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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덕후 Jan 12. 2019

스테레오 커피 Stereo Coffee

일본 카페투어#8

혹시 카페에 더 자세한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영상을 시청해주세요!


(영상보기 여기를 클릭!!)


후쿠오카에서 앞서 소개한 렉커피 다음으로 추천하고 싶은 카페는 바로 이 스테레오 커피다. 사실 한국의 카페 투어를 할 때마다 항상 아쉬운 점은 카페의 아이덴티티가 불명확하다는 점이었다. 가령 몇 해전에 노출 콘크리트로 천장을 마감하고 온통 하얀색으로 페인트 칠을 해놓은 카페가 유행했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에 새로 오픈한다는 카페들을 가보면 정말 10중 8, 9는 인테리어가 정말로 다 똑같았다. 다행히(?) 올해는 개성 있고 추구하는 바가 명확한 카페들이 정말 많이 생겼다. 앞으로 한국의 카페 투어도 점점 더 풍요로운 경험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되고 흐뭇해진다. 


그런데 일본의 카페 투어를 하다 보면 저 마다 개성이 있고 아이덴티티를 명확하게 가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확실히 일본의 카페들은 유행에 덜 민감한 느낌이 있다. 이 스테레오 커피도 외관이 상당히 독특하다. 한적한 골목길 어귀에 일본 특유의 좁고 길쭉한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고 있고, 측면에는 큰 창문 너머로 바리스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스테레오 커피의 바로 그 포토스팟!




GOOD MUSIC GOOD COFFEE


스테레오 커피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나오는 문구이다. 그리고 이 스테레오 커피의 건물이 30년 된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설명이 나와있다. 2층짜리 카페에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몇 개나 있을까? 


정답은, 0개이다. 


황당하지 않은가? 2층짜리 건물에 카페에 자리가 없다고? 


매장의 1층은 스탠딩 공간이며 안쪽에는 두 개의 JBL 스피커와 Mcintosh 앰프에서 감미로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실 인테리어는 단순히 공간을 예쁘게 꾸미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간 인테리어를 한다고 했을 때 별로 생각하지 않지만, 정말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음향 인테리어다. 물론 나도 이 분야에는 문외한이라 자세한 방법론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러나 한 명의 고객으로서 카페를 찾아가 커피 한 잔을 마시다 보면 분명히 느껴지고 경험하는 바는 있다. 어떤 카페에 가면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불편하게 들린다. 특히 천장이 낮을 경우에 천장에 부딪혀서 돌아오는 메아리 같은 소음이 큰 경우가 많다. 또 어떤 카페에 가면 분명 작고 아담한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소음들이 적당히 소거되어 크게 소란스럽지 않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가령, 동굴 속에서 100명이 떠드는 소리를 듣는 것과 넓은 야외의 잔디밭에서 100명이 떠드는 소리를 듣는 것은 완전하게 다른 경험일 것이다. 넓게 트인 공간이 아닌 카페와 같은 작은 실내 공간에서는, 적당한 흡음재를 사용하여 어느 정도 소음을 흡수해줄 것인가 또 어떤 식으로 소리를 분산시킬 것인가 등을 고려하여 공간 디자인을 했을 때 사람들의 시끄러운 수다 소리가 덜 거북하게 들린다. 음악을 트는 스피커도 마찬가지로 어느 방향으로 스피커를 배치할 것인가 또 스피커의 음향이 처음으로 닿는 벽면의 소재는 나무인가 유리인가 등을 면밀하게 고민해서 디자인해야 비로소 한 공간이 완성되는 게 아닐까.




테이블 옆에 위치한 거대한 JBL 스피커



 앞서 언급했듯이 이 카페의 1층은 음악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스탠딩 커피 바 Coffee Bar 이며, 2층은 갤러리로 운영되고 있다. 크기는 작지만 아기자기한 다양한 전시품이 있으며 주기적으로 전시품은 바뀐다고 한다. 커피 한 잔을 시켜 1층에서 음악을 들으며 홀짝이다 2층으로 올라가 전시된 그림을 구경하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커피 한 잔으로 이렇게 좋은 음악과 작은 전시회를 볼 수 있는 카페가 동네에 작은 골목에 있다는 것이 참 부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벽면에 가득 전시된 다양한 사진들



 한국에서는 스테레오 커피 같은 카페가 생기기는 쉽지가 않을 것이다. 우선은 한국인들의 커피 음용량이 아직 일본을 따라가지 못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아직은 한국에선 카페는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야 장사가 된다. 테이크 아웃을 전문으로 하는 카페들은 대부분 천 원짜리 아메리카노와 같이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영업하는 곳들이다. 한 잔에 4, 5천 원 정도 하는 다소 비싼 가격의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는 테이크 아웃 전문 매장은 아직까지는 한국에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한국의 살인적인 임대료가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출근하는 길, 쉬는 날의 오후, 퇴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고객의 일상의 일부가 되는 것이 우리의 이상입니다


홈페이지에 쓰여 있는 문구 중 하나이다. 이 스테레오 커피가 지향하는 공간이 어떤 것인가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문구이다.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공간, 꾸밈없는 공간, 아늑한 공간. 그 말마따나 여러모로 매력적인 공간이다. 


