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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덕후 Jan 09. 2019

리틀포트 커피 Little Fort Coffee

일본 카페투어#2

https://youtu.be/msmE5txpOvU



삿포로 카페 중에서 가장 좋았던 곳은 앞서 방문한 모리히코 커피와 바로 이 리틀 포트 커피였다. 이 곳은 아직 한국인들 혹은 관광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위치 자체가 사실은 삿포로를 여행하는 관광객들의 동선과는 전혀 맞닿을 확률이 없어 보이는 매우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해 있다.




 삿포로의 중심가인 할 수 있는 오도리 Odori 역에서 전철로 3 정거장 떨어진 히가시 삿포로 Higashi Sapporo 역에서 약 7~8분 정도 걸으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에 위치해 있었다. 히가시 삿포로 역에서 내리니 갑자기 소나기가 세차게 내렸다. 다행히 근처에 로손 Lawson편의점이 보여 우산을 구입한 후 다시 발길을 재촉했다. 가는 길은 워낙 단순하다 보니 찾기가 어렵지는 않았다. 해외여행을 떠나면 늘 그러하듯이 이번에도 구글 맵 Google Map을 이용했다.


 구글 맵 없었다면 요즘처럼 쉽게 누구나 자유여행을 떠날 수 있었을까? 나는 회의적이다. 낯선 곳에서 아날로그 지도 한 장에 의지해서 길을 찾고 여행을 한다는 것은 정말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일이었을 것이다.


 이제는 누구나 구글 맵만 있으면 동네 주민들이나 알만한 좁을 골목길 하나하나를 다 통과할 수 있고, 심지어 목적지를 검색한 뒤에 대중교통을 검색하면 어디서 몇 번 버스를 타고 몇 미터를 걸어가야 되는지도 상세하게 나온다. 구글 맵과 함께하노라면, 가끔 내가 혹시 전생에 이곳 동네 주민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능숙하게 버스를 타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현대인들에게 편리하고 쉬운 자유여행 시대의 막을 열어준 구글 맵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 진다.

나무로 뒤덮인 독특한 느낌의 리틀 포트 커피 외관

                                                  


지도를 따라 걷다 보니 나무로 뒤덮인 건물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그 옆에는 리틀 포트 커피라고 적힌 작은 나무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간판 하나 없이 나무로 된 입간판만 세워져 있다


 옆에는 리틀 포트 커피라고 적힌 작은 나무 입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규모는 상당히 작은 편이었다. 내가 들어갔을 때는 일본 아주머니들이 조용하면서도 경쾌한 소리로 수다를 떨고 있었다.

 

 놀라웠던 것은, 이렇게 작은 규모의 카페에서 소화하기엔 너무 많은 종류의 원두 구색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로스팅 날짜를 봐도 5일 이상 된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 바리스타로서 바에서 일한 경험이 짧게나마 있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렇게 많은 원두를 제대로 관리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종류가 많다 보면 우선은 먼저 팔리는 원두와 나중에 팔리는 원두의 양 신선도 관리가 쉽지 않다.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버려지는 원두가 많이 생겨 로스율 Loss Rate이 높아질 수 밖에는 없다.



다양한 원두 구색


 그럼에도 이렇게 테이블도 몇 개 되지 않는 동네 깊숙한 곳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서 이렇게 많은 종류의 원두를 판매한다는 것은, 사장님의 커피 사랑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블렌딩 Blending 커피도 3가지를 가지고 있었는데, 이 블렌딩은 생각보다 훨씬 어렵고 또 복잡한 과정이다. 아주 간단하게 말하면 블렌딩은 여러 가지 원두를 섞어 하나의 커피를 만드는 것이다. 가령 딸기 맛이 나는 A라는 원두에 초콜릿 맛이 나는 원두 B를 섞으면 딸기에 초콜릿을 찍어 먹는 맛이 나는 블렌딩 원두가 탄생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단순하게 AB를 섞는다고 A+B의 맛이 나는 드라마 같은 일은 잘 일어나지 않는다.


 빨갛게 익은 커피 체를 수확하여 과육을 제거하고 그 안에 들어있는 씨앗을 잘 말려서 강한 열로 볶으면 우리가 흔히 커피라고 생각하는 갈색의 원두가 탄생하게 된다. 이렇게 커피 체리의 씨앗이 원두로 변화하는 과정에는 너무도 복잡한 화학적인 작용이 있어 아직까지도 커피의 향과 맛에 관하여는 미지의 영역이 많이 남아있다. (그러니까 왜 커피에서 이런 맛과 향이 나는 건지 아직도 과학적으로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이 남아있다.)


내부 분위기는 이렇게 작고 아늑하다


 그 과정이 워낙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다 보니 앞서 말한 것처럼 딸기 맛이 나는 A라는 원두와 초콜릿 맛이 나는 B 원두를 섞었을 때 엉뚱하게 바나나 맛이 난다거나, 초콜릿 맛은 나는데 딸기 맛은 온데간데없다거나 하는 경우가 현실에서는 허다하다.


 블렌딩 하나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긴 연구의 시간과 수많은 시도들 그리고 그 결과물에 대한 수많은 관능 평가와 데이터 축적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 과정은 상당히 길고 지루했을 것이고 여러 번의 실패에 따른 비용도 상당했음에 틀림이 없다.


