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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Mar 31. 2019

잡종과 괴짜의 혁신

Gorillaz, Muse, 산울림, 서태지, etc.

혁신은 새로운 것을 창출해내는 활동과 그 결과에 대한 것입니다. 변화가 항상 예측 가능하다면 세상은 덜 아름다울 것입니다. 혁신의 비정형성은 아름다움의 다양성을 증가시킵니다. "자연"은 다양한 아름다움을 갖습니다. 반면, 인간은 쉽게 아름다움의 정형성을 추구합니다. 한 잣대를 세우고 비교로 줄을 세우지요. 물론 이 경우에도 아름다움은 있으며 그 성취에는 엄청난 노력이 투여됩니다. 노력 자체는 아름다운 일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성취에는 편집증적인 추구와 가끔 엘리티시즘의 오만이 있습니다. 혁신은 오만한 현상태[status quo]를 시원하게 깨어버립니다. 낡은 잣대를 비웃거나 무시합니다. 물론 혁신의 결과는 아쉽게도 자주 다른 잣대를 세우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혁신이 없다면 세상은 너무 밋밋하기만 하겠지요.


우리는 잡종과 괴짜가 필요합니다. "마구 뒤섞어버리는 자"와 "막 던지는 자"가 필요합니다. 혁신을 옹호하는 입장에서 저는 잡종과 괴짜를 사랑합니다. 튀려는 관종이 아니라 체질적으로 일정한 배열을 참지 못하는 괴짜가 필요합니다. 튀기 싫지만 튀어 보일 수밖에 없는 자가 필요합니다. 리바이벌은 절대로 안 하는 잡종이 필요합니다.


역사적으로 잡종과 괴짜는 외면당하고 박해받아왔습니다. 모난 돌은 정을 맞기 마련입니다. 지구가 모든 이의 중심일 때 지구가 돈다고 하면 미친놈 소리를 듣습니다. 21세기는 역사상 처음으로 잡종과 괴짜가 무더기로 인정받게 된 시대라고 기억될 것입니다. 이것이 무엇의 전조인지는 확실히 알기 어렵지만 잡종과 괴짜가 지금만큼 살기 편했던 시기는 없었습니다.   


과거 음악 시장에서도 변화를 만든 사람들은 잡종과 괴짜입니다. 알려지지 않았던 운이 좋아 잘 알려졌던 상관없이 말이지요. 21세기는 인디 음악의 위세와 함께 잡종과 괴짜가 크게 발흥하게 됩니다. 지금과 과거의 잡종 밴드, 괴짜 밴드 몇몇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21세기의 음악계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완성을 보게 됩니다. 장르의 해체와 탈구조적인 작법이 메인스트림에 진입하게 됩니다. 당연히 많은 잡종들이 탄생합니다. Gorillaz가 대표적입니다. 가상 밴드라는 설정부터가 포스트모던하지요. 브릿팝의 기린아이자 Blur의 리더인 Damon Albarn은 브릿 아이돌 밴드의 덫에 걸린 자신의 창의성을 고릴라즈를 통해 마음껏 발산시킵니다. Art pop, hip hop, trip hop, electronica, alternative rock 등 다양한 장르가 이들 음악 안에 있습니다.


21세기적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 Muse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들은 미학의 틀에 잡혀 밋밋해진 프로그레시브 록을 일렉트로니카 등 다양한 장르의 요소를 섞음으로 다이내믹하게 만들었습니다. 상업적 성공은 덤이지요. 독주로 가득한 10분짜리 음악만이 아트록일 필요는 없습니다. 뮤즈는 다양한 퓨전을 통해서 아트록을 팝으로 잡아당겼습니다.


이들에 비하면 Maroon 5는 장르에 충실한 밴드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사실 이들도 funk rock과 neo soul를 잘 버무린 잡종 록밴드입니다. 스티비 원더와 프린스 그리고 The Police를 섞은 밴드이지요. 21세기에서는 다만 메인스트림일 뿐입니다.


인디 계열에서 잡종은 더 흔합니다. 예를 들어, 텍사스 제일의 장수 인디 밴드인 Spoon은 음악은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독일의 아방가르드 밴드 Can의 영향을 물씬 보이는 동시에 Sonic Youth, Elvis Costello 혹은 Tom Petty의 영향도 흡수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음악계에도 이러한 잡종과 괴짜가 있었습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신중현은 한국의 감성을 서양의 psychedelic rock에 담는 엄청난 괴짜 잡종이었습니다. 1974년 발표된 그의 [미인]을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은 지금도 기억에 뚜렷하게 있습니다 (아주 매우 어렸을 때거든요...). 그의 한국 록의 대부가 됩니다.


1970년대 말 산울림은 정말 뚱딴지같았습니다. Punk rock일 수밖에 없고 지금으로 치면 lo-fi 계열이지만 어디에도 근본이 없는, 정말이지 독창적인 음악을 던진 괴짜 밴드였습니다. 완전히 내재화된, 아마츄어리즘의 잡종화였습니다. 이들의 독창성은 그 누구도 쉽게 따라 할 수 없었지요. 쌍팔년을 지나 1990년대 중반이 되어서야 진정한 추종자들이 나타납니다.


1992년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는 한국적 크로스오버를 정의하게 됩니다. New jack swing 풍의 dance music에 다양한 장르를 부셔 넣습니다. 그가 이전에 메탈 밴드의 멤버였다는 사실이 전혀 이러한 잡종 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았으며 오히려 다양성의 한 축이 되어 버립니다. 당시까지도 록밴드 멤버가 본격적인 댄스 음악을 한다는 것은 음악계에서 왕따를 당하는 일이었습니다. (이승철 등에 의해서 약간 분위기가 완화되기는 했지만요.) 그는 눈치 보지 않고 그저 하고자 하는 것을 하는 괴짜였고 마침내는 K-pop의 시조가 됩니다.    


혁신은 종종 리바이벌과 정형성을 싫어하는 (맹구 같은) 괴짜에 의해 시작됩니다. 잡종과 괴짜들이여: Do what you want, but be what you are! 너네 하고 싶은 거 다해!



[Crawl] by Gabriel Garzón-Montano, 2017

프린스와 맥스웰에 데이빗 보위와 존 레넌을 섞으면 이렇게 되지 않을까요...


*Title Image: Gorilla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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