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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직장생활

조직에서의 승진

칼날과 칼집

by Bird

우리는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하나의 믿음을 품는다.

열심히만 하면, 성과만 내면, 결국 인정받을 것이다.

그 믿음은 뜨겁고 단단해서, 마치 칼날처럼 손에 쥐고 흔들며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나도 그랬다.

늦은 밤, 택시비 걱정도 없이 뛰어난 결과물을 만들겠다고 노트북을 붙들고 씨름하던 시절.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조급함에, “성과”라는 무기를 더 날카롭게 벼르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때는 그게 전부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수많은 사람들의 커리어와 삶을 지켜보며 깨달았다.

성과는 분명 중요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오래갈 수 없다는 사실을.


성과는 당신을 증명하지만, 평판은 당신을 지켜준다


한 번은 은행에서 오랫동안 인사를 맡아온 부장과 대화를 나눈 적 있다.

그는 담담히 말했다.


“승진은 실력있는 사람을 뽑는 과정이 아니라, 조직을 이끌 사람을 고르는 과정입니다.”


그 말을 듣고 알았다.

사람들이 보는 것은 숫자나 표가 아니라, 그 숫자를 만든 태도와 과정이라는 것을.


뛰어난 성과를 냈더라도,

남을 밟고 올라간 사람이거나,

협업을 무시하고 혼자만 빛나려 했거나,

작은 실수조차 인정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에게 조직은 리더십을 맡기지 않는다.


성과는 당신의 칼날이지만, 관계와 평판은 그 칼이 들어가는 칼집이다.

칼집 없는 무기는 쉽게 떠돌고, 쉽게 위험해지고, 결국 아무도 가까이 두려 하지 않는다.


관계는 장식이 아니라 자산이다


어떤 사람들은 말한다.

“관계가 중요하다면, 아부해야 하나요?”


아니다.

관계는 억지 인맥이 아니라, 서로 남긴 순간들의 축적이다.


한 번 진심으로 도와준 일,

바쁜 와중에도 들어준 이야기,

실수를 감싸주며 함께 해결책을 고민해 준 태도.


그런 기억이 쌓여 사람들은 당신 옆에 서고 싶어진다.


위기 상황이 오면 관계가 선명해진다.


관계가 좋은 사람은 어려울 때 사람들이 먼저 다가가 묻는다.

“도와줄 게 있을까?”


성과만 좋은 사람은 위기에 처하면 주변이 말없이 뒤로 물러난다.

“이번엔 혼자 해보시지.”


사람은 기억한다.

당신이 성과를 냈다는 사실보다,

그 성과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냈는지를.


당신의 태도가 곧 당신의 이야기다


커리어는 긴 책 한 권과 같다.

성과는 그 책의 제목일 수 있다.

화려하고 세련되고 멋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결국 표지가 아니라 내용을 기억한다.


회의실에서 말을 건네는 방식,

동료의 실수 앞에서의 반응,

성과가 난 순간의 겸손,

약자에게 드러나는 진짜 인격.


이 모든 것이 당신의 평판이며,

사람들은 그 책을 읽고

당신이 앞으로 어떤 일을 맡아도 될 사람인지 판단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이기려 하지 말고,

이기는 척하려 하지 말고,

함께 이겨라.


당신의 성과는 혼자 만든 것이 아니며,

당신의 미래도 혼자 만들어지지 않는다.


칼날을 드러내는 사람은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만,

칼날을 다룰 줄 알고,

손을 내밀 줄 아는 사람은

리더가 된다.


당신이 가야 할 길은 정글이 아니라,

숲을 만드는 길이다.

그리고 그 숲은, 함께 걸을 때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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