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의 기억과 그녀의 상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

by Bird

어린왕자란 책 속에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정말 나에게는 힘들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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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그녀는 나에게 정말 큰 선물을 주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에게 정말 큰 상처를 주었다.


왜 나는 소중한 그녀의 호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같이 기뻐하며, 그 선물을 받을 수 없는 걸까?


도대체 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과거의 기억이 현재를 지배하고 결국 미래에 영향을 끼친 다는 것을

이틀 간의 내 오래된 기억들을 회상하며 알게 되었다.


유년 시절에 나는 갖고 싶은 것과 먹고 싶은 것

즉 욕구의 표현보다는 욕구의 부정을 먼저 배웠었다.


그 이유는 내가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었다.

욕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너무 일찍이 깨달아 버려서일까?

어쩌면 나는 그것을 부정함으로써 아무것도 필요 없고

있어봤자 소용없다는 자기 최면을 통해

오히려 내 안의 욕망들을 거세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래서 그녀가 내게 선물해 준 모직 코트를 받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었다.


갖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필요 없다는 스스로의 최면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녀는 내가 필요한 것들을 사주고 싶어 했고,

나는 필요 없다고 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그녀는 나를 관찰하고 내게 필요한 것들을

조금씩 내게 건네기 시작하였고,

그것을 받기는 하였지만, 나는 쓰지 못한 채

내 방 안 쪽에 그것들을 모아놓았다.


그녀는 그런 내 모습에 대해 이해하지는 못 했지만

여전히 날 좋아해 주었고,

어제 비로소 큰일이 터지고 말았다.


몇 년 전부터 그녀는 내 낡은 노트북을 보고는

나에게 노트북을 사 주고 싶다 했었다.


하지만 난 예전과 같이 괜찮다 했었다.


그녀는 정말 큰 결심을 한 듯

어제 정말 여러 군데 매장을 같이 돌았고,

내게 노트북을 선택하게 한 뒤

그것을 구매해 주었다.

하지만 나의 트라우마는 뒤늦게 발현되어

난 필요 없으니 환불하자고 했었고,

이것이 바로 다툼의 시작이 되었다.


우리가 처음 만난 2011년 5월 이후 가장 큰 싸움을 하게 되었고,

그녀에게 내 유년시절 얘기를 꺼낼 수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감추고 싶고, 어쩌면 드러내기 싫었던 그 상처를

그녀에게 보임으로써 용서받으려 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나에게 그만큼 소중했고

그녀와의 추억 없이는 난 더 이상 내가 아닌 존재가 될 것 같은

두려움이 그녀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녀는 참 다정하고 이쁘고 정말 나에겐 과분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에 비하여 난 아직도 과거의 상처에 연연하고,

오히려 그녀보다도 감정적이고 여린 부분이 있다.


그녀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도도하며 합리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든 일들에 지극히 이성적이며, 긍정적이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내가 반했었고,

지금도 난 그녀를 사랑한다.


하지만 과거의 기억 속에 머문 나를 끄집어내지 않고서는

그녀와의 관계 개선을 할 수 없다는 것을

그간 여러 번의 다툼을 되새겨보며 자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쉽지 않으리라는 것을 안다.

아직도 그녀에게 난 비겁한 남자가 아닐까?


어쩌면 내 그런 말들이 변명처럼 들릴 때쯤

넌더리가 나 나에게 이별을 통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 머릿 속이 오히려 복잡해진다.


참 바보 같다

이제 그 상처와 그 기억들로부터 스스로 헤어 나올 때가 되었다.

다시금 나를 돌아보며 내 소중한 그녀에게 다시금 사랑한다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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