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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퇴턍규 Jan 02. 2022

먹고사는 것, 혹은 사는 것 그 자체

『산 자들』, 『대도시의 사랑법』

  지난해 흥미롭게 읽었던 두 권의 연작소설을 다시 꺼내어 읽었다.

 



  11년의 동아일보 기자 생활을 통해 사회를 다방면으로 경험한 장강명. 그는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방식으로 시대 문제를 소설 속에 담아냈다.

 


  ‘자르기’, ‘싸우기’, ‘버티기’의 3개 챕터로 이루어진 『산 자들』은 “2010년대 한국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주제로 한 연작소설을 쓰자.”라는 작가의 말처럼 처절한 먹고사니즘을 다룬다. 취업, 해고, 구조 조정, 자영업, 재건축 등이 그것이다.


  ▦ 자르기 (3편) : 알바생 자르기, 대기발령, 공장 밖에서

  ▦ 싸우기 (4편) : 현수동 빵집 삼국지, 사람 사는 집, 카메라 테스트, 대외 활동의 신

  ▦ 버티기 (3편) : 모두 친절하다, 음악의 가격, 새들은 나는 게 재밌을까?



  특히 베이커리 간의 다툼을 다룬 「현수동 빵집 삼국지」가 흥미로웠다. 치킨 튀기는 것에 비하면 고상해(?) 보이는 빵집이 실은 아침과 저녁, 정확히는 밤 장사를 위해 고된 노동을 1년 내내 해야 한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하긴, 나처럼 나약하기 그지없는 회사원이 넘볼 수 없는 그 세계, 자영업. 세상에 쉬운 자영업이 있기나 한 걸까... (“그러면 저희 같이 밤 11시에 문 닫는 걸로 하면 어떨까요? 늦게까지 영업하기 너무 힘들지 않으세요? 저희 집 문 언제 닫는지 살피고 그러지 않으세요?”)


  아래의 문장은 마치 비장한 출마 선언문처럼 읽히는데, 『열광 금지, 에바 로드』와 같이 르포 기사와 소설을 넘나드는 기법적 참신함뿐만 아니라, 소재를 고르고 또 이를 극화하는 데 있어서 단연 독보적인 소설가 장강명의 가치를 적절히 드러낸다. “현상” 그 자체보다 “배경”과 “왜?”에 집중하고 있다.


  “부조리하고 비인간적인 장면들을 단순히 전시하기보다는 왜, 어떻게, 그런 현장이 빚어졌는지를 소설이라는 형식으로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박상영 역시 밤하늘의 별처럼 홀로 빛나는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일찍이 한국 문학이 경험하지 못한 “퀴어 문학”을 개척하는 중인데(물론 그것이 박상영의 전부는 아니지만), 적어도 2019년 제10회 젊은 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우럭 한점 우주의 맛」을 비롯하여 한 권의 소설집을 꾸며낼 수준의 내러티브와 유려함을 갖추고 있다.(「재희」, 「우럭 한점 우주의 맛」, 「대도시의 사랑법」, 「늦은 우기의 바캉스」)

 

 “한동안은 사람들이 사랑이라는 말을 하는 게 싫었다. 특히 동성애에 대해서 얘기하는 사람들은 그게 누구 건 무슨 내용이건 이유 없이 패고 싶은 충동에 시달렸다. 다 똑같은 사랑이다, 아름다운 사랑이다, 인간이 인간을 사랑하는 것뿐이다…… 사랑은 정말 아름다운가. 내게 있어서 사랑은 한껏 달아올라 제어할 수 없이 사로잡혔다가 비로소 대상에서 벗어났을 때 가장 추악하게 변질되어버리고야 마는 찰나의 상태에 불과했다.”   



  p.s. 1 사진의 배경이기도 한 나의 독서대는 문학동네가 2010년에 제정하여 2020년에 젊은 작가상 10회 기념 굿즈로 만든 것이다. 특이하게도 박상영의 연작소설은 문학동네가 아니라 창비에서 출간됐다.



  p.s. 2 장강명과 박상영은 2020년 〈한겨레 21〉이 사랑한 작가 21명에 함께 뽑히기도 했다. 당시에 페이스북 등에서 21명 List에 관해 갑론을박이 오갔는데, “황정은, 한강, 김애란”이나 “강화길, 박민정, 이기호, 조해진, 최은미” 등이 뽑히지 않은 것에 관해서 의문을 표시하는 분들이 더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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