작은 공간임에도 로스팅을 직접 매장에서 하고 있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라마르조꼬 리네아 La Marzocco Linea 머신을 사용하고 있었다. 직선으로 이루어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이 참 마음에 드는 머신이다. 듣기로는 온수의 안정성과 압력의 일정함이 좋고 잔고장이 적어 바쁜 매장에서 쓰기에 적합하다고 한다. 관광객이 많지 않은 곳에 위치한 카페이다 보니 영어로 된 메뉴판은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사장님이 영어를 잘해서 의사소통에는 전혀 무리가 없었다.


일본어 메뉴판


 브루잉 커피의 경우에는 핸드드립과 프렌치 프레스 French Press 두 가지로 제공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프렌치 프레스를 사용하는 매장이 그리 많지는 않은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프렌치 프레스 추출을 좋아하는 편인데. 종이 필터가 따로 없이 그다지 촘촘하지 않은 금속 필터 만을 사용하여 추출하기 때문에 커피의 오일 성분과 미세한 가루들이 그대로 커피에 우러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프렌치 프레스 추출은 커피의 맨 얼굴을 여과 없이 드러내 주는 장점이 있는 한편 잘 걸러지지 않은 커피 입자들(미분)이 많아 마지막 한 모금은 마시지 않고 버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커피를 말할 때 ‘바디감’이라는 용어를 자주 사용하는데 사실 이 용어는 상당히 애매하고 명확한 정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은 입안에서 느껴지는 감촉인데, 아주 쉽게 설명을 하면 커피의 오일 성분과 그 오일과 뭉쳐 덩어리 져 있는 아주 미세한 커피 입자의 정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디감이 강하다고 하면 입안에 커피를 한 모금 머금었을 때 뭔가 밀도가 높고 무거운 느낌이 난다. 누군가는 이 바디감을 “물을 머금으면 바디감이 낮게 느껴지고, 우유를 머금으면 바디감이 높게 느껴진다”라고 설명을 하기도 했는데 이는 사실 커피의 바디감을 표현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입 안에서 액체가 다양한 질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기회가 된다면 프렌치 프레스 추출이 어떤 느낌인지 한 번 꼭 경험해 보길 바란다.)


 삿포로에 와서 계속 브루잉 커피만 마셔보았기 때문에, 이 곳에서는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한 카페라테를 주문해 보았다. 블렌딩 원두 3가지가 준비되어 있었고 그중 하나를 골랐다. 음료가 준비되는 동안 원두 판매대 한편에 시음을 위해 보온병에 담겨있는 다른 2가지 블렌딩을 맛보았는데 저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맛이 아주 좋았다. 주문한 라테가 나왔다. 라테 아트 Latte Art가 예술이다. 거품도 한국에서 흔히 마시는 라테보다는 훨씬 가벼운 느낌이었다. 얼마 전 한국에서도 한창 유행했던 플랫 화이트 Flat White 정도랄까?


라테아트가 수준급이다


 라테아트에는 하트, 튤립 등 다양한 패턴이 존재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로제타 Rosetta패턴을 가장 좋아한다. 이렇게 균일하게 또 얇고 선명한 라인을 그리는 것은 생각보다도 훨씬 어렵다. 우선은 에스프레소 머신에 달려있는 스팀기(아주 고온의 공기를 강하게 분사하여 우유를 순식간에 끓게 한다)를 이용하여 스팀을 기술적으로 잘해야 한다. 잘 된 스팀이란 기본적으로 부드럽고 균일한 작은 거품 방울들이 벨벳 같은 느낌으로 우유 위를 은은하게 덮은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가끔 프랜차이즈 카페를 방문해서 라테를 주문하면 거품이 너무 거칠어서(흔히 말하는 게거품) 마실 때 우유와 거품이 자연스럽게 섞이지가 않고 따로 놀아서 마시기가 불편한 경우가 자주 있다.


 한 모금 맛을 보니, 너무 맛있다. 삿포로에서 먹은 다른 커피가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였다. 견과류의 고소한 느낌과 밀크 초콜릿 같은 부드러운 감촉이 입 안을 포근하게 덮는다. 커피만 마시기는 뭔가 아쉬워서 케이크를 하나 주문했다. 일본어로 된 메뉴다 보니 적당해 보이는 것을 대충 찍듯이 하나 골랐는데 너무 맛있었다.

 

 가격도 4천 원 정도로 꽤 저렴한 편이었다. 프랑스의 디저트 크림 브륄레 Creae Brulee를 냉동실에 얼려놓은 듯한 맛이다. 차갑게 서빙이 되어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것처럼 시원했다. 캐러멜 라이즈드 Caramelized 된 설탕이 너무 바삭해서 그 아래 있는 부드러운 크림과의 조합이 환상적이다.



커피와 디저트


 주문한 지 한 참이 지나도 라테아트 폼이 무너지지 않고 있다. 스팀이 그만큼 잘 되어있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삿포로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카페는 단연코 이곳이다. 아직은 여행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인 듯 하니 더 메리트가 있어 보인다. 이런 동네 깊숙이 위치한 카페에 외국인 관광객이 많아지는 것은 어쩌면 그리 좋은 현상이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이곳을 유명하게 만들 수 있을 만큼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삿포로에 간다면 꼭 한번 방문해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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