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직장생활

양반과 상놈

이해할 수 없는 관계

by Bird

회의를 하자고 하면서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수첩과 펜을 들고 들어가는 이에게

물었다

그 사람 왈

회의를 준비하고 들어간다는 건

회의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이고

그건 양반인 자신이 할 일이 아니다는 말을 들었다


프로젝트 일정에 맞추지 못할 것 같아

불안한 나머지 동료에게 물었다

그 친구 왈

일정은 지키는 게 아니라 지켜달라는 가이드라인이고

지키지 못했다고 너의 본분을 잊고 그들과 함께 흙을

묻힌다면 넌 더 이상 양반일 수 없다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궤변과도 같은 말이었지만

이해하려고 들여다보면 이해할 수 있는 말이기도 하다


그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무릇 양반은 급하다고 뛰지 않으며

상놈의 일을 관리 하는 것이지

자신이 직접 하는 게 아니고

결정이라는 것은 충분히 숙고한 다음에

시일이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상놈과 같이 어울리면 양반의 본분을 잃게 되고

출신에 대한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 21세기에 아직도 이런 가치를 찾아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전통을 지키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인 건가?

아득해지는 걸 내가 느낀다는 건 난 아마 양반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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