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태원 Taewon Suh Mar 24. 2017

지속 가능한 밴드, U2 or Weezer

오래가는 밴드의 덕목

오래되어 잘 숙성된 밴드를 만나는 것은 흥미로운 일입니다. 긴 세월 동안 진보를 멈추지 않고 성장해 왔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긴 시간에 걸쳐 펼쳐진 음악 속에서 그들의 사고의 흐름과 성장의 역사를 유추해 보는 일은 흥미진진합니다.


반면에 멋진 음반 하나 내고 사라져 버리는 one-hit wonder는 정말 안타깝습니다. 음악이 좋을수록 그 안타까움도 크지요. 왜 그들은 지속하지 못했을까요? 오래 활동하는 밴드는 어떻게 지속할 수 있었을까요? 지속하는 밴드의 이면에는 개인적 능력차 이상의 무엇이 있을 것입니다.


1970년 이전에 결성되어 아직까지 라이브 활동을 계속하고 있는 밴드도 꽤 있습니다. The Rolling Stones는 1962년 결성되었으며, 네덜란드가 배출한 최고의 밴드인 Golden Earring은 무려 1961년에 결성된 밴드입니다. 그밖에 브리티시 밴드인 The Moody Blues는 1966년에, 미국 밴드인 ZZ Top은 1969년, 그리고 캐나다 밴드인 Rush는 1968년 결성되어 아직까지도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존하는 밴드 중 한 명의 멤버 교체도 없이 휴식기도 없고 멤버의 뚜렷한 솔로 활동도 없이 가장 오래 활동해 온 밴드는 U2입니다. 1976년 Feedback이란 이름으로 모여 1978년 U2가 된 후 2017년 현재까지 40년이 넘은 세월 동안 같이 성장하며 활동해 왔습니다. 이러한 지속은 정말 행운이 필요한 일입니다. 멤버 모두가 건강해야 하고 사이도 좋아야 하며 밴드의 생명에 영향을 미칠만한 큰 사건사고도 없어야 합니다.


요즈음 상업적인 파괴력은 많이 떨어졌지만 음악계에 대한 영향력으로 따지면 그들은 전설이 되었습니다.  70살을 넘어서도 활동하겠다는 의욕을 보이는 U2는 앞으로도 그 기록을 계속 경신하여 갈 것 같습니다.

 

1980년에 첫 정규 음반을 낸 그들은 이미 1987년에 [Joshua Tree]로 크리에이티비티의 정점에 오릅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만들어진 자산에 머물지 않고 혁신을 추구합니다. [Achtung Baby]를 필두로 1990년대에 걸쳐 밴드의 새로운 라이프 사이클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냅니다. Post punk에 기초한 메인스트림 록 밴드에서 일렉트로니카에 영향을 받은 얼터너티브 록 밴드로 탈바꿈을 한 것이지요.


변화의 시절을 거쳐 이들은 21세기에 들어서는 자신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원래의 지점으로 다시 돌아와 보다 편안한 영역에서 다양한 변화를 꾀합니다. U2가 Depeche Mode 보다 일렉트로닉 뮤직을 더 잘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그럴 필요도 없겠고요. 특히 21세기의 첫 두 앨범을 통해서는 상업적인 성취와 음악계의 인정을 동시에 이루어냅니다.  

더블린의 4명의 10대 소년들은 이제 60세를 바라보며 같이 늙어가고 있습니다.

사실 U2는 아주 특별한 경우입니다. 멤버의 구성과 관계에 절묘한 밸런스가 있습니다. 보컬인 Bono는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팀 내에서는 기타리스트인 The Edge와 리더십을 공유합니다. 음악 자체에 있어서는 오히려 에지의 영향력이 큰 것 같습니다. 드러머인 Larry Mullen과 베이스 주자인 Adam Clayton도 충분한 음악적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사실 밴드는 결성한 것도 Larry Mullen이었지요.


오래가는 밴드에는 이러한 밸런스가 필요합니다. 균형을 위해서는 단 하나의 법칙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각 상황에서도 어떤 나름대로의 균형점이 있어서 그것의 획득을 통해 밴드가 지탱되고 유지되는 것입니다. 카리스마가 강한 멤버가 있다면 그것을 받아주는 다른 멤버의 포용력이 필요합니다. 모든 멤버가 존재의 이유가 있고 그것을 서로서로가 인식하고 인정하고 있어야 합니다. 누군가가 그 균형을 깬다면 밴드는 무너지고 말겠지요.