물론 커피도 맛있다. 특히 이 곳에서 먹어본 것 중에서 최고로 맛있었던 커피는 의외로 콜드 브루 Cold Brew 아이스커피였다.


이 곳에 처음 방문했을 때 바리스타에게 어떤 커피를 먹으면 좋을지 추천을 부탁했고, 그 날 매장에 있던 바리스타가 내게 추천해준 메뉴가 콜드 브루 커피였다. 사실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콜드 브루 커피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콜드 브루 커피는 말 그대로 뜨거운 물이 아닌 차가운(사실은 상온의) 물로 커피를 추출하는 것이다. 커피를 추출한다는 것은 쉽게 말하면 커피에 물을 투과시켜 그 안에 있는 맛있는 성분들을 물에 녹여내는 과정이다. 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더 많은 성분들을 쉽게 용해한다. 복잡한 화학 지식 배경이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러한 성질을 매일 경험하고 있다. 빨래를 하거나 설거지를 하더라도 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기름때를 잘 벗겨내고 더 깨끗하게 씻겨진다. 커피도 마찬가지다. 커피 안에도 일종의 오일 성분이 들어있다(커피는 열매의 씨앗인데 이 커피 오일이 열매를 틔우는 일종의 영양이다. 마치 계란에 들어있는 노른자의 역할 같다고나 할까). 문제는 낮은 온도에서는 이 오일 Oil 성분을 녹여내는 것이 힘들다. 그리고 이 오일 성분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커피의 ‘바디감’을 형성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성분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맛있는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서는 90도 이상의 온도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만약 낮은 온도로 커피를 내리게 되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커피의 오일 성분을 포함한 다양한 성분들을 제대로 추출하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더치커피 Dutch Coffee 혹은 콜드 브루 커피라고 부르는 커피는 아주 오랜 시간 한 방울 한 방울 천천히 추출한다. 온도가 낮아 물의 용해도가 낮다는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천천히 그리고 오래 추출을 하는 것이다. 콜 드부르 커피는 카페마다 레시피 Recipe 가 다르지만 보통은 3~4시간에서 길게는 8시간 이상까지도 추출한다. 수 시간에 걸쳐 커피를 추출하다 보니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커피가 숙성된다. 그래서 보통 콜 드부르 커피를 마시면 신선한 느낌의 향미보다는 부드럽게 숙성된 듯한 맛이 난다. 나는 개인적으로 콜드 브루 커피를 마시면 일종의 수제 맥주같이 혀에 감기는 듯한 맛이 난다고 늘 생각한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아, 여기서 잠깐.

내가 정말 많이 받는 질문 중에 하나가, “콜드 브루와 에스프레소 커피 중에 뭐가 더 카페인 함량이 낮아요?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카페들에서 콜드 브루가 카페인 함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몸에 덜 해롭다고 홍보한다. 정말 그럴까? 


정답은 실망스럽겠지만, ‘그때그때 다르다이다. 


앞서 말했듯이 어떤 카페에서는 콜드 브루는 3시간 동안 내리기도 하고 어떤 카페에서는 8시간 동안 내리기도 한다. 카페인은 기본적으로 고온의 물에서 쉽게 녹는다. 보통 80~100도 사이일 때 상온의 물에 비해 3~4배 정도 카페인을 잘 녹인다고 알려져 있다. 그렇다고 찬 물에서 아예 녹지 않는 것은 아니다.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녹아 추출이 되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이렇게 모인 카페인이 90도 이상의 물로 9 바의 압력을 가해 빠르게 추출한 에스프레소의 카페인의 양보다 더 많아질 수가 있는 것이다. 마치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는 것처럼. 그리고 추출된 커피에서 카페인의 양을 측정하는 도구는 일반적인 카페에는 당연히 없다. 그러니까 정답은 ‘그때그때 다르다’가 될 수 밖에는 없는 것이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 곳의 콜드 브루는 내가 평소에 먹어보던 맛과는 조금 달랐다. 신선한 원두를 바로 갈아 바로 내려 마실 때의 커피에서 느껴지는 신선한 향미가 살아있었다. 보통 콜드 부르는 신선한 향미가 느껴지기보다는 숙성된 듯 부드럽고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콜 드부르 커피에서도 이런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혹시라도 이 카페를 방문할 기회가 된다면 꼭 콜드 브루 커피를 마셔보라고 꼭 한 번 권하고 싶다. 

콘셉트가 명확한 공간과 맛있는 커피 그리고 음악까지. 꼭 한 번 방문해볼 만한 곳이다.


혹시 카페에 더 자세한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영상을 시청해주세요!


(영상보기 여기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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