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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커피덕후 Jan 11. 2019

토라노몬 커피  Toranomon Koffee

일본 카페투어#4

전 세계에서 일본을 무시하고 만만하게 보는 나라가 딱 2곳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바로 한국과 중국이라나. 사실 이 세 나라는 역사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다. 일본은 특히 우리에게 역사적으로 진 빚이 많다. 이러한 과거의 역사 이야기를 잠시 미뤄두고 본다면, 우리가 무시하는 일본은 사실 국제적인 위상으로 보면 대단한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일본이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분야는 건축과 디자인이다. 그리고 카페라는 공간이야 말로 건축과 디자인 두 가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최적의 공간이 아니겠는가.


아마 오모테산도 커피 Omotesando Koffee 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오래된 주택을 개조해 만든 카페로 분재를 이용한 일본 특유의 조경 디자인이 너무 멋스러운 카페였고, 앉을자리 하나 없음에도 커피를 사 가려는 사람들로 항상 길게 줄이 늘어서던 곳이었다. 아쉽게도 노후화된 건물의 안전성 문제로 몇 해전 문을 닫았고 많은 사람들이 아쉬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오모테산도 커피가 지금은 토라노몬 Toranomon이라는 동네에 토라노몬 커피 Toranomon  Koffee라는 이름으로 오픈하여 운영되고 있다. 기본적으로 앞에는 카페가 위치한 지역의 이름을 붙이고 뒤에 커피 Koffee 를 붙이는 방식으로 카페 네이밍을 하고 있다. 카페는 토라노몬 힐즈 Toranomon Hills 에 위치해있는데, 도쿄의 록폰기 힐즈 Roppongi Hills와 오모테산도 힐즈 Omotesando Hills에 이어 2014년에 3번째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건물 자체가 매우 고급스럽고 1층에는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식당들과 디저트숍들이 많이 보였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들어가면 마침내 토라노몬 커피가 멀리 보인다. 



토라노몬 커피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카페 오픈 시간에 맞춰 찾아갔기 때문에 건물은 매우 한적하고 카페에도 손님이 많이 없었다. 조금 더 자세히 매장을 살펴보니 예전에 가봤던 오모테산도 커피의 디자인이 그대로 녹아있었다. 바리스타들이 입고 있는 마치 의사 가운 같은 하얀 롱 재킷. 그리고 브랜드 특유의 정사각형 패턴들이 많이 보였다. 큰 정사각형 두 개의 바가 독립되어 있다. 3천만 원을 넘는 최고가의 에스프레소 머신 중 하나인 라마르조꼬 La Marzocco 사의 스트라다 Strada 3그룹 머신이 무려 2대나 떡 하니 버티고 있다.


정사각형 큐브 모양의 바


이른 아침이다 보니 조금은 마일드한 커피가 먹고 싶어서 드립 커피를 주문했다. 바리스타에게 그날 컨디션이 좋은 커피 추천을 부탁했다. 산미가 있는 것을 좋아하면 에티오피아가 좋다고 추천을 받아 에티오피아를 드립 커피로 주문을 했다. 칼리타 Kalita 웨이브를 사용하고 있었다.


바리스타들이 드립 커피를 내릴 때의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황홀하다. 마치 엄청나게 중요한 사건을 다루는 것처럼, 드립 도구들을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사용해서 커피를 내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일은 마치 연극 한 편을 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커피 바가 무대이고 바리스타는 배우이다.



커피만 먹기는 아쉬우니 이 곳에서 특히 유명한 디저트인 큐브 모양의 까눌레를 주문했다. 

겉은 살짝 태워 바삭하면서도 쫄깃하고, 속 안은 푸딩처럼 부드러운 맛과 식감이 아주 좋았다. 달달한 까눌레와 커피를 함께 먹으니 아침부터 기분이 은은하게 좋아졌다. 



오모테산도 커피 시절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남기던 입간판


마시던 커피의 컵 홀더를 벗겨보니 이 토라노몬 커피의 다른 지점들이 하나하나 적혀있었다. 


홍콩, 파리, 암스테르담, 런던, 뉴욕, 긴자, 싱가포르, 베를린, 멜버른, 두바이, 후쿠오카, 오슬로

세계 여러 곳에 지점이 있다


이 정도라면 글로벌 커피 브랜드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하루빨리 한국의 카페들도 세계로 뻗어나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아는 한은, 커피 리브레 Coffee Libre가 과테말라 Guatemala에 매장을 오픈했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카페 중 하나인 빈브라더스 Bean Brothers는 말레이시아 쿠알라 룸프르 Kuala Lumpur 매장을 직접 방문해본 경험이 있다.

 

모닝커피 한 잔의 여유를 부리다 나가려고 보니 어느덧 커피를 사기 위해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바리스타의 친절함. 거기에 커피 맛도 빠지지 않으며 디저트까지 맛있으니 대체 무엇을 더 바랄 수 있겠는가? 방문해야 할 이유가 충분한 곳이다.



실험관 모양의 통에 원두를 소분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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