한 멤버의 능력이 특출 나다면 그 균형점을 찾기는 상대적으로 어려워집니다. 무언가 기타의 해법이 필요하지요. 넘버 교체 없이 30년을 넘은 Radiohead의 경우에도 리더인 Thom Yorke가 2006년부터 솔로 활동을 겸하고 있습니다. 추가적인 venue가 필요한 것이지요. 이것은 리더가 아닌 멤버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도적인 멤버로 인해 소화되지 않은 창작 욕구를 배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Genesis의 Mike Rutherford와 Depeche Mode의 David Gahan 등 수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멤버가 죽어도 드러머가 팔을 잃어도 존속하는 Def Leppard는 1980년대 전설적인 밴드 중의 전설입니다.

지속하는 밴드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는 물론 상업적인 성공입니다. 대박일 필요는 없으나 꾸준한 반응은 필요합니다. 충성스러운 팬 베이스가 없다면 밴드는 지속할 수도 지속할 이유도 없겠지요.


한 밴드가 브랜드 자산을 쌓고 충성스러운 팬층을 확보한 이후에 밴드를 해체하는 것은 반 비즈니스적인 일입니다. 투자를 통해 얻게 된 귀중한 브랜드 자산을 그냥 버리는 일이지요. 존재가 없어지면 이름도 점점 잊어집니다. 밴드가 해체되었을 때 개별 멤버가 밴드의 브랜드 자산을 계속 향유할 수 없었던 사례가 허다합니다. 해체의 시점에 이미 멤버 개인의 독립적인 브랜드 자산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을 경우에는 거의 예외가 없지요. Jimmy Page이나 Lou Gramm 그리고 Steve Perry 같이 상대적으로 잘 알려진 보컬리스트도 첫 앨범 이후에는 독자적인 추진력을 잃어버리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많은 밴드가 비즈니스 관계만으로도 존속할 수 있고, 다른 이유로 해체했다가도 그 이유로 재결성합니다. 예를 들자면 입이 아프겠습니다. 밴드의 귀중한 브랜드 자산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이지요. 이름이란 것에는 정말 묘한 힘이 있습니다.

Weezer의 리더 Riveers Cuomo도 전형적인 팀플레이어입니다 (왼쪽에서 두번째).

20세기 후반부터의 밴드의 융성과 지속은 산업계의 변화에 기인하기도 합니다. 이른바 인디신의 성장과 메이저 레이블의 퇴조는 밴드의 다양성과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메이저 그라운드의 메이저 밴드는 그 활동에 제약을 받기 마련입니다. 전략적 기획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지요. 가끔 창작의 자유를 부여받는 경우도 있으나 프로모션의 자유까지 얻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에 인디 밴드는 여러 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지요. 많은 프로젝트 밴드들이 있고 멤버의 교류와 교환도 빈번합니다. 1980년대 이후 이른바 MTV와 CD의 시대에 과도하게 비대해졌던 음악산업이 사실 제자리(?)를 찾으면서 크리에이티브 산업의 본모습을 찾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획된 밴드보다는 순수하게 음악 자체와 craftmanship에 집중하는 밴드의 숫자가 늘었습니다. (아이돌 밴드가 넘쳐나는 근래의 K-pop 신은 한국 음악계의 독특한 현상입니다. 이것 역시 한 가지 지역적이고 동시대적인 유행일 뿐입니다.)


인디 밴드에게 지속가능성은 다르게 정의됩니다. 같은 구조의 유지가 아니라 유기적인 형태의 생존과 확장이 중요합니다. 다양한 협업으로 단체적인 생태계를 이루는 것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Weezer의 Rivers Cuomo가 보스턴 지역에서 가졌던 프로젝트의 숫자는 손으로 세기 힘듭니다. 나머지 멤버도 다양한 프로젝트로 활동합니다. 그러면서도 Weezer란 브랜드의 가치를 버릴 필요는 없지요. 오히려 그 브랜드 네임이 새로운 생태계의 중심이 됩니다. 밴드의 지속가능성은 당연히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것입니다.


지속하는 모든 것은 아름답습니다. 특히 지속하는 일군의 사람은 더욱 두고 볼 만합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오랜 시간 같이 지속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욱 뛰어난 안목과 환경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


밴드가 지속하기 위해서는 항상 내부의 요인과 외부의 요인을 살피며 균형점을 찾아야 합니다. 그것에는 고정된 법칙이 없으며 다만 그때그때의 현명한 조정이 있을 뿐입니다. 공통의 발견과 인식이 있고 동일한 이상의 공유가 있습니다. 한 지점에 만족하고 머물려 할 때 균형은 무너집니다. 균형점은 시간에 따라 항상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단체를 이루어 같이 살아나가고 같이 일해나가는 모습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볼만한 광경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도 그런 광경 안에서 발견되시기를 바랍니다.



[Island in the Sun] by Weezer in 2001  


*Title Image: U2 since 1976

이전 04화 밴드의 역학, [균형자 이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