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태원 Taewon Suh Jul 06. 2018

압박 혁신

Pressed innovation

가끔 밴드와 아티스트들은 바꿔야 된다는 혁신의 압박을 받습니다. 불행하게도, 상업적인 위기감에서 혁신이 조급하게 시작될 경우 대개 그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하지요. 우리가 아는 유명 밴드의 많은 실패 앨범들이 그러한 상황에서 만들어졌음을 알게 됩니다.


진정한 혁신은 mindset과 atmosphere의 산물입니다. 특정한 마인드셋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특정한 환경, 즉 지속되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통틀어 이것은 단체적인 과정이고 시간이 드는 과정입니다. 조급함과는 거리가 멀지요. 아마도 예를 통한 설명이 필요하겠습니다. 1990년대 초의 시대적으로 고유한 케이스들을 통해서 밴드의 혁신이 특정한 분위기 안에서 마인드셋의 형성을 통해 나타나는 예를 들어보도록 하지요.


90년대 초 발흥한 alternative rock 혹은 grunge rock의 강렬한 물결 속에서 80년대의 arena rock 밴드들은 변화를 시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됩니다...


80년대 후반의 아일랜드 밴드 U2는 상당히 미국적인 밴드였습니다. 마팅 루터 킹 목사를 위한 헌정곡인 [Pride (In the Name of Love)], 앨비스 프레슬리의 오마주가 담긴 앨범 [Rattle and Hum], 제목부터 미국 서부의 냄새가 나는 [The Joshua Tree] 앨범 등은 이에 대한 확연한 증거가 됩니다.


90년대에 들어 U2는 자연스럽게 컨템퍼러리 한 유러피안 뮤직 특히 electronic rock music에 흥미를 갖게 됩니다. 그 시작은 동료 밴드였을 수도 있고 여가시간에 가는 "Discoteque (1997)"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흥미는 다양한 소스를 통해 점점 진지 해지지요. 그러나 보다 직접적인 영향은 [Achtung Baby] 앨범 작업에서 엔지니어링과 믹싱을 담당했던 Flood였다고 판단됩니다.


Flood는 이전 New Order, Erasure, Depeche Mode 등을 성공으로 이끌었던 영국 electronic music 신을 대표하는 엔지니어이자 프로듀서입니다. 전작 [The Joshua Tree] 때 인연을 맺어 [Achtung Baby] 앨범을 통해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Flood & Bono

물론 프로듀서였던 Daniel Lanois와 Brian Eno의 atmospheric 한 사운드가 해당 앨범의 가장 큰 성공 요소였지만 "U2가 electronic music을 하다니!"하는 혁신의 요소는 음악적인 완성도와 함께 앨범의 매력을 크게 상승시켰습니다. 프랜차이즈 팬을 외면하지 않고 새로운 팬을 끌어들이는 절묘한 균형이었지요. 그러나 이러한 균형감은 아쉽게도 Flood가 제일 프로듀서로 전면에 나서는 다음 앨범 [Zooropa]부터 무너지기 시작합니다. U2가 Depeche Mode가 될 수는 없겠지요. U2는 21세기에 들어 보다 raw 한 guitar rock인 그들의 뿌리로 돌아가게 됩니다.


Flood에게 이러한 혁신의 기능은 사실 처음이 아녔습니다. 그는 Depeche Mode에게 처음 전자기타를 연주하게 한 공로자 중의 하나입니다. 완전한 synth band였던 Depeche Mode는 [Violator]의 [Enjoy the Silence]에서 처음으로 기타 루프를 연주하며 자신들의 벽을 허물게 됩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글로벌 스타덤에 오르게 되지요.  

Depeche Mode의 1990년작 Violator

즉, [Achtung Baby]의 대척점에는 Depeche Mode의 [Violator]가 있었습니다. 일렉트로닉 밴드는 록 밴드로 록 밴드는 일렉트로닉 밴드로 변화시킨 것이지요. 시대적 그리고 사회적 분위기 안에서 벌어진 이러한 두 변화는 너무나 자연스러웠습니다. 혁신으로의 압박이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러운 분위기에서 서서히 마인드셋의 변화를 통해 선택된 혁신이었습니다.


같은 시기인 90년대 초, 압박 혁신의 실패 케이스에는 INXS의 [Welcome to Wherever You Are]가 있습니다. 80년 말 INXS는 [Kick!] 앨범을 통해 글로벌 스매시 히트를 터뜨립니다. 상업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꽉 차고 타이밍이 제대로 맞은 앨범이었지요. 그러나 이어지는 두 개의 앨범에서 그 성공을 지속하는 데 실패합니다. 당연히 압박이 오지요. 두 후속작에서 얼마나 많은 생각과 시도를 했겠습니까. 이런저런 쉬운 시도가 통하지 않는다면 결론은 바꾸는 것입니다. 그러나 동양의 악기를 통한 실험으로 가득 찬 이 압박 혁신은 (예상과 같이) 성공하지 못합니다. 60년대의 히피 무브먼트를 등에 업은 비틀스도 아니고... Grunge rock의 시대에 약간은 생뚱맞은 시도였습니다.  

INXS의 1992년작 Welcome to Wherever You are

좀 어이없는 실패담도 있습니다. 50년대 스탠더드 팝의 아이콘 Pat Boone 옹은 1997년 헤비메탈 커버 앨범을 내놓습니다. 물론 메탈을 연주한 것은 아니고요, 헛도는 몇 개의 기타 리프로 맛만 보이고 전곡을 빅밴드 스타일로 재해석했습니다. 10년 정도 일찍 나왔다면 조금의 반응은 있었을까요? 얼터너티브 록이 정착한 시기에 주로 70년대 후반기와 80년대 초반기의 클래식 메탈 넘버를 전형적인 빅밴드의 감성과 상당히 폭 좁은 성량으로 (좀 노래 부르는 옆집 할아버지를 가라오케서 만났다고 보시면 됩니다) 커버했다니...


주로 블랙 아티스트의 오리지널을 주류 시장에서 커버해서 돈을 벌어온 그에게는 이상한 접근이 아니었겠지만, 90년대 후반의 음악팬들에게는 앨범 커버만큼이나 참으로 기이했습니다.

Who? Pat Boone?, 1997년작 [In a Metal Mood: No More Mr. Nice Guy]

이른바 [압박 혁신]이 성공하기는 힘듭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체화되어 마인드셋이 형성되지 못한 채 새로운 소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로 얼치기로 엮게 되는 표피적인 변화가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물론 항상 예외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는 그 압박이 너무나 강력해서 사회적 환경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강렬한 분위기와 마인드셋이 형성되는 사례입니다. (즉, 결과적으로 이 글의 전제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흠, 혁신은 그 마음이 얼마나 단단한가 혹은 마음을 얼마나 독하게 먹나에 달려있습니다. 대충은 통하지 않지요.  



Title Image: U2의 1991년작 Achtung Baby


U2의 1993년작 [Babyface], 가끔 Depeche Mode가 이 노래를 연주하면 어떨까 생각하곤 합니다.

사실 Depeche Mode의 U2 커버는 있습니다. Achtung Baby 앨범의 넘버인 [So Cruel]입니다.

"We first heard Achtung Baby working on Songs Of Faith And Devotion with Flood. It was the closest our bands ever got: U2 had become more electronic while Depeche Mode were working on a new rock vision. But there was never a rivalry. Bono used reverse psychology in his email, saying he totally understood why we'd say no. We just thought, Why not? So Cruel is Bono at his best, words-wise. And we couldn't tackle One - that would be almost sacrilegious"  by Martin Gore

이전 06화 잡종과 괴짜의 혁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