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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직장생활

조직에서 살아가는 법(2)

나의 삶을 찾아가자

by Bird

그래서 나는 다른 선택을 했다.

회사에서 조금씩 죽어 가는 나를, 회사 바깥에서 살려내기로.


낮에는 조직의 언어로 말하고, 밤에는 내 언어로 공부한다.

박사 과정은 출세를 위한 사다리가 아니라, 내가 아직 사고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증거다.

논문 한 줄, 가설 하나가

회의실에서 삼켜야 했던 말들을 대신해 숨을 쉬게 해 준다.

조직은 나에게 질문을 허락하지 않지만, 학문은 질문하지 않으면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한다.


그리고 매일 운동을 한다.

이건 건강 관리가 아니다. 생존이다.

회사에서 쪼그라든 몸을 다시 펴는 의식이고,

상사의 말 한마디에 움츠러든 등을 스스로 세워 올리는 행위다.

숨이 가빠질수록 생각은 단순해지고,

땀이 흐를수록 “나는 아직 살아 있다”는 감각이 또렷해진다.


사람들은 묻는다.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왜 이미 지친 몸으로 더 힘든 길을 가느냐고.

하지만 그들은 모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밤이야말로

다음 날 회사를 견딜 힘을 모두 빼앗아 간다는 걸.


나는 회사에서 나를 키우지 않는다.

대신 회사가 나를 다 쓰지 못하게 막는다.

학문으로 사고를 지키고,

운동으로 몸을 지키며,

아직 무너지지 않은 나를 매일 확인한다.


이건 도망이 아니다.

탈출을 준비하는 삶이다.

아직 떠나지 않았을 뿐,

이미 다른 곳을 향해 숨을 쉬고 있다.


회사에서 죽어 가는 나를

회사 밖에서 살려내는 일.

지금의 나는, 그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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