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은 나를 끌어당기지만
나는 내 정해진 궤도를 돌기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자꾸 날 궤도 이탈하게 하는
주변의 변화는 나의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든다
나를 흔들고 피폐하게 만드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들 때문에
내가 폐허가 될 수는 없다
나의 행성은 황폐하다
내가 폭파되어 별이 될 수는 있지만
무의미하게 궤도를 돌며
몇 천억 년을 배회하였지만
의미 없는 배회는 아니었다
내 주위를 둘러싼 환경은 계속 변하였고
나도 그들의 일환으로 유니버스를 구성하고 있다
조화를 강조하는 틀 속에서
나 또한 몇 번이나 터져 별이 될 뻔하였지만
나는 아직도 나의 궤도를 지키고 있다
아직 부족한 나의 황폐한 별
이곳에 꽃 한 송이 피는 걸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