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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Feb 11. 2021

이미지는 불공평해

크림슨과 클로버

이미지는 관성을 갖습니다. 한번 생성된 이미지는 여간해서는 쉽게 변하지  않습니다. 이미 형성된 이미지는 어떤 강렬한 이벤트가 있을 때만 다른 이미지로 교체됩니다. 첫인상이 중요한 이유로 바로 이러한 이미지의 관성 때문이지요. 이에 대한 두 가지 예화를 가볍게 얘기해 보고자 합니다.


Tommy James and the Shondells는 1960년대의 멋진 록 밴드였습니다. 이들의 대표 싱글 [Crimson and clover]를 처음 들었을 때의 신비스러운 느낌이 생각납니다. 독특한 분위기의 사이키델릭 넘버였습니다.


[Crimson and clover] by Tommy James and the Shondells (1968)


위의 비디오에서도 보고 들을 수 있듯이 당시로서는 굉장히 세련된 사이키델릭 록입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이른바 버블검 팝 밴드라는 명칭이 따라다닙니다. 역시 싱글차트 1위를 차지한 [I think we're alone now]라는 싱글 때문입니다. 그들 앨범의 다른 곡과는 달리 10대 아이돌 밴드가 불렀음직한 곡이지요. 이 곡의 히트로 인해 그 낙인을 얻습니다. 싱글 위주 밴드의 아픔이었습니다.


[I thnk we're alone now] by by Tommy James and the Shondells (1967)


이러한 편견을 상쇄하기 위해 사이키델릭 사운드를 도입하고 [Crimsona and clover]와 같은 멋진 록 넘버로 인기를 끌지만, 끝내 그들은 버블검 밴드란 인식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전성기를 마감해 버립니다. 앨범 록을 중심으로 록 밴드를 정의하고 싱글은 가볍게 무시하는 미국 업계의 전통적인 편견이 가져온, 왜곡된 이미지의 관성이었습니다.


반대의 현상이라면 Genesis를 꼽을 수 있습니다. 제네시스는 1970년대 유행했던 아트 록 밴드의 최고봉 중 하나였다고 할만합니다. 피터 가브리엘의 연극적 카리스마와 모든 멤버들의 음악적 능력은 그들 아트 록의 완성도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1972년부터 1974년까지 일련의 별 다섯 개짜리 앨범들을 발매한 후 피터 가브리엘이 밴드를 탈퇴한 것은 아마도 밴드의 사운드를 완성했다는 성취감과 허탈감의 혼합된 감정이 그 이유가 아녔을까 생각해 봅니다.


[The musical box] by Genesis, Live in 1972


한편, 피터 가브리엘의 탈퇴 후 여러 곡절 끝에 리드 싱어가 되고 지휘봉까지 잡게 된, 드러머 필 콜린스는 밴드를 팝 록의 세계로 서서히 인도합니다. 앨범의 판매량도 따라서 증가하지요. 이들의 1986년 메가 히트 앨범 [Invisible Touch]가 만약 그들의 첫 앨범이었다면 이들은 신디사이저를 기반으로 한 댄스 록 밴드였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적 성취에 대한 인식은 많은 상업적 싱글이 발매된 이후에도 퇴색되지 않습니다. 제네시스이기에 허용되는 일탈 아닌 일탈이었습니다. 역시 이미지의 관성 때문이지요.


[Invisible touch] by Genesis (1986)


필 콜린스는 사실 상업적인 감각에 있어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아티스트입니다. 그 상업적 성취는 폴 메카트니의 솔로 커리어와 비견할만합니다. 폴 메카트니는 지나치게 뛰어난 팝 감각으로 인해 존 레넌에 비해 록 비평가들에게 의해 한동안 하향 평가되었지만, 필 콜린스는 전체 솔로 커리어를 통한 팝 발라드의 대량 투척에도 불구하고 인식의 저평가를 피해 갑니다. 이것은 제네시스의 유산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음악적으로 현격하게 뛰어났던 1981년 데뷔 싱글의 후광 때문일 것입니다.


[In the air tonight] by Phil Collins, Live in 1990


음악 산업에서의 초두 효과[primacy effect]의 예를 설명해보았습니다. 이미지는 불공평하지만 실재합니다.



버블검 사운드 넘버를 1980년대의 대표적인 원히트 원더 아이돌이 커버합니다.

[I think we're alone now] by Tiffany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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