 다가간 마이클 잭슨은 [사실 내가 네 곡을 훔쳤어]라고 말을 꺼냅니다. 순수한 영혼의 순수한 고백이지요. 대릴 홀은 쿨하게 [괜찮아. 나도 흔하게 하는 일이야]하고 대답합니다. 예술은 사회적 네트워크에서의 우연한 영감의 반복을 통해 발전합니다.


Something bigger than the life...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앨범의 영향을 나열하자면 입이 아프겠습니다. 이 앨범이 결론적으로 정의한 스타일은 현재까지도 (그리고 한국에까지도) 이어져 urban 혹은 urban contemporary라는 이름으로 팝 뮤직의 주류 포맷이 되었습니다.


위의 사례들은 상호 연결되지만 유일한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것은 아니므로 과도한 일반화는 경계해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사회적인 영향력이 어떻게 네트워크 안에서 우연하게 전달되고 이어지는지에 대해 분명한 일화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 성실하게 지속한다면 기회는 우연처럼 찾아오게 마련입니다. 그것이 바로 Serendipity란 단어가 말하고자 하는 바입니다. 모든 우연은 역사의 흐름 안에서 필연입니다. 당신이 그 역사의 흐름 안에서 어떤 이상을 봤다면 당신에게도 그 우연은 찾아올 것입니다.


[I Can't Stand Up Falling Down] by Elvis Costello and the Attractions in 1980


Hall and Oates, [I Can't Go For That, 1981], Covered by Nicki Bluhm and The Gramblers (in a van!)


[Billie Jean] by Michael Jackson in 19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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